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모듈원자로 개발사 ‘엑스에너지’, 7억 달러 투자 유치


첨단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 엑스에너지(X-energy)가 시리즈D 라운드에서 7억 달러를 유치했다. 투자 수요가 목표액을 넘어서며 마감된 이번 라운드에는 제인 스트릿(Jane Street)이 리드 투자자로 나섰다.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 갤버나이즈(Galvanize), 후드 리버 캐피털(Hood River Capital Management), 포인트72(Point72), 리브스 애셋 매니지먼트(Reaves Asset Management), XTX 벤처스(XTX Ventures)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고, 아레스 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 코너 캐피털(Corner Capital), 에머슨 콜렉티브(Emerson Collective), NGP, 세그라 캐피털(Segra Capital Management) 등 기존 투자자들도 후속 투자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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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에너지는 이번 자금으로 공급망을 확대하고 상용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 회사가 확보한 주문은 11기가와트(GW) 이상으로, 약 144기의 소형모듈원자로에 해당한다. 아마존(Amazon), 다우(Dow), 센트리카(Centrica) 등이 주요 고객이다.

작년 2월 시리즈C 확대 이후 1년도 안 돼 이뤄진 이번 투자로, 엑스에너지는 최근 1년여간 14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누적 투자액은 18억 달러에 달한다. AI 데이터센터와 산업시설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SMR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엑스에너지의 카말 가파리안 창업자 겸 회장은 “이번 투자 참여자들의 열띤 반응은 엑스에너지가 에너지 미래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준다”며 “회사를 세울 때부터 첨단 원자력을 접근 가능하고 저렴하게 만들어 풍요로운 에너지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J. 클레이 셀 CEO는 “Xe-100 원자로와 TRISO-X 연료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프로젝트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 덕분에 핵심 파트너들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탄탄한 공급망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엑스에너지는 고온가스냉각 방식의 Xe-100 SMR을 개발 중이다. 모듈당 80메가와트(MW)로, 4개를 묶으면 320MW 발전소가 된다. 고온에서 작동하는 특성 덕분에 전기 생산은 물론 화학공장이나 제조시설에 필요한 공정열로도 쓸 수 있다.

회사의 첫 상용 프로젝트는 다우와 함께 진행한다. 텍사스 걸프 연안 다우 시드리프트 제조시설에 Xe-100 원자로 4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원자로실증프로그램(ARDP)을 지원받아 추진 중이며, 현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심사를 받고 있다.

다우 프로젝트에 이어 아마존과는 2039년까지 미국 전역에 5GW 이상의 Xe-100을 깔 계획이다. 첫 사업지는 워싱턴주 캐스케이드 첨단에너지시설로, 에너지노스웨스트(Energy Northwest)와 손잡고 추진한다. 영국에서는 센트리카와 6GW 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엑스에너지는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TRISO-X 연료 제조시설도 짓고 있다. 미국 최초의 상업용 첨단 원자력 연료 공장이다. TRISO 연료는 테니스공 크기 구형으로, 우라늄 입자를 특수 코팅으로 감싸 멜트다운 자체가 불가능하고 폐기물을 영구 격리할 수 있다.

SMR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빌 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TerraPower)는 올해 6월 엔비디아 벤처캐피털 부문 엔벤처스(NVentures) 등으로부터 6억5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테라파워는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345MW급 나트륨냉각고속로 나트륨(Natrium) 실증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용융염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더해 최대 500MW까지 출력을 높일 수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최초로 SMR 설계 인증을 받은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는 지난 12월 워런트 행사로 2억2770만 달러를 확보했다. 뉴스케일의 77MW 모듈은 최대 12개를 연결해 924MW 규모 VOYGR 발전소로 키울 수 있으며,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SMR이 주목받는 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전기전력연구소(EPRI)는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4%에서 2030년 9.1%로 두 배 넘게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탄소 배출 없이 기저부하를 제공할 수 있는 SMR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아마존은 작년 엑스에너지 시리즈C-1 라운드에 5억 달러를 넣으며 SMR 확보에 나섰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카이로스파워(Kairos Power)와 세계 최초로 기업 차원의 SMR 구매 계약을 맺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컨스텔레이션에너지(Constellation Energy)와 20년 계약을 체결해 2028년까지 스리마일아일랜드 1호기를 재가동, 837MW 무탄소 전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SMR 산업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상용 SMR 발전소는 소수에 불과하고, 미국에는 아직 가동 중인 곳이 없다. 규제 승인, 건설 일정, 공급망 구축 등이 걸림돌이다. 엑스에너지의 다우 프로젝트는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하지만, 아직 5년 이상 남았다.

비용도 걸린다. 지금 첫 SMR 프로젝트들은 킬로와트당 3000~6000달러 자본비가 예상되지만, 제조사들은 양산으로 기존 원전의 7675~1만2500달러/kW보다 낮출 수 있다고 본다. SMR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현재 메가와트시당 89~102달러로 풍력(26~50달러/MWh)이나 태양광보다 비싸지만, 95% 이상의 가동률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기저부하 대안으로는 경쟁력이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엑스에너지는 이번 대규모 투자로 공급망을 다지고 프로젝트 실행력을 높여 SMR 상용화 경쟁에서 앞서가려 한다. 실제로 원자로를 가동시키고 기술·비용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향후 평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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