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3개월 만에 포토닉스에 65억 달러…GPU 병목 해결 나섰다


AI 훈련 클러스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데이터센터의 숨겨진 병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천 개의 GPU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시키려면 칩 사이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관건이다. 그동안 그 역할을 해온 구리 배선이 물리적 한계에 다다랐다. 전기 신호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포토닉스(photonics)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엔비디아, 3개월 만에 포토닉스에 65억 달러…GPU 병목 해결 나섰다

엔비디아(NVIDIA)가 2026년 3월 이후 단 세 달 만에 포토닉스 기업들에 최소 65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업계에서 단일 투자자가 이 분야에 이 정도 규모를 집행한 건 전례가 없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4조 달러에 달하고 분기 매출이 440억 달러를 넘기는 상황에서 65억 달러는 대차대조표상 반올림 오차 수준이다. 하지만 포토닉스 업계 전체 연간 매출에 비하면 상당한 비중이다.

65억 달러는 어디로 갔나

투자의 상당 부분은 기존 광학 부품 제조사에 집중됐다. 엔비디아는 코히런트(Coherent)와 루멘텀(Lumentum)에 각각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구매 약정을 포함시켰다. 마벨(Marvell)에도 20억 달러가 들어갔다. 마벨은 2025년 12월 실리콘 포토닉스 스타트업 셀레스티얼 AI(Celestial AI)를 인수하고 AI 네트워킹용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섬유 제조사 코닝(Corning)에는 최대 32억 달러가 투입됐다. 5억 달러 규모의 지분 워런트와 다년간 구매 계약을 합친 금액이다. 코닝은 이 자금으로 미국 내 광연결 제조 역량을 10배, 광섬유 생산량을 50% 이상 늘릴 계획이다. 노스캐롤라이나와 텍사스에 첨단 제조 공장 3곳을 신설해 3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

에이어랩스(Ayar Labs)의 5억 달러 규모 시리즈E에도 엔비디아가 참여했다. AMD, 미디어텍(MediaTek)과 공동 투자해 에이어랩스의 기업가치를 37억5천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에이어랩스는 프로세서에 직접 통합할 수 있는 실리콘 포토닉스 칩렛을 개발한다. 대형 거래들이 겨냥하는 개별 광모듈을 넘어 ‘코패키지드 옵틱스(co-packaged optics)’ 기술의 다음 단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구리가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

문제는 물리학이다. 구리 인터커넥트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높아질수록 신호 무결성이 떨어진다. 전력 소비도 급증한다. 단일 랙 안에서는 구리로도 감당할 만하다. 하지만 AI 훈련 클러스터가 여러 랙에 걸쳐 확장되면 칩 간 거리가 구리가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이 이 분기점을 보여준다. 576개 GPU를 8개 랙에 배치한 ‘베라 루빈 울트라 NVL576’ 슈퍼컴퓨터는 랙 내부에는 구리를, 랙 간에는 광인터커넥트를 쓴다. Jensen Huang은 이 플랫폼을 ‘대만 역사상 가장 큰 제품 출시’로 칭했다. 단일 시스템에 거의 200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대만의 150개 생태계 파트너가 제조에 참여한다.

구리에서 광으로의 전환은 미래의 일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2025년 3월 TSMC, 코히런트, 루멘텀, 코닝, 폭스콘과 함께 상용 등급 코패키지드 옵틱스 네트워킹 스위치인 퀀텀-X(Quantum-X)와 스펙트럼-X 포토닉스(Spectrum-X Photonics) 플랫폼을 출시했다. 65억 달러 투자는 베라 루빈이 요구할 물량을 공급망이 생산할 수 있게 보장하려는 포석이다.

공급망 선점 경쟁

엔비디아의 대규모 포토닉스 지출은 경쟁사들의 우려를 낳았다. 코히런트와 루멘텀에 대한 구매 약정 때문에 2027년까지 고성능 레이저 부품의 글로벌 물량이 사실상 엔비디아에 묶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경쟁 칩 제조사와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은 대기열 뒤로 밀리게 된다.

AMD와 미디어텍이 에이어랩스에 공동 투자로 대응했지만 규모 면에서 엔비디아의 포토닉스 베팅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투자들은 지정학적 의미도 갖는다. Jensen Huang은 화웨이 칩으로 프런티어 AI를 운영하는 중국 경쟁자가 등장하면 미국에 손해가 된다고 밝혔다. 미국 내 포토닉스 제조 확보는 같은 전략적 맥락 안에 있다.

포토닉스 시장의 다른 플레이어들

엔비디아만 이 시장에 뛰어든 건 아니다. 라이트매터(Lightmatter)는 기업가치 44억 달러로 3D 적층 실리콘 포토닉스 엔진 ‘패시지(Passage)’를 개발 중이다. 2026년 3월 발표한 L20 모듈은 양방향 각각 6.4테라비트/초 속도를 달성한다. 2026년 말 샘플 출하를 앞두고 있다. 브로드컴(Broadcom), 인텔(Intel), 시스코(Cisco)도 광인터커넥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 같은 생태계 수준의 투자를 단행한 곳은 없다.

데이터센터 수준에서 보면 코어위브(CoreWeave), 람다(Lambda), 플루이드스택(Fluidstack) 같은 GPU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광인터커넥트 기반 인프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투자 패턴은 일관적이다. 자본은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부품을 만들거나, 대규모로 엔비디아 GPU를 구매하는 기업에 흘러간다. 포토닉스 거래도 같은 논리를 따른다. 구리가 병목이고 물리학이 그렇게 말한다면, 포토닉스 공급망을 지배하는 자가 AI 인프라 배치의 속도를 지배한다. 65억 달러는 그 판단에 엔비디아가 건 베팅이다.

AI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 지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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