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대변신’…비영리 유지하며 1000억달러 영리법인 만든다


오픈AI(OpenAI)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로부터 공익법인 전환에 대한 승인을 받아내며 AI 업계 지각변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2일(현지시간) 발표에 따르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영리 부문을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 PBC)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openAI logo - 와우테일

이번 합의의 핵심은 오픈AI 비영리 부문이 새로운 공익법인에서 1000억 달러 이상 가치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역사상 가장 많은 자원을 보유한 비영리단체 중 하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오픈AI 이사회 의장 브렛 테일러가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이 금액이 엘론 머스크가 올해 초 제시한 970억 달러 인수 제안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테일러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구속력 없는 합의에 따라 오픈AI의 비영리 부문이 계속 존재하며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공동 성명에서 “파트너십의 다음 단계를 위한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며 “최종 계약 조건을 확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비영리에서 공익법인으로, 무엇이 바뀌나

오픈AI의 공익법인 전환은 AI 업계에서 전례 없는 변화를 의미한다. 현재 오픈AI는 비영리 이사회가 통제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어, 2023년 샘 알트만 CEO를 해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었다. 알트만은 며칠 후 복귀했고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사임했지만, 기본적인 지배구조는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공익법인으로 전환되면 가장 큰 변화는 자본 조달 방식이다. 기존 ‘수익 제한(capped profit)’ 구조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주식 발행이 가능해진다. 오픈AI 공식 설명에 따르면, 회사는 “AGI 구축을 위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며 약 1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기업공개(IPO) 추진도 훨씬 수월해진다. 일반적인 영리법인 구조를 갖추게 되면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법적 요건 충족이 쉬워지고, 더 많은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오픈AI가 수년 내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공익법인(PBC)은 일반적인 영리법인과는 다르다. 이 구조에서는 주주 이익뿐 아니라 공익 목적도 함께 추구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진다. 오픈AI의 경우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되는 AGI 개발’이라는 공익 목적을 유지해야 한다. 델라웨어 주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2년마다 주주들에게 사회적 영향에 대한 진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의존도 줄이기 본격화

이번 합의는 수개월간 지속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간 긴장 관계의 완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계약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 기술에 우선 접근권을 갖고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챗GPT가 마이크로소프트가 2019년 처음 투자했을 때보다 훨씬 큰 사업으로 성장하면서 오픈AI는 의존도를 줄이려 해왔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여러 거래를 성사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오라클(Oracle)과 2027년부터 5년간 300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일본 대기업 소프트뱅크(SoftBank)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한 파트너십도 맺었다.

양사 간 긴장은 최근 몇 달 동안 고조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가 올해 초 인수를 계획했던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Windsurf)의 기술 통제권을 원했지만, 오픈AI는 지적재산권을 독립적으로 유지하려 했다고 전했다. 결국 거래는 무산됐고, 윈드서프 창립자들은 구글에 합류했다.

엘론 머스크와의 법정 공방 지속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은 엘론 머스크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핵심 쟁점이다. 머스크의 소송은 본질적으로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먼, 그리고 회사 전체가 비영리 사명을 저버렸다고 비난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머스크 자신도 2017년 오픈AI를 위해 ‘오픈 인공지능 기술’이라는 공익법인을 설립했지만, 당시 오픈AI는 머스크에게 “절대적 통제권”을 주는 것이 사명에 반한다며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머스크는 올해 초 오픈AI에 대한 970억 달러 규모의 비공식 인수 제안을 했지만 이사회는 즉시 거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합의에 따른 비영리 부문의 지분 가치가 머스크의 제안 금액을 넘어선다.

최근에는 오픈AI 전 직원 12명이 머스크의 소송을 지지하는 법정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영리법인 전환이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코드(Encode)와 마이다스 프로젝트(The Midas Project) 같은 비영리 단체들도 오픈AI의 전환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이런 전환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이라는 스타트업의 사명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오픈AI는 이런 단체들이 머스크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 같은 경쟁사들로부터 자금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부에 소환장을 발송했다.

AI 업계 판도 변화 예고

오픈AI의 공익법인 전환은 AI 업계 전체의 판도 변화를 예고한다. 경쟁사들에게는 복합적 영향이 예상된다. 오픈AI가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AI 모델 개발과 인프라 확장에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현재 오픈AI가 투자자들에게 부과하고 있는 경쟁사 투자 제한 조건들이 완화될 가능성도 있어, 머스크의 xAI나 구글, 메타,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경쟁사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앤트로픽과 xAI는 이미 공익법인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오픈AI와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테일러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전환 계획과 관련해 “캘리포니아와 델라웨어 법무장관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거래 효력 발생 전 규제당국의 최종 승인이 여전히 필요함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성사되면 AI 업계의 자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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