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뒤흔든 ‘동시 근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파문


지난 한 주간 실리콘밸리는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기상천외한 ‘이중생활’로 떠들썩했다. 인도에 거주하는 소함 파레크(Soham Parekh)가 여러 스타트업에서 동시에 근무하며 각 회사를 속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Soham Parekh scandal - 와우테일

논란의 시발점은 이미지 생성 스타트업 플레이그라운드 AI(Playground AI)의 CEO 수하일 도시(Suhail Doshi)가 지난 화요일 X(구 트위터)에 올린 경고 메시지였다. 그는 “소함 파레크라는 사람이 3~4개의 스타트업에서 동시에 일하고 있다”며 “YC(Y Combinator) 회사 등을 노리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도시 CEO는 약 1년 전 파레크가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약 2천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게시물을 계기로 다른 창업자들도 파레크와의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AI 기반 워크플로우 자동화 스타트업 린디(Lindy)의 CEO 플로 크리벨로(Flo Crivello)는 최근 파레크를 고용했지만 도시의 트윗을 보고 해고했다고 전했다. 자동화된 클라우드 관리 스타트업 안티메탈(Antimetal)의 CEO 매트 파크허스트(Matt Parkhurst)는 파레크가 2022년 회사 최초의 엔지니어링 채용자였으며, 2023년 초 그의 이중생활을 깨닫고 해고했다고 말했다.

AI 립싱크 도구를 만드는 싱크 랩스(Sync Labs)에서도 파레크는 홍보 영상에 출연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했지만 결국 해고됐다. 한때 그는 여러 Y 콤비네이터 지원 스타트업에 지원해 팔리 AI(Pally AI)와 모자이크(Mosaic) 등으로부터 면접을 보거나 채용 제안을 받기도 했다.

파레크는 많은 면접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는 주로 그가 재능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YC 지원 스타트업 리워크드(Reworkd)의 창립 연구 엔지니어 로한 판데이(Rohan Pandey)는 파레크를 면접했을 때 그가 강력한 후보였으며, 주어진 알고리즘 중심 면접에서 상위 3명 안에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력 뒤에는 수상한 흔적들이 감춰져 있었다. 판데이는 리워크드 팀이 파레크에게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의심했다고 밝혔다. 당시 파레크는 자신이 미국에 있다고 말했지만, 회사는 그를 믿지 않았고 줌 링크에 IP 로거를 실행하여 그의 위치가 인도임을 확인했다. 판데이는 파레크가 말하는 다른 것들도 종종 앞뒤가 맞지 않았고, 그의 GitHub 기여 및 이전 직무 이력도 불분명했다고 회상했다.

AI 에이전트 관찰 스타트업 에이전시(Agency)의 공동 창립자 아담 실버만(Adam Silverman)도 파레크와 면접을 봤는데, 파레크는 다섯 번이나 회의 일정을 연기해야 했다. 실버만은 파레크의 기술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면접에서 그가 원격 근무를 고집한 것이 위험 신호였다고 전했다. “모든 것을 속이는” AI 스타트업 클루리(Cluely)의 CEO 로이 리(Roy Lee) 또한 파레크가 면접을 아주 잘 보았고 React에 대한 “강한 지식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파레크는 지난 목요일 Technology Business Programming Network(TBPN)에 출연하여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2022년부터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가졌음을 인정했지만, 자신의 업무량을 처리하기 위해 AI 도구를 사용하거나 주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고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잠을 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며, 인터뷰 내내 일주일에 140시간, 즉 하루 20시간씩 일주일 내내 일한다고 여러 번 반복했다.

YouTube 동영상

그는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여러 직업을 가졌다고 말하며, 합격했던 대학원 과정을 연기하고 대신 여러 스타트업에서 동시에 일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시가 공개한 파레크의 이력서에는 그가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기재되어 있어 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진행자들이 왜 한 회사에 급여 인상을 요청하거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지 묻자, 파레크는 자신의 직업 생활과 사생활 사이에 경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직장에서 낮은 급여와 높은 지분 옵션을 선택했다고 알려져 그의 재정 위기 이야기와는 다소 모순되는 부분도 있다. 파레크는 자신이 진정으로 일을 사랑했으며, 돈이 전부는 아니었다고 말하며 자신이 일했던 모든 회사의 미션에 깊이 몰두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사람들은 파레크를 사기꾼이자 거짓말쟁이라고 부르지만,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방식대로 파레크는 자신의 바이럴 순간을 사업 기회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독점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새로운 고용주, 즉 AI 비디오 리믹싱 스타트업 다윈 스튜디오(Darwin Studios)를 발표했다. 그러나 파레크는 이를 발표한 직후 게시물을 삭제했으며, 다윈 스튜디오의 창립자 겸 CEO인 산지트 주네자(Sanjit Juneja)도 마찬가지였다.

테크크런치가 파레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아직 수락하지 않았고, 대신 그를 대변하는 대변인이 다윈의 CEO 성명을 테크크런치에 보냈다. 주네자는 “소함은 엄청나게 재능 있는 엔지니어이며, 우리는 그의 능력이 우리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X를 중심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이를 자신의 회사 마케팅하는 사례가 많이 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속인다는 클루리(Cluely)에 이어, 이번에는 동시 근무 논란을 통해 다윈 스튜디오가 각광을 받는다고 할까? 

이번 파레크 사태는 원격 근무 시대의 신뢰와 검증 시스템의 허점,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과 인재 유치 경쟁의 명암, 그리고 기업 문화와 직업 윤리의 재정립 필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실리콘밸리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드러내는 이 사건은 기술 혁신의 최전선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단순한 법적, 윤리적 판단을 넘어 산업 전체의 시스템과 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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