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보안 포르태지스, 5천만 달러 투자유치


AI가 컴퓨팅의 속도와 자율성을 끌어올리는 사이, 양자컴퓨팅은 지금 시스템이 의존해온 암호 기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동시에 컴퓨팅·데이터·핵심 인프라를 누가 통제하느냐가 각국 정부와 산업계의 전략적 화두로 떠올랐다. 보안을 디지털 시스템 위에 나중에 얹는 방식으로는 이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실리콘 보안 포르태지스, 5천만 달러 투자유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포르태지스(Fortaegis Technologies)는 보안 자체를 컴퓨팅의 토대로 만드는 회사다. 회사가 만든 ‘포르태지스 실리콘 플랫폼’은 하드웨어·펌웨어·암호화·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풀스택 시큐어 컴퓨트(Secure Compute) 아키텍처다. 실리콘의 물리적 특성 자체에 보안을 뿌리내리고, 정체성·보안·정책·오케스트레이션을 활성화된 모든 노드로 확장해 수백만 대의 기기·에이전트에 걸쳐 신뢰를 기계 속도로 구축한다. 별도 조치 없이도 태생적으로 양자컴퓨팅 공격에 안전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 방식이 소프트웨어 보안과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은 신뢰의 출발점이다. 소프트웨어 보안은 그 아래 있는 운영체제·펌웨어가 뚫리면 함께 무의미해지고, 암호키를 메모리나 디스크 어딘가에 저장해야 하므로 사이드채널 공격이나 공급망 단계의 키 유출로 도난당할 대상이 남는다. 포르태지스가 택한 방식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하고 무작위적인 물리적 편차(PUF, 물리적 복제 불가 함수 계열 기술)를 그때그때 읽어 키를 만들고, 쓰지 않을 때는 저장해두지 않는다. 훔칠 대상 자체가 없고, 같은 설계로 찍어낸 칩이라도 개별 칩마다 복제 불가능한 ‘지문’을 갖게 돼 위조 부품을 걸러내기도 쉽다. 양자컴퓨팅 위협에도 대응 방식이 다르다 — 소프트웨어 암호는 알고리즘을 양자내성 방식으로 바꾸면 되지만, 지금 가로챈 암호문을 저장해뒀다가 미래 양자컴퓨터로 나중에 복호화하는 ‘하비스트 나우, 디크립트 레이터(harvest now, decrypt later)’ 공격에는 알고리즘 교체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 애초에 저장된 키가 없으면 훔쳐서 나중에 풀 대상 자체가 사라진다. 여기에 출하 단계에서 칩마다 인증서를 별도로 주입할 필요가 없어 공급망 유출 지점이 줄고, 암호 연산을 전용 회로로 처리해 범용 CPU 기반 소프트웨어보다 속도도 빠르다. 다만 하드웨어에 새긴 보안은 설계 이후 유연하게 고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포르태지스는 신뢰의 뿌리는 실리콘에 고정하되 그 위의 정책·오케스트레이션은 소프트웨어로 관리하는 ‘풀스택’ 구조로 이 단점을 보완한다.

창업자 부데베인 베이난스(Boudewijn Wijnands) 최고경영자(CEO)는 옥스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크레디트스위스·ABN암로 등에서 실무를 익힌 뒤 유엔·주가나 네덜란드 대사관·유럽집행위원회에서 공공부문 경험을 쌓았다. 포브스 ’30세 이하 30인’에 이름을 올린 두 번째 창업 도전자로, 2022년 말 포르태지스를 설립했다. 그는 서방과 동맹국의 안보·번영이 점점 더 컴퓨팅의 토대를 누가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AI와 양자컴퓨팅이 그 질문을 더 절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은 디지털 시스템 위에 얹는 것이 아니라 컴퓨팅 토대 자체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확신에서 포르태지스를 세웠고, 이번 투자로 그 사명을 전 세계로 가속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포르태지스는 초과청약된 시리즈A 라운드로 5천만 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기존 투자자인 세렌디피티 캐피탈(Serendipity Capital)이 라운드를 이끌었다. 도쿄일렉트론의 CVC인 TEL벤처캐피탈(TEL Venture Capital)과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기구 TNO, 프로드라이브 테크놀로지스(Prodrive Technologies)가 전략·공급망·산업 파트너로 참여했고, NP하드벤처스(NP-Hard Ventures)·노바캐피탈(NovaCapital)·액세스벤처스(Access Ventures)·코얼리션캐피탈(Coalition Capital)도 이름을 올렸다. 퀀티눔(Quantinuum) 창업자이자 포르태지스 의장인 일리아스 칸(Ilyas Khan), 칼라일 글로벌 항공우주·방산·정부부문 대표 이안 후지야마(Ian Fujiyama), 옥스퍼드대 교수이자 ‘실크로드’ 저자 피터 프랭코판(Peter Frankopan)도 개인 투자자로 참여했다. 포르태지스는 2025년 3월 세렌디피티 캐피탈 주도로 1천만 달러 시드 투자를 받은 바 있다.

2023년 10월 법인 설립 이후 포르태지스는 유럽·미국·아시아로 사업을 넓혀 반도체 인프라, 방산, AI 인프라, 통신 등 핵심 산업 25개 이상의 기업·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고객 자금 지원 개발 프로그램과 플랫폼 채택은 기술 검증 단계를 지나 생산 검증·상용 배치 단계로 옮겨가는 추세다. 특허는 17건을 출원했고 14건을 추가로 준비 중이며, 자체·고객 테스트에서 기존 방식보다 200배 빠른 연결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같은 하드웨어 기반 아키텍처가 서버랙 탑재형, 강화형 엣지, 소형 엣지, 임베디드 실리콘 등 다양한 배치 방식을 지원해, 포르태지스 실리콘 플랫폼 하나로 통합 인프라를 구현한다.

칩워(Chip War) 저자이자 포르태지스 미국 이사회 멤버인 크리스 밀러(Chris Miller)는 컴퓨팅 인프라가 오늘날 지정학·경제 경쟁의 중심 무대가 됐으며, AI가 발전하고 양자컴퓨팅이 부상하는 지금 컴퓨팅 토대의 보안과 통제가 필수라고 말했다. 포르태지스는 이 과제를 아키텍처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금은 미국·유럽·싱가포르·일본에서 FPGA 제품의 생산·상용 배치를 확대하고 ASIC 로드맵을 진전시키는 한편, 엔지니어링·영업 조직을 키우는 데 쓰인다.

퀀티눔 창업자이자 포르태지스 의장인 일리아스 칸은 AI와 양자컴퓨팅이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컴퓨팅 아키텍처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퀀티눔을 창업하고 키운 경험에서, 최전선에서 출발한 기술이 결국 기반 인프라가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며, 포르태지스가 시큐어 컴퓨트 분야에서 같은 길을 갈 기술과 야망을 갖췄고 향후 수십 년간 컴퓨팅 확산에 필수적인 존재가 되며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르태지스는 정부·글로벌 기업·전략 기술 파트너와 함께 보안·성능·복원력이 핵심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런 협력이 고객 자금 기반 엔지니어링·기술 검증에서 제품 검증·양산 배치 단계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 프로드라이브 테크놀로지스의 피터 얀선(Peter Janssen)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시큐어 컴퓨트가 여러 산업에서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며, 포르태지스가 탄탄한 기반 기술을 개발했고 회사가 확장 가능한 생산·배치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세렌디피티 캐피탈의 롭 제수다손(Rob Jesudason)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가장 의미 있는 딥테크 기업은 기존 카테고리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인프라 층을 만들어낸다며, 포르태지스가 바로 그런 회사라고 평가했다. 실리콘·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아키텍처로, AI와 자율화·양자컴퓨팅이 확대될수록 더 중요해질 보안 과제를 풀고 있다는 것이다. 시큐어 컴퓨트가 상업·국가안보 인프라 양쪽에서 기반 계층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사는

실리콘 단에서 보안을 구현하려는 시도는 포르태지스만의 것은 아니다. 와우테일이 이미 다룬 악시아도(Axiado)는 데이터센터 서버의 BMC·TPM·HSM·방화벽 기능을 TCU(Trusted Control/Compute Unit)라는 단일 칩에 통합하고 AI 위협 탐지 엔진을 얹어, 구글 타이탄·마이크로소프트 케르베로스 같은 빅테크 자체 보안칩과 경쟁할 만한 독립 공급사 자리를 굳혔다. 영국의 PQ실드(PQShield)는 양자내성암호(PQC)에 특화된 루트오브트러스트 솔루션을 제공하며, NIST 표준 알고리즘(ML-KEM, ML-DSA)과 기존 암호 방식을 함께 지원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품을 판매한다. 반도체 IP 전문기업 램버스(Rambus)는 데이터센터용 양자내성 루트오브트러스트 IP ‘크립토매니저(CryptoManager)’를 통해 기존 반도체 업계에서 이미 자리 잡은 플레이어다. 런던의 크립토퀀티크(Crypto Quantique)는 표준 CMOS 공정에서 양자 터널링 전류의 미세한 편차를 측정해 칩마다 고유한 식별자·암호키를 생성하는 PUF 기술로 사물인터넷(IoT) 기기 보안 시장을 공략해왔다.

이들 대비 포르태지스는 서버용 보안칩(악시아도)이나 IP 라이선싱·개별 칩 식별(PQ실드·램버스·크립토퀀티크) 한 영역에 머물지 않고, 하드웨어·펌웨어·암호화·소프트웨어 전 계층과 서버랙부터 임베디드 실리콘까지 배치 형태를 아우르는 통합 아키텍처로 AI 인프라·방산·통신·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 동시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포르태지스는 2023년 10월 설립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유럽·미국·아시아에서 25개 이상의 기업·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Fortaegis Raises Oversubscribed $50M Series A to Scale Secure Comp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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