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대면 의료 AI ‘히포크래틱AI’, 1억2600만 달러 유치로 기업가치 35억 달러


의료용 생성형 AI 스타트업 히포크래틱 AI(Hippocratic AI)가 시리즈C에서 1억26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기업가치는 35억 달러로 평가받았으며, 누적 투자금은 4억400만 달러가 됐다. 올해 1월 시리즈B로 유니콘에 오른 지 10개월 만에 기업가치를 두 배 이상 끌어올린 셈이다.

Hippocratic AI logo - 와우테일

어베니어 그로스(Avenir Growth)가 투자를 주도했고, 캐피탈G(CapitalG, 구글 성장펀드), 제너럴 캐털리스트(General Catalyst),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 등 기존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유니버설 헬스 서비스(Universal Health Services), 신시내티 아동병원(Cincinnati Children’s Hospital Medical Center), 웰스팬 헬스(WellSpan Health) 같은 대형 의료기관들도 투자자로 나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히포크래틱 AI는 환자와 직접 대화하는 의료용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회사다. 진단이나 처방 같은 의학적 판단은 제외하고, 환자 접수와 검진 안내, 만성질환 관리, 수술 후 경과 관찰, 투약 지도, 암 검진 독려 같은 일을 한다. 보험사에게는 자격 확인과 투약 조정을, 제약사에게는 환자 지원 프로그램 안내와 임상시험 사전 검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의 핵심 기술은 ‘폴라리스 세이프티 콘스텔레이션 아키텍처(Polaris Safety Constellation Architecture)’다. 22개 대형 언어모델이 협력해 작동하며 총 4조2000억 개 파라미터로 구성된다. 주 모델이 환자와 대화를 이끌면, 20여 개 전문 모델이 약물 상호작용 점검, 검사 수치 분석, 응급 상황 감지 같은 세부 업무를 실시간으로 지원한다. 최신 버전 폴라리스 3.0은 임상 정확도 99.38%를 기록했고, 환자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8.95점을 받았다.

상용화 15개월 만에 히포크래틱 AI는 6개국 50여 의료기관·보험사·제약사와 손잡았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노스웨스턴 메디신, 유니버시티 호스피털스, 영국 가이스 앤 세인트 토머스 NHS 트러스트, 이스라엘 셰바 메디컬 센터가 주요 고객이다. 미국 상위 10대 보험사 중 5곳 이상, 글로벌 8대 제약사 중 3곳과도 협력 중이다. 지금까지 1억1500만 건 넘는 환자 상담을 진행했는데 안전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어베니어 그로스 공동창업자 앤드류 슈그루는 “투자 전 여러 고객사를 인터뷰한 결과 히포크래틱 AI가 에이전트 기반 헬스케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안전에 대한 집요한 집중이 전 세계 의료기관의 신뢰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앤드리슨 호로위츠 제너럴 파트너 줄리 유는 “최근 몇 년간 본 기업용 헬스케어 회사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의료 인력 부족과 환자 접근성 위기를 해결하는 독보적 솔루션”이라고 평가했다.

히포크래틱 AI CEO 문잘 샤는 헬스 IQ를 창업한 연쇄 창업가로, 2023년 의사·병원 관리자·AI 연구자들과 함께 이 회사를 세웠다. 창립 시드에서 5000만 달러를 유치했고, 2024년 3월 시리즈A에서 5300만 달러를 추가해 총 7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어 올해 1월 시리즈B에서 1억4100만 달러를 확보하며 기업가치 16억4000만 달러의 유니콘이 됐다.

회사는 이번 투자금으로 글로벌 확장과 인수합병, 제품 개발을 가속화한다. 문잘 샤는 “우리 에이전트가 거는 모든 전화는 누군가의 건강한 삶을 돕는 일”이라며 “‘해를 끼치지 말라’와 ‘환자 우선’이라는 가치를 지키면서 더 많은 사람을 돌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히포크래틱 AI의 성장은 전 세계 의료 인력 부족 문제와 맞물려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30년까지 약 1000만 명의 의료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도 간호사와 의료 보조 인력 부족이 심각한데, 2050년까지 65세 이상 인구가 9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회사는 안전성에 각별히 신경 쓴다. 6234명의 미국 면허 의료진을 고용해 30만7038건의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했고, 185만 건의 실제 환자 통화 데이터를 시스템 개선에 반영했다. 영어 외에 스페인어, 아랍어, 프랑스어, 힌디어,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등 14개 언어를 지원한다.

진단이나 처방을 하지 않아 미국 식품의약국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빠른 시장 진입에 유리했다. 다만 브루킹스연구소 2024년 보고서는 의료 AI 규제가 파편화돼 있어 개별 의료기관 재량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히포크래틱 AI는 자발적 안전 인증과 내부 품질 관리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으며 SOC 2 타입 II 인증도 받았다.

2025년 7월에는 KPMG와 손잡고 글로벌 의료 시스템에 AI 에이전트를 배치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아랍에미리트·일본·영국으로도 사업을 넓히고 있다. 전략적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의료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헬스케어 AI 투자 경쟁 가열

헬스케어 AI 분야 투자가 뜨겁다. 올해 들어서만 히포크래틱 AI를 포함해 여러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환자 대면 AI 에이전트 분야에서는 환자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하이로(Hyro)가 10월 4500만 달러를 확보해 누적 투자 9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이로는 음성·채팅·문자로 환자 상담의 85%를 자동화하며, 인터마운틴 헬스, 배프티스트 헬스 같은 45개 이상 의료기관과 협력한다.

임상 문서화 AI 분야에서는 나블라(Nabla)가 6월 시리즈C에서 7000만 달러를 유치해 누적 1억2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나블라는 의사 옆에서 진료 내용을 듣고 의료 기록을 자동으로 작성하는 AI 어시스턴트를 만든다. 130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8만5000명 의사가 쓰고 있으며, 최근 6개월간 매출이 5배 늘었다. 경쟁사인 에이브리지(Abridge)는 6월에 3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앰비언스 헬스케어(Ambience Healthcare)는 지난 8월에 2.4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수키(Suki)는 작년 10월에 7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병원 운영 자동화 분야에서는 큐벤터스(Qventus)가 1월 시리즈D에서 1억500만 달러를 확보했다. 큐벤터스는 수술실 스케줄링과 병상 회전율 최적화로 2024년 한 해 고객사의 초과 입원일 3만6000일을 줄였고 9500만 달러의 수술 기여이익을 창출했다. 의료 데이터 플랫폼 이노바서(Innovaccer)도 1월 2억7500만 달러 투자를 받았다.

록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벤처 투자의 절반 가까이가 AI 관련 기업으로 향했다. 헬스케어는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의료 인력 부족과 행정 부담 증가로 AI 솔루션 수요가 폭발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다만 임상 의사결정 지원 솔루션은 정확도와 책임 문제로 성숙도가 6.8%에 그치는 등 분야별 편차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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