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브테라퓨틱스, 차세대 ADC 개발에 1.2억 달러 투자유치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 솔브테라퓨틱스(Solve Therapeutics) 1억2000만 달러(약 16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고형암 치료용 차세대 ADC 개발에 속도를 낸다.

Solve Therapeutics - 와우테일

샌디에이고 본사 솔브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2월 7500만 달러를 유치한 지 1년도 안 돼 이번 투자를 마무리했다. 누적 투자금은 3억2100만 달러다. 당초 목표보다 많은 금액이 몰렸으며, 종양학 전문 벤처캐피털 요세미티(Yosemite)가 라운드를 주도했다. 신규 투자자로는 애빙워스(Abingworth), 앨리브리지그룹(Ally Bridge Group), B캐피털(B Capital), 발리아스니애셋매니지먼트(Balyasny Asset Management), 머크(Merck & Co.), 심비오시스(SymBiosis)가 참여했다. 알렉산드리아벤처인베스트먼트(Alexandria Venture Investments), 제너럴애틀랜틱(General Atlantic), 서베이어캐피털(Surveyor Capital) 등 기존 투자자도 동참했다.

솔브테라퓨틱스의 핵심 경쟁력은 독자 링커 기술 ‘클로크링크(CloakLink)’다. 전통적인 ADC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항암제 성분인 페이로드는 대부분 물을 밀어내는 소수성(hydrophobicity) 특성을 지닌다. 문제는 소수성 물질이 항체에 달라붙으면 ADC 전체가 물에 잘 녹지 않게 되고, 이로 인해 혈액 속에서 뭉치는 응집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응집된 ADC는 체내에서 빠르게 제거되고, 부작용도 증가한다. 특히 고형암은 혈액암보다 치료가 어려운데, ADC의 약물동태학적 특성이 떨어지면 종양 조직까지 충분한 양의 약물이 도달하지 못한다.

클로크링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한다. 친수성(물과 친화적인) 링커 구조로 소수성 페이로드를 감싸는 방식이다. 마치 기름진 물질을 비누로 감싸 물에 녹이는 원리와 비슷하다. 그 결과 ADC의 수용성이 개선되고, 혈액 속에서 안정적으로 순환하면서 종양에 더 많은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약물-항체 비율(DAR)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해, 한 항체에 더 많은 항암제를 달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 SLV-154와 SLV-324는 모두 클로크링크를 적용했으며, 현재 고형암 환자 대상 1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두 약물 모두 새로운 진단 기법과 연계해 치료 효과가 높을 환자를 미리 선별하는 전략을 쓴다. 이번 투자금은 두 프로그램의 1b상 임상 완료와 후기 임상 단계 진입을 위한 운영 역량 확충에 쓰인다.

솔브테라퓨틱스는 ADC 업계의 베테랑들이 뭉쳐 만든 회사다. 머크가 27억5000만 달러에 인수한 벨로스바이오(VelosBio)와 아스트라제네카에 인수된 아서타파마(Acerta Pharma)의 핵심 인력이 2021년 모여 설립했다.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데이브 존슨(Dave Johnson)은 벨로스바이오 CEO를 지냈다. 존슨은 “차세대 ADC 엔지니어링, 친수성 링커, 새로운 환자 선별 진단을 결합한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이번 투자는 우리 과학과 팀, 그리고 고형암 환자를 위한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표적 치료제 개발 사명에 대한 강력한 지지”라고 밝혔다.

요세미티의 투자자이자 솔브 이사회 멤버인 댄 맥휴(Dan McHugh)는 “솔브는 ADC 혁신의 차세대 물결”이라며 “치료제 개발과 새로운 진단 플랫폼을 결합해 정밀 종양학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ADC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다. 2024년 123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2033년까지 연평균 10.49% 성장해 321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다이이치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Enhertu)가 2024년 37억5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로슈의 카들라(Kadcyla), 아스텔라스와 화이자의 패드셉(Padcev), 길리어드의 트로델비(Trodelvy) 등도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경쟁도 치열하다. 독일의 투불리스(Tubulis)는 올해 10월 3억61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를 마무리하며 유럽 바이오텍 시리즈C 최대 기록을 세웠다. 투불리스 역시 독자 플랫폼으로 차세대 ADC를 개발 중이며, 난소암과 폐암을 표적으로 하는 TUB-040과 TUB-030을 임상시험에서 평가하고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길리어드 등 빅파마들과의 파트너십도 여러 건 맺었다.솔브테라퓨틱스는 스티브 잡스의 아들 리드 잡스(Reed Jobs)가 설립한 요세미티의 투자를 받으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요세미티는 2023년 2억 달러로 출범한 종양학 특화 벤처캐피털로, 암을 치명적이지 않은 질병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리드 잡스는 10대 시절 아버지가 췌장암 진단을 받은 후 종양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전통적인 벤처 투자와 함께 학술 연구에 무상 지원도 병행하는 독특한 모델을 운영한다. MIT, 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 존 도어(John Doerr) 등이 요세미티의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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