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개발자용 AI 소프트웨어 이머전트, 시리즈C 1.3억 달러 투자유치


소상공인과 1인 창업자에게 정작 필요한 건 예쁜 웹사이트가 아니라 사업을 실제로 굴리는 소프트웨어다. 재고를 관리하고, 견적을 내고, 거래처와 정산하는 시스템 말이다. 그런데 이런 ‘프로덕션급’ 소프트웨어는 전통적인 외주 개발로는 비싸고 느리고, 정작 우후죽순 쏟아지는 바이브코딩 툴 대부분은 가벼운 웹사이트나 프로토타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AI 지출은 전년 대비 47% 늘어난 2조5,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고, 미국에서만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 156만 건의 신규 사업자 등록이 이뤄졌다. 창업은 느는데, 그 사업을 뒷받침할 소프트웨어를 만들 개발 인력과 자본은 턱없이 부족하다.

비개발자용 AI 소프트웨어 이머전트, 시리즈C 1.3억 달러

이 틈을 파고든 곳이 인도발 AI 소프트웨어 생성 플랫폼 이머전트(Emergent)다. 비개발자와 소상공인이 프롬프트만으로 CRM, ERP, 마켓플레이스, 내부 운영 툴 같은 풀스택 프로덕션급 웹·모바일 앱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지난 1년간 이 플랫폼에서 1,200만 개 넘는 앱이 만들어졌고, 이용자의 70%는 코딩 경험이 전혀 없다. 고객의 절반 이상은 이머전트가 없었다면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사업의 핵심을 떠받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창업자는 무쿤드 자(Mukund Jha) CEO와 쌍둥이 형제 마다브 자(Madhav Jha) CTO다. 인도 비하르의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두 형제는 열두 살 때부터 아버지가 사다 준 비주얼스튜디오 CD로 독학하며 코딩을 시작했다. 무쿤드는 모틸랄네루국립공과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에서 석사를 마친 뒤 구글 검색품질팀 엔지니어로 일했고, 이후 인도 최초의 퀵커머스 플랫폼 던조(Dunzo)를 공동창업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지난해 6월 형제가 다시 뭉쳐 만든 회사가 이머전트다.

이머전트는 프라이빗에쿼티 크리에지스(Creaegis) 주도로 시리즈C 1억3,000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신규 투자자 MNI벤처스-클레이폰드(Claypond), 센티넬글로벌(Sentinel Global)이 참여했고, 기존 투자자인 코슬라벤처스(Khosla Ventures)·소프트뱅크비전펀드2·라이트스피드·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도 추가로 투자했다. 이번 라운드로 기업가치는 4개월 만에 5배 뛴 15억 달러로 평가받으며, 정식 출시 1년 만에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누적 투자액은 2억3,000만 달러로 늘었다. 이머전트는 지난해 700만 달러 시드에 이어 9월 2,300만 달러 시리즈A를, 올해 1월에는 기업가치 3억 달러에 7,000만 달러 시리즈B를 유치한 바 있다.

무쿤드 자 CEO는 “우리의 원칙은 언제나 진지한 빌더를 위한 프로덕션급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 상자 안에 담긴 엔지니어링 팀을 제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머전트의 연환산 매출(ARR)은 1억2,000만 달러로 최근 4개월간 70% 늘었고, 유료 고객은 20만 명을 넘었다. 매출 지역별로는 북미와 유럽이 각각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인도 비중은 8~9%에 그친다. 트럭 화물 추적 시스템을 만드는 물류회사, ERP를 구축한 제조공장, 내부 고객관리 툴을 만든 부동산 관리업체 등이 실제 고객이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독성학 박사는 컨설팅 위주였던 사업을 이머전트로 제품화해 신규 문의가 5배, 월매출은 6만 달러 가까이 늘었고, 독일의 한 자영업자는 중고차 매매·정비 서비스를 잇는 마켓플레이스 ‘모토나마켓’을 만들어 외주 개발비 2만 달러를 아꼈다.

프라카시 파르타사라티(Prakash Parthasarathy) 크리에지스 파트너는 “오늘날 소상공인에게는 자율형 플랫폼으로 만들고 자동화하고 운영하며, 이전 시대의 불리함을 극복할 역사적인 기회가 주어졌다”며 “이머전트는 모든 창업자와 기업이 프로덕션급 소프트웨어와 자동화로 이 변화를 받아들이게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개발자용이 아닌, 사장님용 바이브코딩

이머전트가 스스로 꼽는 가장 가까운 경쟁자는 레플릿(Replit)이다. 무쿤드 CEO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 오픈AI의 코덱스, 커서(Cursor) 같은 개발자용 코딩 도구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비개발자에게는 코드 작성뿐 아니라 배포·호스팅·테스트·디버깅까지 알아서 처리해주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디자인은 여전히 약점이라고 그는 인정했다. AI 도구로 만든 웹사이트들이 서로 비슷비슷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비개발자를 겨냥한 러버블(Lovable)도 비슷한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대표 주자다. 바이브코딩 시장 전반의 경쟁 구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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