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대신 우주 레이저로…데이터 전송 ‘EON’, 1,075만 달러 투자유치


대륙 간 데이터의 95%는 지금도 30년 전과 같은 방식, 즉 해저에 깔린 광케이블을 통해 오간다. 전 세계에 가동 중인 해저 케이블 시스템은 약 500개뿐이고, 하나를 놓는 데 계획부터 개통까지 10년 가까이 걸린다. 문제는 이 인프라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홍해·발트해·대만 인근에서 해저 광케이블이 잇따라 끊겼지만, 대부분 책임 소재가 규명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케이블 위치는 공개돼 있어 적대 세력의 손쉬운 표적이 된다.

해저케이블 대신 우주 레이저로…데이터 전송 'EON', 1,075만 달러 투자유치

이 문제를 우주에서 풀겠다는 곳이 미국의 우주 광통신 스타트업 EON(Endeavor Optical Networks)이다. 지상국이 레이저로 중궤도(MEO) 위성에 데이터를 쏘면 위성이 이를 받아 대양 반대편 지상국으로 되쏘는 ‘벤트파이프(bent-pipe)’ 방식으로, 초당 수 테라비트(Tbps)급 대륙 간 대역폭을 해저를 전혀 거치지 않고 전송한다. 지상국은 기존 육상 광케이블에 연결되며, 초기 목표 전송속도는 초당 2.4테라비트다. 케이블선 부설처럼 수년이 아니라 수개월 안에 용량을 열 수 있고, 하늘이 트인 곳이면 어디든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하이퍼스케일러·CDN·통신사·AI 랩·국가기관 등 기존 인프라로는 부족할 만큼 데이터가 많은 고객을 겨냥한다.

EON은 2026년 5월 설립됐다. 공동창업자인 찰리 호로위츠(Charlie Horowitz) CEO는 우주 제조 스타트업 에이펙스스페이스(Apex Space)에서 비서실장과 특수프로젝트 디렉터를 지냈고, 타일러 프레서(Tyler Presser) CTO는 우주 소프트웨어 기업 어드밴스드스페이스(Advanced Space) 출신이다. 최근 구글 글로벌 네트워크 인프라팀에서 15년 경력을 쌓은 마이클 데이비드 프랑수아(성장 총괄), JPL·아마존 LEO에서 광학 설계를 담당한 웨슬리 백스터(레이저통신 총괄)도 합류했다.

EON은 제너럴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와 앤드리슨호로위츠(a16z)가 공동 주도한 시드 라운드에서 1,075만 달러를 유치하며 스텔스에서 벗어났다. 메인오브젝트(Main Object), XYZ벤처캐피털(XYZ Venture Capital), 업프런트벤처스(Upfront Ventures)도 참여했다. EON은 수십 기의 중계 위성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 사업을 ‘과학 프로젝트’가 아니라 처음부터 수익이 나는 사업으로 규정한다. 10년 전이면 이 시스템에 필요한 우주선 값이 지금의 10배는 됐겠지만, 우주 산업이 맞춤형 고가 장비에서 상용 기성품(COTS)으로 옮겨가며 표준·검증 부품·공급망이 갖춰진 덕에 경제성이 성립하게 됐다는 것이다. EON은 “해저 케이블보다 낮은 비용으로 비트를 옮기는 것”을 사업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레이저 우주통신, 해저케이블의 대안으로 부상

위성에 레이저를 실어 데이터를 나르는 ‘우주 광통신’은 최근 자본이 몰리는 분야다. 국내외에서 가장 가까운 사례로, 레이저로 우주 인터넷을 구현하는 옵저버블 스페이스(Observable Space)가 9,000만 달러를 유치한 바 있다. 위성 통신 칩을 만드는 세슘아스트로(CesiumAstro)는 4억7,000만 달러를 확보했고, 국내에서도 인세라솔루션이 우주광통신 핵심기술 개발에 나섰다. 스페이스X 스타링크가 위성 간 레이저 링크를, 알파벳에서 분사한 알레리아(Aalyria) 등이 광통신 기술을 밀고 있는 가운데, EON은 ‘지상국-MEO 위성-지상국’ 벤트파이프로 해저케이블 자체를 대체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우주 스타트업 경쟁 지형 전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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