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시간 버티는 ‘녹스는 배터리’…폼에너지, 7.5억 달러 투자유치


태양광과 풍력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람이 멈추고 해가 들지 않는 며칠이다. 지금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대개 4시간 분량이라 이 공백을 메울 수 없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위어턴의 폼에너지(Form Energy)가 내놓은 답은 100시간 넘게 전기를 뿜어내는 철-공기(iron-air) 배터리다.

100시간 버티는 '녹스는 배터리'…폼에너지, 7.5억 달러 투자유치

작동 원리는 ‘녹’이다. 전기를 내보낼 때 철이 산화돼 녹이 되고, 충전하면 그 녹이 다시 철로 돌아간다. 리튬이나 코발트 같은 값비싼 광물이 필요 없고, 불이 붙는 열폭주 위험도 없다. 회사는 배터리 소재의 80%를 미국에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확보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공급망에서 빠져 있다.

폼에너지는 시리즈G로 7억5,000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4억500만 달러 규모 시리즈F를 이끌었던 T.로프라이스(T. Rowe Price)가 이번에도 라운드를 주도했다. 이로써 누적 지분 조달액은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신규 투자자로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 야누스헨더슨, 프랭클린템플턴, PEAK6인베스트먼츠가 합류했다. 기존 투자자인 프렐류드벤처스, 엔진벤처스, TPG 라이즈 클라이밋, 캐프리콘 테크놀로지임팩트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 더스틴 모스코비츠·캐리 튜나 부부, 기가스케일캐피털, 코아튜, 에너지임팩트파트너스, NGP, GE 버노바, 블라인드스팟벤처스, M&G 카탈리스트펀드도 다시 참여했다. 모건스탠리가 단독 배치 에이전트를 맡았다.

수주 잔량 4배로…구글이 30GWh를 주문했다

자금이 몰린 배경은 수주다. 폼에너지가 확보한 철-공기 배터리 수주 잔량은 올해 초 약 20GWh에서 80GWh로 네 배가 됐다. 가장 큰 계약 상대는 구글이다. 구글은 미네소타 데이터센터에 쓸 30GWh 규모 설비를 주문했는데, 업계는 그 규모를 약 10억 달러로 추정한다. AI 인프라 기업 크루소(Crusoe)는 12GWh를 약정했고, 엑셀에너지와 퓨처에너지아일랜드도 고객이다.

수요의 뿌리는 AI 데이터센터다.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2035년까지 네 배로 늘어 전체 발전량의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하를 재생에너지로 버티려면 발전이 멈춘 구간을 며칠 단위로 메워줄 저장 설비가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구글이 앞서 전력을 직접 확보하려 인터섹트파워를 47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던 것과 같은 고민이, 이번엔 저장 쪽 대규모 발주로 나타난 셈이다.

투자금은 위어턴 공장의 생산 확대와 상업 배치에 투입된다. 경영진도 함께 보강했다. 새 최고재무책임자(CFO) 나브니트 고빌은 소프트뱅크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스에서 CFO 겸 투자위원회 위원으로 비전펀드 포트폴리오의 재무를 총괄했다. 새 최고운영책임자(COO) 웨스 슬론은 파나소닉에너지 북미법인 부사장으로 네바다 공장 생산을 지휘하며 대규모 배터리 제조를 이끌었고, 그전에는 롤스로이스에서 엔진 조립과 시험을 맡았다. 항공우주·자동차·에너지를 아우르는 25년 경력이다.

‘며칠을 버티는 저장’, AI 전력난의 새 격전지

AI가 만든 전력 병목은 저장 기술 전반으로 자본을 끌어당기고 있다. 열로 에너지를 모아두는 앤토라에너지가 5억5,000만 달러 시리즈C를 유치했고, 가정용 배터리를 묶어 전력망처럼 쓰는 베이스파워는 10억 달러 시리즈D로 기업가치 13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전력망의 남는 용량을 데이터로 찾아내는 그리드케어처럼 소프트웨어로 접근하는 곳도 나왔다.

폼에너지를 가르는 기준은 ‘시간’이다. 4시간짜리 리튬이온이 하루 안의 피크를 다루고 앤토라의 열배터리가 공장의 열 수요를 겨냥한다면, 폼에너지는 바람 없고 흐린 날이 며칠씩 이어지는 구간을 노린다. 흔하고 싼 철을 쓰는 만큼 저장 용량당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다만 덩치가 크고 무거우며 출력 반응이 느려, 리튬이온을 대체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맡아 보완하는 관계에 가깝다. 결국 다음 관문은 기술이 아니라 제조다. 80GWh에 이르는 수주 잔량을 실제 가동 설비로 바꿔낼 수 있느냐가 시험대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A Battery That Rusts to Store 100 Hours of Power: Form Energy Raises $75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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