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예방의학 플랫폼 ‘펑션 헬스’, 3억 달러 시리즈B 투자유치


예방의학 헬스케어 플랫폼 펑션 헬스(Function Health)가 레드포인트 벤처스(Redpoint Ventures) 주도로 시리즈B 투자 2억 9800만 달러(약 3350억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25억 달러(약 2조 8000억원)로 평가받았다. 투자 유치와 함께 의사가 직접 훈련시킨 AI 모델 ‘메디컬 인텔리전스 랩(Medical Intelligence Lab)’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헬스케어 AI 시장 진출에 나섰다.

FunctionHealthLogo - 와우테일

펑션 헬스는 2022년 조나단 스워들린(Jonathan Swerdlin) CEO와 마크 하이만(Mark Hyman) 박사가 공동 창업했다. 스워들린 CEO는 어린 시절 신경학적 질환을 앓았고, 아버지가 전립선암을 이겨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예방 중심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수년간 수만 달러를 들여 각종 검사를 받으며 자신의 건강을 관리해왔고, 이 경험이 펑션 헬스 창업으로 이어졌다. 하이만 박사는 클리블랜드 클리닉 기능의학센터를 설립한 인물이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다. 건강 팟캐스트 ‘닥터스 파머시(The Doctor’s Farmacy)’에서 2억 500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미국 헬스케어 업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이번 투자에는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배터리 벤처스(Battery Ventures), 아글라에 벤처스(Aglaé Ventures)가 참여했다. NBA 스타 블레이크 그리핀(Blake Griffin), 앨런 크랩(Allen Crabbe), 로쿠(Roku) 창업자 앤서니 우드(Anthony Wood)도 이름을 올렸다. 총 누적 투자금은 3억 5000만 달러다. 지난해 6월 시리즈A 당시 기업가치가 1억 9100만 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1년 반 만에 13배 성장한 셈이다.

펑션 헬스의 핵심은 포괄적인 건강 데이터 수집이다. 연 499달러 멤버십으로 100개 이상의 생체지표를 검사한다. 일반 건강검진이 10개 미만의 지표만 확인하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심장 건강, 호르몬, 갑상선, 간·신장 기능, 염증, 암 신호, 영양소, 중금속 등 20개 이상의 건강 카테고리를 다룬다. 회원들은 1년에 두 차례 검사를 받는데, 첫 검사에서 160개 항목을, 추적 검사에서 60개 이상의 항목을 재확인하며 건강 상태 변화를 추적한다. 현재 미국 내 2000개 이상의 퀘스트 다이어그노스틱스(Quest Diagnostics) 지점에서 검사가 가능하다.

메디컬 인텔리전스 랩은 개인의 혈액검사 결과, 영상 진단,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 의료 기록, 연구 자료를 통합 분석해 맞춤형 건강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AI 챗봇에 “지난달 콜레스테롤이 왜 올랐나요?”라고 물으면, 운동 패턴, 식습관, 스트레스 수준, 유전적 요인을 종합해 답한다. 수년간 축적된 의료 데이터를 교차 분석해 의사도 놓칠 수 있는 연관성을 찾아내며, 복잡한 생체지표를 실천 가능한 단계별 프로토콜로 변환해준다.

스워들린 CEO는 “AI가 존재하는 시대에 그걸 건강에 적용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보안에 대해서는 “플랫폼은 HIPAA 기준을 충족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완전히 암호화한다. 개인정보는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펑션 헬스는 2023년 이후 5000만 건 이상의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현재 수십만 명의 유료 회원을 보유 중이며, 올해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5월에는 MRI 스캔 기업 에즈라(Ezra)를 인수하며 첨단 영상 진단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메디컬 인텔리전스 랩 공동 디렉터를 맡은 대니얼 소딕슨(Daniel K. Sodickson) 박사는 병렬 MRI 기술을 발명한 인물로, NYU 랭곤 헬스에서 방사선학 혁신 책임자를 역임했다.

예방의학 시장의 경쟁은 치열하다. 인사이드트래커(InsideTracker)는 2013년 출시된 혈액검사 및 DNA 분석 서비스로, 피트니스 트래커 데이터를 통합해 건강 개선 계획을 제공한다. 슈퍼파워(Superpower)는 2023년 설립된 신생 기업으로 연 199달러에 100개 이상의 생체지표 검사와 24시간 의료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포티파이 CEO 다니엘 에크(Daniel Ek)가 공동 창업한 네코 헬스(Neko Health)는 올해 1월 시리즈B에서 2억 6000만 달러를 유치하며 18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99파운드에 15분 만에 수백만 개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는 전신 스캔 서비스를 런던과 스톡홀름에서 운영하며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스워들린 CEO는 “펑션은 특정 기기에 얽매이지 않고 혈액검사, 진단, 임상 인사이트를 통합한다. 일반적인 AI 코치나 웰니스 앱 수준을 넘어선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구글이 메드-팜(Med-PaLM) 모델을 내놓고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서비스에 헬스 AI를 통합하는 등 헬스케어 AI 시장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펑션 헬스는 물리적 검사 인프라와 AI 분석을 결합한 독특한 접근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25억 달러 기업가치에 걸맞게 개인 맞춤형 의학을 대중화하고 실제 건강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의료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에 사람들이 실제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를 만드는 것도 핵심이다. 의사가 훈련시킨 AI 모델과 확장 중인 검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데이터와 인사이트 사이의 간극을 메울 잠재력은 충분해 보인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