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원자력 발라아토믹스, 10억 달러 시리즈B 투자유치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탄소도 안 나오는 에너지원인 원자력은, 정작 업계 최악의 ‘비용 곡선’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첫 원자로가 지어진 지 70년이 넘도록 전통적 원전은 짓는 데 막대한 돈과 수십 년이 들었고, 미국의 공급망과 숙련 인력은 오랜 오프쇼어링으로 약해졌다. AI발 전력 수요가 배로 뛴다는 전망이 쏟아지는데도, 이 비용 곡선을 고치려는 이는 드물었다.

SMR 원자력 발라아토믹스, 10억 달러 시리즈B 투자유치

이 문제를 ‘제조업의 경제학’으로 풀겠다고 나선 곳이 미국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스타트업 발라아토믹스(Valar Atomics)다. 원자로를 프로젝트 단위로 하나씩 짓는 대신,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듯 찍어내 값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수직계열화와 하드웨어 우선주의를 택했고, 연료조차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원자로 옆 실험실에서 직접 만든다.

발라아토믹스는 최근 잇단 ‘최초’ 기록을 세웠다. 지난 6월 18일 자사 원자로 ‘워드250(Ward 250)’이 자립적 임계에 도달하며, 국립연구소 밖에서 원자로를 임계에 올린 최초의 기업이 됐다. 일주일 뒤에는 이 원자로로 생산한 전기로 엔비디아(NVIDIA)의 블랙웰(Blackwell) 시스템을 구동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는데, 첨단 원자로가 AI 인프라에 직접 전력을 공급한 첫 사례였다. 이 자리에서 발라아토믹스와 엔비디아는 워드250의 무(無)냉각수 기술에 맞춘 30MW급 무냉각수 ‘AI 팩토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워드250은 헬륨으로 냉각하고 트리소(TRISO) 연료를 쓰는 고온가스로다.

창업자 겸 CEO 아이제이아 테일러(Isaiah Taylor)는 3년 전 발라아토믹스를 세웠다. 창업 2년 만에 비핵 시제품 ‘워드제로’를 완성하고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노바(NOVA)’ 코어의 저온 임계를 달성했으며, 미 에너지부의 원자로·차세대 핵연료 파일럿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발라아토믹스는 세쿼이아캐피탈(Sequoia Capital) 주도로 시리즈B에서 10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세쿼이아의 숀 매과이어(Shaun Maguire) 파트너가 이사회에 합류하며, 아트레이데스매니지먼트(Atreides Management), 컨빅션(Conviction), 포인트72(Point72), 밸러에쿼티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 등 신규·기존 투자자가 대거 참여했다. 여기에 에레보르뱅크(Erebor Bank)를 주관사로 J.P.모건, 크레센트코브, 헤라클레스캐피탈이 참여한 2억 달러 규모 신용공여(credit facility)도 별도로 확보했다.

회사는 기업가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는 이번 라운드로 발라아토믹스의 기업가치가 종전의 세 배인 60억 달러로 평가됐다고 보도했다. 새 자금은 원자로 한 대를 ‘시연’하는 단계에서 원자로 ‘함대(fleet)’를 대량생산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데 쓰인다. 워드250이 가동하며 쌓는 엔지니어링·제조·운영 데이터를 다음 원자로에 먹이는 ‘지속 학습 루프’로, 생산은 갈수록 단순해지고 배치는 빨라진다는 게 회사의 논리다. 실제로 노바 코어 완성엔 2년이 걸렸지만, 워드250을 임계에 올리는 데는 7개월이 걸렸다.

‘AI 시대 전력난’ 해결사로 뜬 SMR 경쟁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자본이 몰리는 격전지가 됐다. 발라아토믹스와 같은 고온가스로·트리소 연료 방식을 쓰는 엑스에너지(X-energy)는 7억 달러를 유치했고, 컨테이너 크기 휴대용 원자로를 만드는 라디언트(Radiant)도 시리즈D로 3억 달러를 확보했다. 마이크로 원자로로 미군 에너지 자립에 도전하는 안타레스(Antares), 해상 SMR을 표방하는 블루코어에너지(Bluecore Energy)까지 진영도 다양하다. 발라아토믹스는 이들과 달리 원자로를 이미 국립연구소 밖에서 임계에 올려 실전 가동하고, 연료 생산까지 내재화한 ‘수직계열화 대량생산’을 승부수로 내세운다. AI 열풍이 불붙인 에너지 스타트업 경쟁 지형 전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