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전력 병목 뚫는 스탠퍼드 스핀오프 ‘그리드케어’, 6,400만 달러 시리즈A 유치


AI 인프라 확장의 최대 걸림돌이 칩에서 전력으로 바뀌었다. 데이터센터를 완공하고도 전력망에 연결되기까지 6~10년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 속에서,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연구실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 해법을 들고 나왔다. “새로 지을 필요 없다, 이미 전력망 안에 숨겨진 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드케어 로고

그리드케어(GridCARE)는 5월 14일 서터 힐 벤처스(Sutter Hill Ventures) 주도로 6,4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모집액을 웃도는 오버서브스크라이브드로 마감됐다. 존 도어(John Doerr), 내셔널 그리드 파트너스(National Grid Partners), 퓨처 에너지 벤처스(Future Energy Ventures), 로렌 파월 잡스(Laurene Powell Jobs)의 에머슨 콜렉티브(Emerson Collective), 스탠퍼드대학교 등이 참여했고, 기존 투자자들도 합류했다. 지금까지 조달한 금액은 총 7,750만 달러다.

그리드케어는 스탠퍼드 도어 지속가능성 스쿨(Doerr School of Sustainability)에서 탄생한 기업으로, 2025년 스탠퍼드 지속가능성 가속기의 첫 스핀오프로 공식 출범했다.

“전력망의 70%는 지금도 놀고 있다”

그리드케어 공동창업자 겸 CEO 아밋 나라얀(Amit Narayan)은 이를 ‘에너지 공급 위기(Time-to-Energize Crisis)’라고 부른다. AI 팩토리는 지어졌는데, 전력이 들어오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구조적 모순이다.

뿌리는 전력망 운영 방식에 있다. 스탠퍼드 연구에 따르면 전력망 평균 가동률은 약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최대 부하에 대비해 비워둔 여유 용량이다. 그리드케어는 이 잠자고 있는 용량을 AI로 실시간 찾아내 데이터센터에 바로 이어주겠다는 것이다.

핵심 플랫폼 ‘그리드케어 에너자이즈(GridCARE Energize™)’는 물리 기반 AI 모델로 전력망의 혼잡도, 정전 이력, 기상 조건, 수요 변동을 실시간 분석한다. 새 변전소를 짓거나 송전선을 늘리지 않고, 기존 인프라 안에 숨어 있는 용량을 꺼내 쓰는 방식이다. 덕분에 수년씩 걸리던 망 연결 대기 기간을 수개월로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말한다.

공동창업자 겸 CTO이자 스탠퍼드 교수인 램 라자고팔(Ram Rajagopal)은 “AI 경제에 필요한 새로운 전력의 최대 원천은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이미 땅속에 있다”며 “그것을 눈에 보이게 만들고 수개월 안에 가동시키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말했다.

창업진은 화려하다. 나라얀과 라자고팔 외에 스탠퍼드 비츠&와츠(Bits & Watts) 이니셔티브의 량 민(Liang Min) 교수, 스탠퍼드 도어 스쿨 초대 학장이자 구글 에너지 부문 전 부사장인 아룬 마줌다(Arun Majumdar)가 팀에 있다. 구글 창립 이사회 멤버인 람 슈리람(Ram Shriram)은 올해 초 이사회에 합류했다.

포틀랜드 전력사와의 첫 실증, 400MW 확보 경로 열어

그리드케어는 이미 실적을 만들어 냈다. 2025년 10월 미국 주요 데이터센터 시장인 오레곤주 힐스보로에서 포틀랜드 제너럴 일렉트릭(Portland General Electric, PGE)과의 첫 공동 프로젝트로 400MW 이상의 용량 확보 경로를 실증했다. 첫 80MW는 2026년 안에 공급이 가능하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내셔널 그리드 파트너스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다. 추가 시장으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내셔널 그리드 그룹 최고전략책임자 스티브 스미스(Steve Smith)는 “기존 전력망에 잠든 용량을 책임감 있게 활성화하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면서도 안정성과 가격 적정성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리드케어는 12개 이상 시장에서 2GW 규모의 AI 컴퓨팅 용량 확보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전력 가속화’라는 새 카테고리

이번 라운드를 이끈 서터 힐 벤처스는 엔비디아(NVIDIA),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아스테라 랩스(Astera Labs)를 초기에 베팅한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 VC다. 매니징 디렉터 빅 밀러(Vic Miller)는 “전력은 AI 스택의 모든 레이어 아래에 깔린 기반”이라며 “파워 액셀러레이션(Power Acceleration)이 AI 경제 확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스타트업은 그리드케어만이 아니다. 퍼보 에너지(Fervo Energy)는 지열 발전으로, 붐 슈퍼소닉(Boom Supersonic)은 42MW급 가스터빈으로, 에너베뉴(EnerVenue)는 니켈-수소 배터리 저장으로 각자의 방식을 택했다. 이들이 새로운 발전원을 ‘짓는’ 쪽이라면, 그리드케어는 이미 깔려 있는 전력망에서 숨겨진 여유를 꺼내 바로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경로를 걸었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경쟁 구도 전반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그리드케어는 오는 9월 ‘그리드케어 파워 액셀러레이션 서밋(GridCARE Power Acceleration Summit)’을 열 계획이다. AI·에너지 분야 리더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전력 가속화’를 하나의 산업 카테고리로 공식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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