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버스 컴퓨팅, 초소형 AI ‘칙브레인’ 등 공개… 엣지 AI 개척


스페인의 AI 스타트업 멀티버스 컴퓨팅(Multiverse Computing)이 동물의 뇌 크기에서 이름을 따온 초소형 AI 모델 두 개를 선보이며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모바일 디바이스용 AI 시장 진출에 나섰다.

multiverse computing logo - 와우테일

도노스티아에 본사를 둔 멀티버스 컴퓨팅은 지난 6월 유럽 벤처캐피털 불하운드 캐피털(Bullhound Capital) 주도로 1억 8900만 유로(약 2억 1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HP 테크 벤처스와 도시바 등이 참여한 이번 투자로 2019년 창업 이래 총 투자 유치액은 약 2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회사는 양자물리학에서 영감을 받은 ‘컴팩티파AI(CompactifAI)’라는 독자적인 압축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AI 모델의 성능 손실 없이 크기를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로만 오루스(Román Orús) 창업자는 “양자물리학 출신이기 때문에 기존의 일반적인 압축 기술과는 차별화된 더 섬세하고 정교한 알고리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한 두 모델은 동물의 뇌 크기를 기준으로 명명한 ‘모델 동물원’ 제품군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슈퍼플라이(SuperFly)’는 9400만 개 매개변수를 가진 파리 뇌 크기의 모델로, 허깅페이스의 스몰LM2-135를 압축한 버전이다. 가전제품에 탑재되어 “빠른 세탁 시작” 같은 음성 명령 처리나 간단한 문제 해결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칙브레인(ChickBrain)’은 32억 개 매개변수 규모의 닭 뇌 크기 모델로, 메타의 라마 3.1 8B 모델을 압축했다. 추론 능력까지 갖추고 있으며, 맥북에서 인터넷 연결 없이 실행 가능하다. 특히 언어 능력 벤치마크 MMLU-Pro와 수학 능력 벤치마크 Math 500, GSM8K, 일반 지식 벤치마크 GPQA 다이아몬드 등에서 원본 모델을 소폭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고 회사는 발표했다.

이 초소형 모델들의 핵심 장점은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내에서 직접 실행된다는 점이다. 아이폰이나 애플워치 같은 모바일 기기는 물론 아두이노 수준의 처리 능력만 있어도 음성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다.

멀티버스 컴퓨팅은 현재 애플, 삼성, 소니, HP 등 주요 기기 제조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6년간 BASF, 얼라이, 무디스, 보쉬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이미지 인식을 비롯한 다양한 머신러닝 압축 기술을 제공해왔다.

이 초소형 AI 기술이 가져올 산업 변화는 광범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업계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스스로 문제를 진단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업계는 차량 내 AI 어시스턴트를 클라우드 의존 없이 구현할 수 있어 실시간 응답과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는 각종 센서와 장비에 탑재되어 실시간 품질 관리와 예측 정비가 가능해진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환자 상태를 지속 모니터링하며 응급상황을 즉시 감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엣지 AI’의 대중화다. 기존에는 클라우드 서버의 강력한 연산 능력에 의존해야 했던 AI 기능을 개별 기기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응답 속도 향상과 통신비용 절감, 개인정보 보호 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멀티버스 컴퓨팅이 타겟하는 주요 수요 기업군은 크게 세 부류다. 첫째는 삼성, LG, 소니 같은 가전 및 전자기기 제조사들로,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에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애플, 구글 같은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의 AI 기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셋째는 보쉬, 지멘스 같은 산업용 IoT 솔루션 기업들로, 스마트 팩토리와 인더스트리 4.0 구현에 활용할 수 있다.

회사는 기기 제조업체 직접 판매와 함께 AWS 기반 API를 통해 모든 개발자가 압축 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경쟁사 대비 낮은 토큰 요금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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