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 ‘랭체인’, 1억 2,500만 달러 투자 유치로 유니콘 등극


AI 에이전트 개발 도구를 만드는 랭체인(LangChain)이 시리즈 B 투자에서 1억 2,500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기업가치는 12억 5,000만 달러로 평가되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langchain - 와우테일

IVP가 투자를 주도했고, 기존 투자자인 세쿼이아(Sequoia), 벤치마크(Benchmark), 앰플리파이(Amplify)와 함께 새 투자자인 캐피털G(CapitalG), 사파이어 벤처스(Sapphire Ventures)가 참여했다. 서비스나우 벤처스(ServiceNow Ventures), 워크데이 벤처스(Workday Ventures), 시스코 인베스트먼트(Cisco Investments), 데이터독 벤처스(Datadog Ventures), 데이터브릭스 벤처스(Databricks Ventures), 프런트라인(Frontline) 등도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랭체인은 2022년 말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시작됐다. 당시 로버스트 인텔리전스(Robust Intelligence)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해리슨 체이스(Harrison Chase)가 개인 프로젝트로 시작한 오픈소스였다.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실시간 정보에 접근하거나 웹 검색, API 호출 같은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체이스는 초기를 회상하며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회사를 그만둘 계획도 없었고, 다음에 무엇을 할지도 몰랐다.” 그가 앙쿠시 골라(Ankush Gola)와 함께 설립한 랭체인은 개발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초기 LLM이 가진 가장 큰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2023년 4월 벤치마크가 주도한 1,0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받았고, 2024년 2월에는 세쿼이아가 이끈 2,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로 기업가치 2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랭체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챗GPT 같은 AI 모델은 똑똑하지만, 회사 내부 데이터나 최신 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다. 랭체인은 이런 AI 모델을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예를 들어 서비스나우 같은 기업이 랭체인을 사용하면, AI 모델을 자사의 지식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해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거나 업무 흐름을 자동으로 처리하게 만들 수 있다.

랭체인의 핵심 제품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오픈소스 프레임워크인 랭체인은 개발자들이 단 10줄의 코드로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오픈AI,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다양한 AI 모델을 코드 수정 없이 바꿔 쓸 수 있는 통합 인터페이스도 제공한다. 더 복잡한 작업을 위해서는 랭그래프(LangGraph)라는 도구를 쓸 수 있다. 이는 장시간 실행되는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중간에 사람이 개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유료 플랫폼인 랭스미스(LangSmith)는 AI 에이전트의 작동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성능을 테스트하며, 실제 운영 환경에 배포하는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포춘 500대 기업의 35%가 랭체인을 쓰고 있다. 리플릿(Replit), 클레이(Clay), 하비(Harvey), 리플링(Rippling),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워크데이, 시스코 등이 대표적이다. 상용 플랫폼인 랭스미스의 월간 트레이스(추적 기록) 수는 전년 대비 12배 늘었고, 랭체인과 랭그래프를 합친 월간 다운로드는 9,000만 건에 달한다.

이번 투자 발표와 함께 랭체인은 주요 업데이트도 내놨다. 랭체인과 랭그래프의 1.0 버전을 출시해 안정성을 높였고, AI 에이전트의 행동 패턴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인사이트 에이전트(Insights Agent)를 새롭게 선보였다. 비개발자도 쉽게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노코드 도구인 에이전트 빌더(Agent Builder)도 비공개 베타로 공개했다.

하지만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라마인덱스(LlamaIndex), 헤이스택(Haystack) 같은 경쟁사가 등장했고, 오픈AI, 앤트로픽, 구글도 한때 랭체인만의 강점이었던 기능들을 자체 서비스에 내장하고 있다. 랭체인은 이에 대응해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오픈소스 도구는 무료로 유지하면서, 엔터프라이즈급 유료 플랫폼으로 수익을 내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축했다.

회사가 강조하는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AI 에이전트는 시제품을 만들기는 쉽지만 실제 운영 환경에 올리기는 어렵다.” 에이전트에 약간만 변화를 줘도 예측하기 힘든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랭체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이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제품 기획, 엔지니어링, 데이터 과학을 통합해 불확실한 AI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드는 반복 작업을 뜻한다.

포춘에 따르면 6월 기준 랭체인의 연간 반복 매출은 1,200만~1,600만 달러 사이였으며, 이후 더 성장했다고 한다. 아직 흑자는 아니지만, 다른 고성장 스타트업보다 자금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투자를 이끈 IVP의 톰 로베로(Tom Loverro) 파트너는 “랭체인은 에이전트 엔지니어링의 선두에서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배포하도록 돕고 있다”며 “비전과 제품 깊이, 성장하는 생태계가 AI 인프라 분야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투자의 흥미로운 점은 투자자 구성이다. 서비스나우, 워크데이, 시스코 같은 전략적 투자자들은 동시에 랭체인의 고객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이미 쓰고 있는 기술에 투자하는 셈이라, 랭체인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증명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랭체인이 사이버 보안의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나 데이터 모니터링의 데이터독처럼 AI 인프라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AI 인프라 시장은 2025년 508억 1,000만 달러에서 2034년 3,094억 달러로 연평균 21.8% 성장할 전망이다. 랭체인은 이번 투자금으로 노코드 에이전트 빌더를 개선하고, 자동 행동 분류 기능을 강화하며, 장시간 AI 워크플로우에 최적화된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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