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테스트 ‘안티테시스’, 제인 스트리트 주도로 1억500만 달러 투자 유치


버지니아주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테스트 기업 안티테시스(Antithesis)가 글로벌 퀀트 트레이딩 회사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로부터 1억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Antithesis logo - 와우테일

특히 제인 스트리트는 안티테시스의 고객이면서 동시에 투자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00년 설립된 제인 스트리트는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암스테르담에 30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기술 중심 퀀트 트레이딩 회사다. 자체적으로 복잡한 분산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안티테시스 플랫폼을 직접 사용해왔고, 그 효과를 검증한 뒤 투자를 결정했다. 제인 스트리트가 초기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투자에는 앰플리파이 벤처 파트너스(Amplify Venture Partners), 스파크 캐피탈(Spark Capital), 타마랙 글로벌(Tamarack Global), 퍼스트 인 벤처스(First In Ventures), 팀워디 벤처스(Teamworthy Ventures), 하이페리온 캐피탈(Hyperion Capital)도 참여했다. 스트라이프 공동창업자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 드왈케시 파텔(Dwarkesh Patel), 숄토 더글러스(Sholto Douglas) 등 개인 투자자들도 함께했다. 조달 자금은 엔지니어링 인력 확충과 북미·유럽·아시아 시장 확대에 쓰인다.

5년 스텔스 끝에 모습 드러낸 파운데이션DB 출신 팀

안티테시스는 2018년 설립됐지만 올해 2월까지 5년 넘게 스텔스 모드로 운영됐다. CEO 윌 윌슨(Will Wilson)과 공동창업자들은 애플이 2015년 인수한 분산 데이터베이스 파운데이션DB(FoundationDB) 출신이다. 당시 파운데이션DB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분산 데이터베이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는데, 그 비결은 강력한 자율 테스트 시스템이었다.

애플 인수 후 흩어졌던 팀원들은 구글, 애플 등 대형 테크 기업에서 일하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첨단 기업들조차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테스트 도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5년 전 다시 모인 팀은 파운데이션DB의 테스트 방식을 발전시켜 상용 제품으로 만들었다. 2월 스텔스 모드를 벗으며 47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10개월 만에 다시 1억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기존 테스트와 완전히 다른 접근법

안티테시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결정론적 시뮬레이션 테스트’다. 기존 소프트웨어 테스트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려면 먼저 전통적인 방식의 한계를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개발자들은 예제 기반 테스트를 작성한다. “사용자가 로그인하면 대시보드가 뜬다” 같은 시나리오를 미리 정해두고 확인하는 식이다. 문제는 실제 운영 환경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수없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네트워크 지연, 동시 접속자 급증, 하드웨어 장애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테스트에서 잡지 못한 버그가 터진다.

카오스 엔지니어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일부러 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킨다. 넷플릭스가 만든 ‘카오스 몽키(Chaos Monkey)’가 대표적이다. 무작위로 서버를 꺼버리거나 네트워크를 끊어서 시스템이 버티는지 본다. 하지만 ‘무작위’라는 게 문제다. 같은 테스트를 해도 매번 결과가 다르고, 버그가 발생해도 정확히 재현하기 어렵다. 특히 AI 시스템처럼 복잡한 환경에서는 같은 장애를 일으켜도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안티테시스는 아예 접근법을 바꿨다. 실제 시스템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 환경을 만든 뒤, 시계 시간부터 네트워크 동작까지 모든 변수를 통제한다. 이 ‘결정론적’ 환경에서 수개월치 운영 상황을 몇 시간으로 압축해 시뮬레이션한다.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속성을 정의하면(“사용자가 같은 거래로 두 번 청구되면 안 된다” 같은), 플랫폼이 자동으로 수백만 가지 실행 경로를 탐색하면서 문제를 찾는다.

핵심은 재현 가능성이다. 버그가 발견되면 그 순간의 시스템 상태를 그대로 저장해뒀다가, 개발자가 정확히 같은 조건으로 다시 실행해볼 수 있다. “재현이 안 돼요”라는 말 없이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윌슨 CEO는 “소프트웨어가 모든 것의 기반이 됐고, 시스템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며 “신뢰성을 당연하게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제인 스트리트 엔지니어 더그 패티(Doug Patti)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분산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안티테시스는 다른 방법으로는 절대 못 찾았을 문제들을 발견해줬다”며 “의존하는 기술에 대한 기준도 높지만, 투자하는 회사에 대한 기준은 더 높다. 안티테시스는 수년 앞서 있고, 이 테스트 방식이 모든 산업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더리움 ‘더 머지’ 검증부터 몽고DB까지

안티테시스는 벌써 ‘시스템이 멈추면 안 되는’ 조직들의 필수 도구가 됐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이더리움이다. 2022년 9월 이더리움은 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완전히 바꾸는 ‘더 머지’를 단행했다. 에너지 소비를 99% 이상 줄인다는 장점이 컸지만, 자칫 잘못되면 네트워크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작업이었다. 이더리움 재단은 1년 전부터 안티테시스와 협력해 극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내부 테스트 시스템 ‘하이브’가 하루 4만4000건 테스트를 돌렸지만, 안티테시스는 그것으로 잡지 못한 치명적 버그들을 찾아냈다. 암호화폐 네트워크가 이런 식으로 검증된 건 처음이었다.

몽고DB는 데이터베이스 핵심 부분을 테스트하는 데 안티테시스를 쓴다. 고객들이 겪기 전에 미묘한 문제를 미리 잡아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인 스트리트도 글로벌 트레이딩 시스템을 검증하는 데 안티테시스를 계속 활용하고 있다.

금융, AI, 블록체인, 데이터 인프라 분야 고객들이 빠르게 늘면서 지난 2년간 매출은 12배 넘게 뛰었다.

카오스 엔지니어링 시장 대체 아닌 새 카테고리

안티테시스는 기존 카오스 엔지니어링 도구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카오스 엔지니어링 시장은 올해 23억6000만 달러에서 2030년 35억1000만 달러로 연평균 8.28% 성장할 전망이다. 그렘린(Gremlin), 하니스(Harness), 스테디빗(Steadybit), AWS 카오스 스튜디오 같은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무작위 장애를 주입해 시스템 복원력을 테스트한다.

안티테시스가 다른 건 무작위가 아니라 ‘결정론적’이라는 점이다. 카오스 도구들이 “시스템이 이 정도 장애는 버틸까?”를 묻는다면, 안티테시스는 “이 시스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다 검증했는가?”를 묻는다. 용도가 겹치기보다는 보완 관계에 가깝다.

특히 AI 시대가 오면서 기존 테스트 방식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 AI 시장이 2034년까지 3조68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면서 코드 생성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문제는 AI 투자의 46%가 검증 부족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2024년 7월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소프트웨어 오류가 포춘 500대 기업에 54억 달러 손실을 안긴 사례도 있다.

안티테시스는 이런 간극을 메우는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 조달 자금으로 엔지니어링 팀을 키워 시뮬레이션 엔진을 강화하고, AI 자동화 기능을 높이고, AWS 마켓플레이스 같은 채널로 접근성을 넓힐 계획이다. 영업·마케팅 조직도 전면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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