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 자회사 ‘네옥바이오’, 이중표적 항암제 개발에 7500만 달러 투자 유치


네옥바이오(NEOK Bio)가 차세대 이중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을 위해 7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스텔스 모드를 벗고 공식 출범했다. 한국 바이오텍 기업 에이비엘바이오(ABL Bio)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조달한 자금은 두 개의 이중표적 항체약물접합체 프로그램을 임상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쓰인다.

NEOK bio - 와우테일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본사를 둔 네옥바이오는 기존 항체약물접합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두 개의 암 단백질을 동시에 공략하는 이중표적 전략을 택했다. 항체약물접합체는 항체에 항암제를 결합해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다. 하지만 기존 항체약물접합체는 단 하나의 암 표적만 인식하기 때문에 암세포가 그 표적을 잃어버리면 약효가 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또 주입된 약물의 상당수가 종양까지 도달하지 못해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정상 세포를 공격해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네옥바이오의 이중표적 항체약물접합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됐다. 마치 두 개의 자물쇠를 동시에 열어야만 문이 열리는 것처럼, 암세포 표면에 있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단백질을 동시에 인식해야만 약물이 작동한다. 이렇게 하면 암세포만 정확히 골라낼 수 있고, 한 표적이 사라져도 다른 표적으로 암세포를 추적할 수 있어 내성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또 두 표적을 모두 가진 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 손상도 크게 줄어든다.

회사의 최고경영자 마얀크 간디(Mayank Gandhi)는 “항체약물접합체는 특정 암 치료에서 효과를 입증했지만 안정성과 선택성, 치료 범위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우리의 이중표적 방식은 약물 내성을 극복하고 더 많은 종양을 치료할 수 있으며, 암세포 살상력을 높이면서도 정상 조직 손상은 줄여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옥바이오가 개발 중인 두 가지 주력 후보물질은 NEOK001(이전 명칭 ABL206)과 NEOK002(이전 명칭 ABL209)다. NEOK001은 ROR1과 B7-H3 단백질을 동시에 표적하고, NEOK002는 EGFR과 MUC1 단백질을 겨냥한다. 두 후보물질 모두 폐암을 포함한 흉부암, 위장관암, 부인과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기존 단일표적 항체약물접합체보다 뛰어난 효과와 안전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네옥바이오는 신아픽스(Synaffix)가 개발한 ‘SYNtecan E’라는 독자 링커 기술을 활용한다. 링커는 항체와 항암제를 연결하는 고리로, 혈액 속에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암세포 안에 들어가면 끊어져 항암제를 방출한다. 2023년 론자(Lonza)에 인수된 신아픽스의 이 기술은 제조 측면에서 최고 수준의 링커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간디는 덧붙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표적 항체 분야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암과 신경퇴행성 질환을 겨냥한 여러 이중표적 항체를 임상 단계로 진입시켰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사노피(Sanofi)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2022년에는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에 대해 사노피와 10억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4월에는 혈뇌장벽 통과 플랫폼 ‘Grabody-B’를 GSK에 라이선스하는 27억 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는 “네옥바이오 설립 투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항체약물접합체 시장에 혁신적인 치료법을 선보이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이중표적 항체약물접합체의 잠재력을 실현해 암 환자들의 삶을 개선할 네옥바이오 팀을 지원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네옥바이오를 이끄는 간디 대표는 제넨텍(Genentech)에서 비즈니스 개발 이사로 일하며 다양한 치료제와 플랫폼 기술 관련 계약을 성사시킨 경력을 쌓았다. 이후 이펙터 테라퓨틱스(Effector Therapeutics)에서 최고사업책임자로 재직했으며, 바이오제약 업계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아왔다.

이중표적 항체약물접합체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화이자(Pfizer),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암젠(Amgen),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ristol Myers Squibb)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이중표적 항체약물접합체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EGFR과 c-MET를 표적하는 AZD9592를 개발 중이며, 수많은 바이오텍 스타트업들도 독자 플랫폼을 앞세워 차별화된 후보물질을 내놓고 있다.

네옥바이오는 2026년 초 두 프로그램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고, 2026년 중반 미국에서 1상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첫 임상 데이터는 2027년에 나올 전망이다. 간디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는 임상 단계 기업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중표적 항체약물접합체에 대한 탄탄하고 효율적인 임상 개발 계획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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