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연결기술 엘리얀, 1.45억 달러 투자유치하며 유니콘 등극


AI 인프라가 커질수록 정작 발목을 잡는 건 칩의 연산 성능이 아니라 ‘칩과 칩을 잇는 길’이다. GPU 하나에서 랙(rack) 단위, 나아가 클러스터 규모로 시스템이 확장되면서, 칩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 대역폭과 메모리 용량, 전력 효율이 오히려 전체 성능의 한계로 떠올랐다. 아무리 빠른 칩을 만들어도 그것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AI 칩 연결기술 엘리얀, 1.45억 달러 투자유치하며 유니콘 등극

이 ‘연결의 병목’을 겨냥한 곳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엘리얀(Eliyan)이다. 칩 안의 다이(die)끼리(다이 투 다이), 칩과 칩끼리(칩 투 칩), 랙과 랙끼리(랙 투 랙)를 잇는 ‘칩렛(chiplet) 인터커넥트’ 기술을 만든다. 쉽게 말해 여러 반도체 조각을 레고처럼 촘촘히 붙여 하나의 고성능 시스템으로 엮어주는 연결 원천기술이다. 실리콘으로 검증된 물리계층(PHY) 제품군 ‘뉴링크(NuLink)’와 칩렛 제품군 ‘뉴기어(NuGear)’가 대표 상품으로, AI 스케일업·스케일인 네트워크에서 입출력(I/O)·메모리·전력이라는 ‘벽’을 허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엘리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기 신호를 빛으로 주고받는 ‘광(電光) 인터커넥트’ 시장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기존에 강점을 가진 전기식 인터커넥트에 광 기술을 더해, 칩 패키지 내부의 전기 연결부터 시스템 전체를 잇는 광 패브릭까지 AI 인프라 연결의 전 구간을 아우르겠다는 구상이다. 10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했고, 하이퍼스케일러·AI 가속기·메모리·인프라 고객사들이 이미 엘리얀 기술을 도입했거나 검토 중이다.

CEO 겸 공동창업자 라민 파르자드라드(Ramin Farjadrad)는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를 받은 반도체 통신 전문가다. 2005년 멀티기가비트 이더넷 기업 아쿠안티아(Aquantia)를 공동 창업해 상장까지 이끈 뒤 2019년 마벨(Marvell)에 4억5,000만 달러에 매각했고, 마벨에서 네트워킹·자동차 PHY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칩렛 연결 표준(OCP의 ‘Bunch of Wires’)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2021년 패트릭 소헤일리(Patrick Soheili), 사이러스 지아이(Syrus Ziai)와 함께 엘리얀을 세웠다.

엘리얀은 셀리그먼벤처스(Seligman Ventures) 주도로 시리즈C에서 총 1억4,500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초과청약된 이번 라운드로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인정받아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시스코인베스트먼츠(Cisco Investments)와 광통신 부품 기업 루멘텀(Lumentum)이 신규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는데, 이는 하이퍼스케일러·칩 개발사·메모리·광모듈 업체들 사이에서 엘리얀 기술의 활용도가 높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셀리그먼벤처스의 우메시 파드발(Umesh Padval) 매니징파트너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엘리얀 이사회에 합류한다. 파드발은 “AI 시스템이 계속 확장되면서 연산과 메모리를 잇는 효율적인 전기·광 인터커넥트가 현대 AI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 되고 있다”며 “100건 넘는 특허, 주요 고객사, 12개 전략적 투자자의 검증이 이번 투자를 이끈 이유”라고 말했다. 새 자금은 차세대 인터커넥트 기술·제품 개발과 생태계 파트너십 확대, 생산 확충에 쓰인다.

AI 데이터센터 ‘연결 전쟁’, 빛으로 확전

AI 칩을 잇는 인터커넥트는 이미 반도체 업계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엔비디아(NVIDIA)는 자사 고속 연결 기술 ‘NV링크(NVLink)’를 사실상 표준으로 굳히기 위해 마벨(Marvell)에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NV링크를 외부에 개방했고, 전기 신호의 한계를 넘으려 불과 3개월 만에 실리콘 포토닉스(광반도체)에 65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GPU 병목 해결에 나섰다.

빛으로 칩을 잇는 광 인터커넥트 진영에선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거세다. 대표 주자인 에이어랩스(Ayar Labs)는 ‘AI 데이터센터의 연결 병목을 빛으로 푼다’며 지난 3월 5억 달러를 유치했고, 광 연결망 ‘포토닉 패브릭’을 앞세운 셀레스티얼AI(Celestial AI)도 2억5,000만 달러를 유치하며 주목받았다. 엘리얀은 이들처럼 광 일변도로 가는 대신, 기존에 강점을 지닌 전기식 인터커넥트에 광 기술을 더한 ‘하이브리드’ 접근으로 칩 패키지 내부부터 시스템 전체까지 연결 전 구간을 아우르겠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한다. 공교롭게도 창업자가 아쿠안티아를 매각했던 마벨 역시 이 인터커넥트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경쟁 지형 전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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