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AI ‘아톰스’, 17억 달러 투자 유치


생성형 AI가 디지털 세계의 언어와 이미지를 바꿨다면 다음 전장은 광산과 공장, 운송망, 주방처럼 물리적인 산업 현장이다. 센서와 소프트웨어, AI, 로봇을 하나의 운영 시스템으로 묶어 생산과 이동을 자동화하려는 ‘산업 AI’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산업 AI ‘아톰스’, 17억 달러 투자 유치

우버(Uber) 공동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이 시장에 대규모 승부수를 던졌다. 산업 AI 기업 아톰스(Atoms)가 17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기업가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앤드리슨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a16z)가 투자를 주도했다. a16z 공동 창업자 벤 호로위츠(Ben Horowitz)는 아톰스 이사회에 합류한다. 캘러닉이 자신을 축출했던 우버와 다시 손잡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우버는 이번 투자에 참여한 아톰스의 지분 파트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투자는 하나의 로봇 제품에 17억 달러를 베팅한 일반적인 투자유치와 성격이 다르다. 아톰스는 캘러닉이 우버 퇴임 이후 8년에 걸쳐 구축한 클라우드키친과 식품 소프트웨어, 주방 로봇, 자율주행 광산 트럭 사업을 하나의 지분 구조로 통합했다. 신생 스타트업이라기보다 여러 산업 자동화 사업을 묶은 운영회사에 가깝다.

음식·광산·운송을 하나의 산업 AI로

아톰스는 물리적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로 본다. 제조 시설은 연산을 담당하는 CPU, 부동산은 저장장치, 운송망은 네트워크에 해당한다. 여기에 센서와 AI, 로봇을 결합해 현실 세계의 상태를 이해하고 예측한 뒤 직접 제어한다는 구상이다.

회사가 현재 공개한 사업은 모두 7개다.

아톰스 푸드(Atoms Food)에는 배달 전문 공유주방 클라우드키친스(CloudKitchens), 레스토랑 주문 관리 소프트웨어 오터(Otter), 기업용 식사 배달 서비스 피크닉(Picnic), 식품 생산시설 사업 프로푸드(ProFood), 주방 로봇을 개발하는 랩37(Lab37)이 포함된다.

클라우드키친스는 배달 음식점이 일반 매장 없이 조리시설과 주문 관리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오터는 여러 배달 플랫폼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다. 랩37은 반복적인 조리 작업을 자동화해 음식의 품질과 생산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로봇 시스템을 개발한다.

아톰스 마이닝(Atoms Mining)의 핵심은 지난 4월 인수를 완료한 프론토닷에이아이(Pronto.ai)다. 프론토는 카메라와 센서, AI를 이용해 광산과 채석장의 대형 운반 트럭을 무인화한다. 특정 제조사의 신차만 지원하는 폐쇄형 시스템이 아니라 기존 중장비에도 장착할 수 있는 제조사 독립형 자율운송 시스템을 표방한다.

프론토는 앞서 중장비용 다중 센서 자율주행 기업 세이프AI(SafeAI)를 인수해 카메라 중심 제품부터 라이다와 레이더를 결합한 시스템까지 제품군을 넓혔다. 이후 아톰스가 프론토를 인수하면서 이 기술과 사업은 아톰스 마이닝의 기반이 됐다.

프론토는 하이델베르크머티리얼즈(Heidelberg Materials)와 3년에 걸쳐 세계 12개 이상 사업장의 트럭 100여 대에 자율운송 시스템을 적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텍사스 채석장에서는 8개월 동안 여러 제조사의 차량이 함께 운행하는 환경에서 200만 톤이 넘는 자재를 자율 운송했다.

아톰스 트랜스포트(Atoms Transport)는 물류용 특수 로봇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동 플랫폼을 개발한다. 회사는 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 한 종류로 모든 작업을 해결하기보다 산업 현장의 목적에 맞춘 전용 로봇이 비용과 효율 면에서 유리하다고 본다. 구체적인 첫 제품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우버에서 시작된 ‘비트에서 원자로’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은 우버에서 스마트폰과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현실 세계의 자동차와 운전자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캘러닉은 이를 물리적 세계를 디지털화한 첫 번째 단계로 설명한다.

2017년 우버에서 물러난 뒤에는 시티스토리지시스템즈(City Storage Systems)를 통해 클라우드키친스 사업을 확대했다. 음식 생산을 제조, 주방 부동산을 저장장치, 배달망을 네트워크로 해석한 ‘음식 컴퓨터’를 만들려는 시도였다.

아톰스는 이 구상을 음식 밖으로 확장한 결과물이다. 모든 물건은 땅에서 채굴하거나 재배한 원료를 가공하고 운송해 만들어진다. 캘러닉은 광산과 건설, 중량 운송, 식품 생산처럼 수조 달러 규모이면서 디지털화가 더딘 산업을 AI와 로봇으로 다시 설계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톰스는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아니다. 지난 3월 시티스토리지시스템즈의 이름을 아톰스로 바꾸고 클라우드키친스를 편입했으며, 이후 프론토를 인수했다. 이번 투자와 함께 그동안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사업의 지분 구조까지 하나로 합쳤다.

아톰스가 공개한 7개 사업 가운데 클라우드키친스와 오터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운영 중이며, 프론토도 실제 광산·채석장에 자율운송 시스템을 배치하고 있다. 초기 로봇 스타트업과 달리 기존 매출과 고객, 부동산, 생산시설,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 AI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논리의 핵심이다.

a16z와 15년 만에 맺은 인연

이번 투자에는 a16z가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다. 아톰스가 공개한 지분 파트너 명단에는 베인캐피털(Bain Capital), 우버, 피프스월(Fifth Wall), 케미스트리(Chemistry), A스타(A*), K5글로벌(K5 Global), 앱스트랙트(Abstract), SV엔젤(SV Angel), 알파스퀘어그룹(Alpha Square Group)도 포함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JP모건, 바클레이스는 부채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아톰스가 이번에 발표한 17억 달러는 회사가 명시한 지분 투자 금액이다. 기존 또는 별도 부채 조달액은 포함하지 않았다.

캘러닉과 a16z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16z는 우버 투자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우버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조직문화와 규제 논란을 겪었고, 캘러닉은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캘러닉은 이번 거래를 15년 동안 끝내지 못한 일, 즉 ‘Unfinished Business’라고 표현했다. 벤 호로위츠가 아톰스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두 사람은 마침내 한 회사에서 함께 일하게 됐다.

a16z는 아톰스 투자 배경을 공개하며, 로봇이 물건을 만들고 이동시키고 저장하는 ‘원자의 세계’까지 컴퓨터가 확장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범용 휴머노이드보다 특정 산업의 작업에 맞춰 설계한 특수 로봇이 먼저 큰 시장을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축출했던 창업자에게 투자한 우버

우버의 투자 참여는 이번 거래에서 가장 상징적인 부분이다. 캘러닉은 2009년 우버를 공동 창업하고 세계 최대 승차공유 플랫폼으로 성장시켰지만, 직장 내 성희롱과 차별, 공격적인 경영문화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2017년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고 물러났다.

캘러닉은 우버 재직 당시 자율주행 사업도 직접 추진했다. 그러나 구글 출신 자율주행 엔지니어 앤서니 레반도프스키(Anthony Levandowski)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 분쟁이 벌어졌고, 우버는 웨이모(Waymo)와 소송 끝에 합의했다. 캘러닉 퇴임 후 우버는 2020년 자율주행 사업부를 오로라(Aurora)에 매각했다.

현재 프론토를 이끄는 인물도 레반도프스키다. 아톰스가 프론토를 인수하고 우버가 아톰스에 투자하면서, 우버 시절 중단됐던 캘러닉의 자율주행 구상이 산업용 운송이라는 형태로 다시 이어지게 됐다.

다만 아톰스는 당장 승용 로보택시 시장에 진입하기보다 광산과 채석장, 물류시설처럼 운행 범위가 제한되고 반복 작업이 많은 산업 현장에 집중한다. 규제와 안전 변수가 많은 일반도로보다 자율주행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시장이다.

산업 AI 경쟁, 범용 휴머노이드와 전용 기계의 대결

아톰스의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는 휴머노이드 기업보다 기존 중장비를 자율화하는 회사들이다.

베드록 로보틱스(Bedrock Robotics)는 웨이모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건설장비 자율주행 기업이다. 굴착기와 불도저 같은 기존 장비에 센서와 컴퓨팅 시스템을 장착해 무인으로 운영한다. 베드록은 올해 2억7천만 달러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액을 3억5천만 달러 이상으로 늘렸다.

아톰스가 인수한 프론토와 베드록은 모두 사람이 타던 중장비를 자율화한다. 프론토가 광산과 채석장의 운반 트럭에 집중한다면 베드록은 건설 현장의 굴착·토공 장비까지 겨냥한다. 신형 로봇을 새로 판매하기보다 고객이 보유한 기존 장비를 개조해 도입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는 점도 비슷하다.

캐터필러(Caterpillar)와 코마쓰(Komatsu) 같은 대형 장비 제조사도 이미 광산용 무인 운반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들은 장비와 유지보수망을 직접 보유한다는 강점이 있다. 반면 프론토와 베드록은 제조사에 관계없이 여러 종류의 기존 장비를 자율화하는 개방형 접근으로 경쟁한다.

전용 로봇이냐, 범용 휴머노이드냐

다른 경쟁축에는 사람처럼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범용 휴머노이드가 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는 두 발로 걷고 물류 상자를 운반하는 디짓(Digit)을 창고와 제조 현장에 배치했다. 회사는 최근 SPAC 합병을 통해 25억 달러 가치로 상장을 추진하며 휴머노이드 기업 최초의 공개시장 진입에 나섰다.

피규어 AI(Figure AI)는 제조와 물류, 가정에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범용 휴머노이드를 개발한다. 지난해 10억 달러 이상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390억 달러를 인정받았고, 자체 로봇 AI 모델과 하드웨어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앱트로닉(Apptronik)은 휴머노이드 ‘아폴로’를 제조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구글과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협력하며 시리즈A에서 총 9억3,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들 기업은 사람을 위해 설계된 기존 공간과 도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를 지향한다. 아톰스는 반대편에 서 있다. 사람과 같은 몸을 만드는 대신 광산 운반, 음식 조리, 산업 물류처럼 작업이 명확한 분야에 특수 목적 기계를 배치하는 전략이다.

전용 로봇은 작업당 비용과 생산성에서 유리하지만 다른 업무로 전환하기 어렵다. 휴머노이드는 적용 범위가 넓지만 아직 가격과 신뢰성, 작업 속도에서 기존 전용 장비를 넘어서야 한다.

로봇 두뇌를 파는 기업과도 다른 전략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스킬드 AI(Skild AI)는 여러 형태의 로봇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범용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다. 로봇의 ‘두뇌’를 만들어 다양한 하드웨어 기업에 공급하려는 전략이다.

아톰스는 AI 모델만 공급하지 않는다. 로봇과 센서,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광산 운영, 주방 부동산, 생산시설과 고객 서비스까지 직접 묶는다. 피지컬 인텔리전스와 스킬드 AI가 수평적인 로봇 AI 플랫폼을 지향한다면, 아톰스는 특정 산업의 전체 운영 구조를 수직 통합한다.

이 방식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축적하고 기술을 곧바로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음식과 광산, 운송은 고객과 규제, 장비, 공급망이 모두 다르다. 서로 다른 사업을 하나의 기술 플랫폼으로 묶는 시도가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지나친 복잡성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기업가치와 사업별 매출, 17억 달러의 구체적인 배분 계획도 공개되지 않았다.

아톰스는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라기보다 AI가 현실에서 일할 수 있도록 로봇과 시설, 운영 체계를 함께 만드는 회사에 가깝다. 17억 달러라는 대규모 자금은 캘러닉이 축적한 개별 사업을 하나의 산업 AI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데 투입된다.

우버가 사람과 자동차를 연결해 운송 산업을 소프트웨어화했다면, 아톰스는 광산의 트럭과 주방의 조리시설, 물류용 로봇까지 하나의 컴퓨터처럼 운영하려 한다. 캘러닉이 말하는 ‘비트에서 원자로’의 전환이 새로운 산업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지나치게 넓은 제국 건설로 끝날지는 실제 현장 배치와 생산성 개선이 결정하게 된다.

피지컬 AI 기업과 경쟁 구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피지컬 AI 시대의 로봇 전쟁을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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