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지열 에너지 리더 ‘퍼보에너지’, 4.6억 달러 시리즈 E 투자 유치


퍼보에너지(Fervo Energy)가 B캐피털(B Capital) 주도로 4억 62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라운드는 초과 청약을 기록했으며 구글(Google)이 처음으로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 퍼보에너지는 2017년 설립 이후 지분 투자와 정부 보조금 등 비희석성 자금을 합쳐 총 15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기업가치는 약 14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fervo energy logo - 와우테일

퍼보에너지는 석유·가스 업계의 수압파쇄(프래킹) 기술을 지열 발전에 접목한 ‘강화지열시스템(EGS)’ 분야의 선두주자다. 수평 시추와 광섬유 모니터링 기술을 결합해 지하 깊은 곳의 뜨거운 암석층에 접근, 24시간 탄소 배출 없는 전력을 생산한다. 빠르게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지열 에너지를 주목받게 만들고 있다. 로듐그룹(Rhodium Group)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강화지열시스템이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3분의 2 가까이를 현재 비용 이하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2021년부터 퍼보에너지와 협력해왔다. 2023년 네바다주의 첫 상업 시설인 ‘프로젝트 레드’에서 3.5MW 전력을 인근 구글 데이터센터에 공급했으며, 작년에는 ‘클린 트랜지션 요금제’를 통해 네바다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115MW 규모의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번 시리즈 E 라운드에는 구글 외에도 빌 게이츠(Bill Gates)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와 캘스터스(CalSTRS), 센타우루스 캐피털(Centaurus Capital), 데본 에너지(Devon Energy), 미쓰이(Mitsui), 미쓰비시중공업(Mitsubishi Heavy Industries), 테슬라 공동창업자 JB 스트라우벨(JB Straubel), 원자력 기업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 창업자 크리스 싱(Kris Singh) 등이 참여했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는 2019년 시리즈 A 투자부터 지속적으로 참여해왔으며, 올해 6월에는 산하 프로그램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카탈리스트(Breakthrough Energy Catalyst)가 케이프 스테이션에 1억 달러의 프로젝트 우선주 투자를 단행했다.

CEO이자 공동창업자인 팀 라티머(Tim Latimer)는 “에너지 시장은 전례 없는 규모로 신뢰할 수 있는 탄소 제로 전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공급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며 “이번 투자는 우리가 획기적인 기술에서 케이프 스테이션의 대규모 배치로 나아가는 길을 명확히 해준다”고 밝혔다. 라티머는 BHP에서 시추 엔지니어로 일했던 기계공학자로, 2015년 석유·가스 업계를 떠나 셰일 혁명에서 관찰한 기술을 지열 추출에 적용하기 위해 2017년 퍼보에너지를 설립했다.

이번 투자금은 유타주 비버 카운티에 건설 중인 케이프 스테이션(Cape Station) 개발과 여러 신규 프로젝트 초기 개발에 사용된다. 케이프 스테이션은 2026년부터 100MW의 전력을 그리드에 공급하기 시작하며, 2028년까지 추가로 400MW를 공급해 총 500MW 규모가 될 예정이다. 완공되면 세계 최대 차세대 지열 발전소가 된다.

케이프 스테이션 프로젝트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퍼보에너지는 시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초기에는 시추공 하나를 완성하는 데 약 한 달이 걸렸지만, 올여름에는 16일 만에 완료했다. 현재 평균 시추 시간은 15일 안팎이다. 시추 시간 단축은 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추 비용을 줄여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 사라 주웻(Sarah Jewett)은 “시추 시간을 15일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상당히 좋은 수준이지만 항상 더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6월 시추한 슈가로프(Sugarloaf) 평가정은 깊이 4,805m, 바닥 온도 271℃로 회사 역사상 가장 깊고 뜨거운 기록을 세웠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초심도 지열정 기준 대비 79% 빠른 16일 만에 시추를 완료했으며, 최대 평균 관통 속도는 시간당 29m에 달했다. 더 뜨겁고 깊은 지열정은 단위당 출력을 높여주지만, 동시에 장비에 더 큰 부담을 주어 고장이나 성능 저하, 높은 유지보수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케이프 스테이션의 500MW 1단계는 첫해에 중요한 성능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퍼보에너지는 현재 유타와 네바다 등 미국 서부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 지역은 뜨거운 암석층이 지표면에 더 가까이 있다. 케이프 스테이션 현장의 경우 섭씨 232도(화씨 450도)의 암석에 도달하기 위해 약 2,590m를 시추해야 한다. 반면 펜실베이니아나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뜨거운 암석이 훨씬 더 깊은 곳에 존재한다. 회사는 서부 지역에서 시추 속도를 충분히 높인 후에야 다른 지역과 해외로 확장할 계획이다.

강화지열시스템 시장에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메타(Meta)는 지난해 8월 세이지 지오시스템즈(Sage Geosystems)와 150MW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고, 올해 6월에는 XGS에너지(XGS Energy)와도 뉴멕시코주에서 150MW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세이지는 2027년까지 4~8MW 1단계를, 2029년까지 150MW 2단계를 완료할 예정이다. XGS는 폐쇄루프 지열 시스템을 활용해 2030년까지 150MW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도 2023년 뉴질랜드 컨택트 에너지(Contact Energy)와 51MW 규모의 10년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으며, G42와 파트너십을 통해 케냐에 지열 에너지로만 운영되는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빠르게 증가하는 AI 전력 수요와 함께 지열 에너지는 탄소 제로이면서도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열 에너지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 에너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는 이전에 리버티 에너지(Liberty Energy) CEO로 재직했으며, 리버티는 2022년 퍼보에너지의 1억 3800만 달러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DOE는 최근 구조 조정을 통해 지열기술국(Office of Geothermal Technology)을 화석에너지국과 합병해 탄화수소 및 지열에너지국(Hydrocarbons and Geothermal Energy Office)을 신설했다. 라티머는 “지열에 대해 우리가 항상 불평해왔던 것은 누군가가 우리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고 잊혀진다는 점이었다”며 “이번 재편은 현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B캐피털의 제너럴 파트너 제프 존슨(Jeff Johnson)은 “퍼보에너지는 미국에서 청정하고 저렴하며 신뢰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의 기준을 세우고 있다”며 “AI와 전기화로 인한 수요 급증으로 그리드는 확장 가능한 상시 가동 솔루션을 긴급히 필요로 하며, 강화지열시스템이 이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센타우루스 캐피털은 최근 케이프 스테이션 1단계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7500만 달러의 우선주 투자를 약속했으며, 이번 시리즈 E 라운드에도 참여했다.퍼보에너지는 기술적 성과와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입증하며 지열 에너지를 확장 가능한 무배출 전력원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케이프 스테이션 프로젝트의 발전 용량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확인되면서 더 많은 전력을 더 빠르고 낮은 단위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빌 게이츠는 지난 10월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 노츠’에 케이프 스테이션 현장을 방문한 후 “지열 에너지는 우리의 청정 에너지 미래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며, 퍼보에너지 같은 회사들이 이 기술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보는 것은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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