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록시마퓨전, 4억6800만 달러 유치…유럽 최대 핵융합기업 등극


핵융합 에너지를 향한 투자 경쟁이 미국·유럽·중국 삼각 구도로 번지고 있다. AI발 전력 수요 폭증으로 탄소 없이 대량 공급 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갈증이 커진 데다, 미국의 커먼웰스퓨전시스템(Commonwealth Fusion Systems)과 샘 올트먼이 투자한 헬리온에너지(Helion Energy)가 각각 수십억 달러를 조달하며 앞서가는 가운데, 유럽에서도 판을 바꿀 만한 자금이 움직였다. 독일 막스플랑크플라즈마물리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Plasma Physics)의 첫 스핀아웃 기업인 프록시마퓨전(Proxima Fusion)이 그 주인공이다.

프록시마퓨전, 4억6800만 달러 유치…유럽 최대 핵융합기업 등극

프록시마퓨전은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 방식의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를 개발하는 회사다. 토카막(tokamak)과 달리 뒤틀린 형태의 자기장 코일로 플라즈마를 가두는 스텔러레이터는 독일의 벤델슈타인7-X(Wendelstein 7-X) 실험에서 낸 성과를 기반으로 한다. 프록시마퓨전은 2030년대 초 가동을 목표로 한 순에너지 실증로 ‘알파(Alpha)’를 바이에른주, 막스플랑크플라즈마물리연구소, 독일 에너지기업 RWE와 함께 짓고 있으며, 이 실증로가 성공하면 2030년대 후반 세계 최초의 상업용 스텔러레이터 발전소 ‘스텔라리스(Stellaris)’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알파는 바이에른 군드레밍겐의 옛 원자력발전소 부지에 들어선다. 50개 넘는 산업 파트너로 구성된 ‘알파 얼라이언스(Alpha Alliance)’가 이 계획을 뒷받침하고 있고, 뮌헨 본사와 취리히·옥스퍼드 사무소를 합쳐 약 200명이 일하고 있다.

프록시마퓨전은 프란체스코 쇼르티노(Francesco Sciortino) CEO가 2023년 공동창업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쇼르티노는 임페리얼칼리지런던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스위스 EPFL의 TCV 토카막에서 석사 논문을 쓴 뒤, MIT에서 플라즈마물리학·핵융합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막스플랑크플라즈마물리연구소에 합류해 토카막 연구를 담당하는 유럽 측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다, 벤델슈타인7-X 실험이 낸 성과에 주목하면서 점차 토카막 대신 스텔러레이터로 관심을 옮겼고, 이를 상업화하기 위해 프록시마퓨전을 창업했다.

프록시마퓨전은 XTX벤처스(XTX Ventures)와 이스트X벤처스(East X Ventures)가 공동 주도한 4억1100만 유로(4억6800만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7일 밝혔다. 독일 에너지기업 RWE와 구글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는데, RWE는 앞서 프록시마퓨전과 군드레밍겐 스텔러레이터 발전소 건설 협약을 맺은 지 불과 몇 달 만에 투자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신규 투자자로는 KfW캐피탈(KfW Capital), 슈프린트(SPRIND), 부르다프린시펄인베스트먼츠(Burda Principal Investments)가 참여했고, 플루럴(Plural), UVC파트너스, 발더튼(Balderton), 체리벤처스(Cherry Ventures), DST글로벌파트너스 등 기존 투자자들도 재참여했다. 이번 라운드로 프록시마퓨전의 기업가치는 24억 유로(27억 달러)로 뛰었고, 누적 투자 유치액은 공공 보조금 9500만 유로를 포함해 6억5000만 유로(7억4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유럽 역대 최대 핵융합 투자이자, 올해 유럽 테크 업계 최대 규모 투자 중 하나로 꼽힌다. 바이에른주가 약속한 4억 유로 규모 공공 지원에 맞먹는 민간 자금을 모으겠다는 목표도 이번 라운드로 달성했다.

프란체스코 쇼르티노 CEO는 유럽이 최초의 핵융합 발전소를 향해 미국·중국과 경쟁하고 있다며, 이번 자금 조달은 유럽이 돌파구가 되는 기술을 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위에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이 사업의 시급성과 기회를 동시에 알아보고 세대를 대표할 에너지 기술 기업을 만드는 데 베팅했다는 설명이다. 구글의 투자는 탄소 없이 대량으로 공급 가능한 장기 에너지원으로서 핵융합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구글은 이미 미국 커먼웰스퓨전시스템에도 투자했고, 이 회사가 첫 상업용 발전소를 가동하면 전력을 구매하는 오프테이크 계약도 맺어둔 상태다.

이번 자금은 스텔러레이터 모델 코일 완성, 고온초전도(HTS) 케이블·자석 생산 확대, 엔지니어링·제조 시스템 구축에 쓰일 예정이며, 프록시마퓨전은 엔지니어링·제조·운영 전 부문에서 채용을 늘리고 있다.

핵융합 스타트업 경쟁은 자본력에서 아직 미국이 앞선다. 커먼웰스퓨전시스템은 고온초전도자석을 앞세운 토카막 방식으로 지난해 8억6300만 달러를 추가로 유치해 누적 조달액이 29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민간 핵융합 기업이고, 헬리온에너지도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압축하는 방식으로 최근 155억 달러 가치에 4억6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프록시마퓨전과 같은 스텔러레이터 방식을 쓰는 테아에너지(Thea Energy)도 최근 1억 달러 시리즈B를 유치하며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프록시마퓨전은 유럽에서는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았지만 두 미국 기업에는 아직 못 미치는 규모이며, 막스플랑크플라즈마물리연구소·바이에른주·RWE 등 유럽 공공·산업 자원을 직접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한다. 핵융합을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스타트업 지형 전반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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