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환구의 특허 이야기] 미국의 특허제도


한때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는 광고가 있었다. 전화기 발명과 관련해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특허출원이 엘리샤 그레이보다 몇시간 더 빨랐기 때문에 벨이 특허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설명에는 오류가 있다. 2013년 이전까지 같은 발명이 두개 이상 경합할 때, 출원을 늦게 했더라도 객관적인 기록으로 발명을 먼저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람에게 특허를 부여하는 선발명주의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출원주의에서도 특허 출원한 날의 선후를 따지지 같은 날에서 시간의 앞뒤를 확인하지는 않는다(이와는 별개로 안토니오 무치라는 이탈리아인이 이 둘보다 먼저 전화기를 발명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인정되기도 했다).

moonhwangoo - 와우테일

단위계에서 미터법이 아닌 영국단위계를 쓰는 것처럼 미국은 특허법에서도 주요국 중에서 유일하게 선발명주의를 취하다가 선출원주의로 바꾸면서 국제적 제도와 보조를 맞추었다. 심사를 위해서는 한국에서 출원일부터 3년 이내에 심사청구를 해야 하지만, 미국에서는 모든 출원에 대해 심사청구가 된 것으로 간주하므로 별도의 심사청구 절차가 없다. 심사단계의 차이는 뚜렷하다. 한국은 거절이유에 대해서 보정과 함께 분할출원을 할 수 있는데 비해 미국은 분할출원(DA: Divisional Application)과 함께 계속출원(CA: Continuation Application )과 일부계속출원(CIP: Continuation-In-Part)이 가능하다.

계속출원은 기존의 특허 출원발명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원래 출원한 명세서와 도면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청구항을 추가하거나 기존의 청구항을 수정하여 새로운 출원을 하는 제도로 한국에는 없는 제도이다. 한국에서 청구항 구성을 달리하여 새로운 출원을 하려면 기존 출원을 취하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부계속출원은 기존 출원의 명세서와 도면을 포함하면서 추가 내용을 포함해서 새로운 출원을 하는 방식으로, 추가 내용에 대한 특허성 판단은 일부계속출원일을 기준으로 한다. 일부계속출원도 한국에는 유사한 제도가 없다.

미국의 분할출원은 한국 제도와 기본적으로는 유사하다. 다만 한국에서는 심사과정에서 특허성이 인정된 청구항에 대해서 먼저 등록 받고 나머지 청구항을 분할하여 특허성을 다투는 형식으로 분할출원을 하는 경우가 많으나, 미국 특허법의 분할출원은 주로 심사관이 하나의 출원에 복수개의 독립된 발명이 존재한다고 판단해서 제한요구(Restriction Requirement)가 있을 때 주로 한다.

미국에서도 특허가 등록되면 등록료와 유지료를 납부해야 하는 점은 한국과 동일하다. 한국에서는 등록시에 최초 3년분의 유지료를 납부한 뒤 4년차부터 특허가 만료되는 20년까지 매년 유지료를 내고, 미국은 특허등록표를 납부한 뒤 3년 6개월 뒤, 7년 6개월 뒤, 그리고 11년 6개월 뒤 3차에 걸쳐 유지료를 내야 한다. 미국도 한국과 같이 대기업과 비교해서 중소기업과 개인 및 마이크로기업은 비용을 감면해준다.

특허권이 침해되었을 때, 민사적 구제와 함께 형사적 구제를 함께 인정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민사적 구제만 가능하다. 그래도 미국의 특허권 보호는 강력하다. 미국에서도 특허권자가 특허를 침해한 자에 대해 금전적 배상과 침해 행위 금지 명령 등의 구제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한국과 같지만, 증거개시제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침해발견과 손해규모 산정이 용이하다. 여기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므로 손해배상금의 규모도 크다. 한국의 LG와 SK 계열사인 배터리 대기업이 미국에서 소송을 벌였고, 중견기업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도 보톡스 분쟁에서 미국 법원으로 달려간 이유이다.

미국의 계속출원과 일부계속출원제도는 특허출원인의 전략적 대응을 폭넓게 허용하여 등록단계에서 발명을 다각도로 권리화하고, 증거개시와 징벌적 배상으로 뒷받침되는 특허소송 제도는 특허권을 침해로부터 두텁게 보호한다.

문환구변리사(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물리학과에서 석사, 고등기술연구원(IAE)과 아주대학교 협동과정에서 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고등기술연구원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했으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지냈다. 《세상의 모든 X》(2020) 《발명, 노벨상으로 빛나다》(2021)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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