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배터리 앤토라에너지, 5억5천만 달러 시리즈C 유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제조업의 전력 수요가 동시에 늘면서 발전소를 더 짓는 것만으로는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워졌다. 태양광과 풍력은 생산량이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수요를 웃돌아 도매가격이 낮아지는 시간대에 전기를 집중적으로 저장했다가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주기 에너지저장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열배터리 앤토라에너지, 5억5천만 달러 시리즈C 유치

앤토라에너지(Antora Energy)는 전기를 화학물질이 아니라 뜨거운 탄소 블록에 저장하는 열배터리를 개발한다. 이름은 배터리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충전하는 장치가 아니다. 전기히터와 거대한 단열 보온고를 결합한 에너지 저장장치에 가깝다.

작동 방식은 세 단계다. 전력 도매가격이 낮은 시간대에 전기저항 히터로 산업용 탄소 블록을 최대 2,400℃까지 가열한다. 두꺼운 단열재 안의 탄소 블록은 이 에너지를 며칠 동안 열로 보관한다. 공장에 열이 필요하면 빛과 복사열 형태로 바로 꺼내 쓰고, 데이터센터나 전력망에 전기가 필요하면 열광전(TPV) 셀이 달아오른 탄소 블록의 빛을 전기로 바꾼다.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것과 비슷하지만 광원이 태양이 아니라 하얗게 달아오른 탄소 블록이라는 차이가 있다.

이 구조는 전기를 다시 열로 바꾸는 산업 현장에서 특히 유리하다. 화학·식품·철강 공장은 보일러와 가열로에 막대한 열을 사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한 뒤 다시 전기히터를 돌리는 대신, 처음부터 열로 저장해 필요한 온도로 공급할 수 있다. 탄소는 고온 산업에서 오래 사용된 소재로 공급망 제약이 작고 화재를 일으키는 전해질도 없다. 앤토라는 같은 공장제 모듈로 산업용 열과 전력을 모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스탠퍼드·MIT 연구에서 출발한 열배터리

앤토라에너지는 2018년 앤드루 포넥(Andrew Ponec), 저스틴 브릭스(Justin Briggs), 데이비드 비어먼(David Bierman)이 공동 설립했다. 포넥은 스탠퍼드대에서 에너지시스템공학을 전공했고, 브릭스는 같은 대학에서 고온 소재와 재생에너지 기술을 연구해 응용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어먼은 MIT에서 열을 전기로 바꾸는 고체 에너지 변환 기술을 연구했다.

포넥은 앞서 태양광 기업 드래곤플라이시스템즈를 창업해 2014년 선파워에 매각했다. 비어먼이 2017년 설립한 열에너지 저장 기업 메리골드파워는 이후 앤토라에너지에 합류했다. 세 창업자는 저렴한 재생전력을 대형 에너지 수요처가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열과 전력으로 바꾸는 문제에 집중했다.

5억5천만 달러로 미국 생산거점 확대

앤토라에너지는 5억5천만 달러 규모 시리즈C 투자를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모집액을 초과한 이번 라운드는 G2벤처파트너스(G2 Venture Partners)와 이클립스(Eclipse)가 공동 주도했다.

신규 투자자로 리빗캐피털(Ribbit Capital), 세일즈포스벤처스(Salesforce Ventures), 액티베이트캐피털(Activate Capital), 존 도어(John Doerr), 웨스틀리그룹(Westly Group), 스텝스톤그룹(StepStone Group), 리버티뮤추얼스트래티직벤처스(Liberty Mutual Strategic Ventures)가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디카보니제이션파트너스(Decarbonization Partners), 임팩트사이언스벤처스(Impact Science Ventures), 트러스트벤처스(Trust Ventures),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 로어카본캐피털(Lowercarbon Capital)도 후속 투자했다.

회사는 투자금을 미국 전역의 대형 프로젝트 배치와 생산 확대에 사용한다.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3개 동 규모 생산단지에 이어 미국 내 두 번째 제조 거점을 세우고, 공급망의 미국 내 조달 비중도 높일 계획이다. 2024년에는 디카보니제이션파트너스가 주도한 1억5천만 달러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해 첫 미국 공장의 생산 확대에 나선 바 있다.

12개월 만에 5GWh 프로젝트 가동

앤토라에너지는 지난 5월 미국 바이오연료 기업 포엣(POET)의 사우스다코타 공장에서 5GWh 규모 다일 열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가동을 시작했다. 200개가 넘는 열배터리를 배치한 프로젝트로, 착공부터 첫 에너지 공급까지 12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완전히 가동되면 저장용량 기준 세계 최대급 에너지저장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된다.

이 실적은 이번 투자유치의 핵심 배경이다. 기술 실증을 넘어 대량 생산과 대규모 현장 배치 속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앤토라에너지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산업 기업을 상대로 체결한 계약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사우스다코타 방식의 프로젝트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론도와 열배터리 경쟁…폼에너지는 전력망 겨냥

앤토라의 직접 경쟁사는 산업용 열배터리를 만드는 론도에너지(Rondo Energy)다. 두 회사 모두 전력가격이 낮은 시간대에 고체를 가열해 공장에 24시간 열을 공급한다. 차이는 저장 소재와 전기를 꺼내는 방식이다. 론도는 내화 벽돌을 1,100~1,500℃로 가열하고 뜨거운 공기나 증기를 공급하는 데 강점이 있다. 기존 보일러를 대체하는 산업용 열 공급이 중심이다.

앤토라는 탄소 블록을 최대 2,400℃까지 가열한다. 더 높은 온도의 열을 공급할 수 있고, 자체 열광전 셀로 빛을 전기로 직접 바꿀 수 있다. 증기터빈처럼 움직이는 발전 장치 없이 열과 전력을 같은 모듈에서 공급하는 것이 핵심 차별점이다. 고온 공정 중심인 론도와 달리 데이터센터 전력까지 주요 시장으로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는 기가에떼(Gigaette)가 산업 폐열과 재생전력을 저장하는 열배터리를 개발하며 9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반면 폼에너지(Form Energy)에너베뉴(EnerVenue)는 열보다 전력망용 전기 저장에 초점을 맞춘 인접 경쟁사다. 폼에너지는 철이 녹슬고 환원되는 원리를 이용해 전기를 최대 100시간 공급한다. 에너베뉴는 금속수소 배터리로 3억 달러를 유치했다. 두 회사 모두 저장된 에너지를 전기로 내보내는 전력망 시장이 중심이다.

베이스파워(Base Power)는 가정용 배터리를 묶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모델로 10억 달러를 유치했다. 정리하면 론도는 산업용 열, 폼에너지와 에너베뉴는 장주기 전력, 베이스파워는 가정용 분산 저장이 중심이다. 앤토라는 산업용 고온 열과 데이터센터용 전력을 한 시스템에서 공급하고, 이를 5GWh 규모로 빠르게 배치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핵융합과 차세대 원전, 지열, 전력망, 장주기 배터리 기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026 에너지 스타트업 지형도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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