위성도 AS가 된다 — 블루오리진 출신이 만든 스타피시스페이스, 1억 달러 투자유치


지구 궤도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개의 위성이 돌고 있다. 그 위성들은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어 운영되기 때문에, 에너지 부족으로 죽는 일은 없다. 하지만 위성이 궤도를 유지하거나 자세를 조정하려면 별도의 연료가 필요하다. 제논(xenon)이나 하이드라진(hydrazine) 같은 추진제다. 이 연료가 다 떨어지면 수백억 원짜리 위성도 속수무책으로 폐기 처분된다. 더 큰 문제는 연료만이 아니다. 부품이 고장 나거나, 소프트웨어가 오작동하거나, 궤도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겨도 손쓸 방법이 없었다. 지구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에 ‘정비사’를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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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 터크윌라에 본사를 둔 스타피시스페이스(Starfish Space)는 바로 그 정비사를 만드는 회사다. 스스로 다른 위성에 접근하고 도킹해 수명을 연장하거나, 더 이상 쓸 수 없는 위성을 안전하게 궤도 밖으로 처리하는 ‘위성 서비싱’ 전문업체다. 회사는 지난 7일 시리즈B에서 1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누적 조달액은 1억 5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창업자는 모두 블루오리진(Blue Origin) 출신이다. CEO 오스틴 링크(Austin Link)는 스탠퍼드에서 물리학을, 퍼듀대에서 항공우주공학 석사를 마친 뒤 록히드마틴과 블루오리진에서 발사체 엔진 및 시스템 아키텍처를 담당했다. CTO 트레버 베넷(Trevor Bennett) 박사는 콜로라도대 항공우주공학 박사 출신으로, NASA 고다드와 JPL에서 로봇 임무를 수행한 뒤 블루오리진 뉴글렌(New Glenn) 발사체 개발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블루오리진에서 만났고 2019년 공공도서관에서 함께 창업했다.

이번 라운드는 포인트72벤처스(Point72 Ventures)가 주도했고 액티베이트캐피털(Activate Capital)과 쉴드캐피털(Shield Capital)이 공동 주도했다. 인더스트리어스벤처스(Industrious Ventures)와 나이트드래곤(NightDragon)도 주요 참여사로 이름을 올렸다. 기존 투자자인 NFX, 뮤닉리벤처스(Munich Re Ventures), 도요타벤처스(Toyota Ventures), PSL벤처스도 재투자에 참여했으며 노미캐피털(Nomi Capital), 게인젤스(Gaingels), 오버랩홀딩스(Overlap Holdings)가 신규 투자사로 합류했다.

위성 서비싱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위성이 궤도를 유지하려면 미세한 추력 조정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지구 대기의 희박한 저항이나 태양풍의 압력으로 궤도가 조금씩 틀어지기 때문이다. 이 ‘스테이션키핑(station-keeping)’ 작업에 제논이나 하이드라진 같은 추진제가 소모된다. 정지궤도(GEO) 통신위성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2억 달러를 넘는 경우가 많은데, 연료 소진만으로 이 자산을 버려야 한다면 엄청난 낭비다.

위성 서비싱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개념이다. 서비싱 차량이 대상 위성에 자율적으로 접근해 도킹하면,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서비싱 차량이 대상 위성에 붙어서 직접 추력을 제공하거나, 대상 위성의 탱크에 추진제를 직접 주입하는 리퓨얼링(refueling)이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서비싱 차량의 로봇팔로 새 추진 모듈이나 센서 같은 부품을 부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경우 단순한 수명 연장을 넘어, 설계 당시 없었던 기능을 궤도에서 추가하는 업그레이드까지 가능해진다.

저궤도(LEO)가 갈수록 혼잡해지면서 수명이 다한 위성을 안전하게 폐기하는 것 자체도 새로운 시장이 됐다. 충돌 사고는 파편을 낳고, 파편은 또 다른 충돌을 일으키는 연쇄 반응, 이른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피시스페이스의 오터(Otter)는 이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차량이다. 단일 카메라 시스템과 자체 개발 GNC(유도·항법·제어) 소프트웨어만으로 완전 자율 랑데부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게 핵심 차별점이다.

계약 실적이 투자를 이끌었다

탄탄한 계약 실적이 이번 투자의 배경이다. 미 우주군과 정지궤도 국가 자산 서비싱 미션으로 3,7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미 우주개발청(SDA)으로부터는 저궤도 위성 컨스텔레이션의 수명 종료 폐기 서비스로 5,250만 달러를 수주했다. SDA가 운용 위성군의 폐기 임무를 공식 계약한 것은 업계 최초다. NASA와도 노후 위성 검사 임무로 1,5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으며, 통신위성 운영사 SES와도 수명 연장 계약을 맺었다.

기술 궤적도 차곡차곡 쌓아왔다. 2023년 첫 실증 위성 오터 펍 1(Otter Pup 1)이 스페이스X 팰컨9에 실려 발사됐는데, 발사 직후 외부 이송 차량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위성이 초당 330도 이상 회전하는 비상 상황이 벌어졌다. 두 달 만에 자체 알고리즘으로 안정화에 성공하며 오히려 GNC 소프트웨어의 실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2024년 4월에는 저궤도에서 D-오빗 ION 위성에 1km 이내로 접근하는 근접 비행을 완수했다. 2025년 12월에는 임펄스스페이스(Impulse Space)와 협력해 단일 경량 카메라만으로 완전 자율 랑데부를 성공시킨 ‘레모라(Remora)’ 임무를 마쳤다. 현재 오터 펍 2(Otter Pup 2)가 궤도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며, 올해 안에 첫 풀스케일 오터 미션도 예정돼 있다.

오스틴 링크는 “오터 미션 계약을 확보했고 시연도 성공했다. 올해 첫 운영 임무가 발사될 준비가 됐다”며 “고객들이 궤도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경쟁사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위성 서비싱 시장은 2024년 약 3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2033년까지 연평균 10%대 성장이 전망된다. 크고 작은 경쟁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노스럽그루먼 스페이스로지스틱스(SpaceLogistics)가 현재 가장 앞서 있다. 2020년 MEV-1이 인텔샛 위성에 도킹해 수명을 연장한 것이 상업 위성 서비싱의 첫 사례다. 차세대 미션로보틱비히클(MRV)은 DARPA 지원을 받아 개발한 로봇팔을 탑재, 위성에 추진 모듈을 직접 부착하는 서비스까지 준비 중이다. 인텔샛과 호주 위성 운영사 옵터스(Optus)를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이며 2026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일본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2024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시리즈G를 포함해 누적 약 5억 달러를 조달했다. 우주 잔해 제거와 수명 종료 서비스에 특화돼 있으며, 2024년 ADRAS-J 임무에서 대형 우주 잔해에 15미터까지 접근해 업계 최초 기록을 세웠다. 2025년에는 에어버스(Airbus)와 차세대 도킹 플레이트 100개 이상 대량 공급 계약을 맺으며 부품 표준화를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스위스 클리어스페이스(ClearSpace)는 유럽우주청(ESA) 지원을 받아 2026년 최초의 상업 잔해 제거 임무를 준비 중이다. 비가 로켓 상단을 포획해 대기권에서 소각하는 시연이 목표다. 2024년 ESA로부터 2,670만 유로 계약을 추가로 확보했다.

플레이어마다 특기가 다르다. 노스럽그루먼은 정지궤도 대형 위성 서비싱, 아스트로스케일은 잔해 제거와 수명 종료 서비스에 강하다. 스타피시스페이스는 저궤도부터 정지궤도까지, 수명 연장과 폐기를 모두 자율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한다. 한편으로는 서로 경쟁하면서도, 근접 기동 기술·연료 공급·부품 부착을 각자가 맡는 분업 구조도 만들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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