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복원 1위 빔(Veeam), 1.7조원에 AI 보안업체 인수


데이터 백업·복원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Veeam)이 AI 데이터 보안 전문기업 시큐리티AI(Securiti AI)를 17억2500만 달러(약 1조 7천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빔의 역대 최대 규모 인수이자 AI 보안 시장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거래는 올해 4분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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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은 시애틀에 본사를 둔 데이터 복원 전문업체로, 랜섬웨어 공격 등으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하고 복구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인사이트 파트너스(Insight Partners)가 최대주주로 있으며, 지난해 12월 20억 달러 규모의 세컨더리 거래를 통해 기업가치 15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전 세계 55만개 이상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67%가 빔의 고객이다.

2019년 설립된 시큐리티AI는 데이터 보안 태세 관리(DSPM)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하이브리드·멀티클라우드·SaaS 환경에서 데이터 프라이버시, 거버넌스, AI 신뢰성을 관리하는 ‘데이터 커맨드 센터’ 플랫폼을 운영한다. 메이필드(Mayfield),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 워크데이 벤처스(Workday Ventures), 캐피탈 원 벤처스(Capital One Ventures) 등으로부터 총 1억5600만 달러를 투자받았으며, 직원은 약 600명 규모다. 2022년 10월에는 7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를 유치하며 데이터컨트롤스 클라우드(DataControls Cloud)를 출시했다. 2023년 기업가치 평가액이 5억7500만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가로는 약 3배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이번 인수의 핵심은 데이터 복원력과 AI 보안의 통합이다. 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 중 70~90%는 이메일, 문서, 고객 대화 등 비정형 데이터인데, 기존에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더구나 사이버 공격이 급증하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AI 프로젝트의 80~90%가 데이터 정확성, 계보, 권한, 프라이버시 문제로 실패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기존 방식은 데이터 보안과 관리를 위한 도구들이 따로 놀면서 보안과 비즈니스 민첩성 사이에서 끊임없는 트레이드오프를 강요했다.

빔과 시큐리티AI의 결합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빔의 데이터 복원 기술에 시큐리티AI의 지식그래프 기반 데이터 커맨드 센터를 더하면, 기업들은 운영 데이터와 백업 데이터를 아우르는 통합 관제센터를 갖게 된다.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AI에 활용해도 안전한지를 한눈에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

Securiti AIVeeam - 와우테일

빔의 아난드 에스와란 CEO는 “이제는 단순히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모든 데이터를 파악하고 AI에 투명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와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시대”라며 “이것이 AI 프로젝트 실패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시큐리티AI의 레한 잘릴 CEO는 인수 완료 후 빔의 보안·AI 담당 사장으로 합류한다. 그는 과거 엘라스티카(Elastica)를 설립해 블루코트(Blue Coat)에 2억8000만 달러에 합병시켰고, 이후 시만텍(Symantec)이 합병회사를 47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시만텍의 클라우드 보안 사업부를 이끈 바 있다. 잘릴은 “기업 AI는 데이터 보안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빔의 글로벌 리치와 혁신, 그리고 우리의 기술과 인텔리전스가 결합되면 고객들이 AI의 이점을 완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를 데이터 산업 통합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한다. 기업들이 AI를 안전하게 도입하려면 데이터 스택을 개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전문 기업들을 인수하는 게 최근 트렌드다. 빔은 루브릭(Rubrik), 컴볼트(Commvault) 같은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번 카드를 꺼냈다. 특히 DSPM 시장은 최근 가장 뜨거운 분야 중 하나로, 기업들이 데이터 검색, 분류, 모니터링을 위한 수십 개 도구 대신 단일 플랫폼을 원하면서 관련 M&A가 활발하다.

빔은 인수 완료 후에도 시큐리티AI의 데이터 커맨드 센터를 기존 제품군과 함께 별도 브랜드로 유지하며, 통합 기능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11월 19일 ‘VeeamON 글로벌 런치’ 가상 행사에서 통합 로드맵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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