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스피드, 90억 달러 규모 신규 펀드 결성…AI 투자 본격화


실리콘밸리의 유력 벤처캐피털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가 9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12월 15일 발표된 이번 펀드는 6개 펀드로 구성됐으며, 라이트스피드 역사상 최대 규모다. 2025년 결성한 단일 투자자 비클까지 포함하면 총 조달 규모는 104억 달러를 넘어선다.

lightspeed Venture Partners logo - 와우테일

이번에 결성된 펀드는 펀드 XV-A(9억 8천만 달러), 펀드 XV-B(12억 달러), 셀렉트 VI(18억 달러), 오퍼튜니티 펀드 III(33억 달러), 공동투자 펀드 I(6억 달러) 등 5개 주요 펀드와 단일 투자자 비클(12억 5천만 달러)로 구성됐다. 오퍼튜니티 펀드는 성장 단계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에 집중하고, 공동투자 펀드는 다른 라이트스피드 펀드와 함께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라이트스피드는 2012년부터 AI 기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업계 대부분이 AI에 관심을 갖기 10년 전이다. 지금까지 165개 AI 네이티브 기업에 5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대부분 시드와 시리즈 A, B 같은 초기 단계에 집중했다. 포트폴리오에는 앤쓰로픽(Anthropic), xAI,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미스트랄(Mistral), 글린(Glean), 에이브리지(Abridge), 스킬드 AI(Skild AI) 등이 포함된다.

공동 창업자이자 파트너인 라비 마트레(Ravi Mhatre)는 “AI는 한 세대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술 변화”라며 “2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2026년에는 전문 서비스, 과학 연구, 자율주행 등 여러 분야에서 AI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트너 베줄 소마이아(Bejul Somaia)는 “라이트스피드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전략적인 펀드 결성”이라며 “관습이 아닌 원론적 사고에 기반해 과거와는 다른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트스피드의 최근 성과도 눈에 띈다. IPO가 드물었던 최근 2년간 포트폴리오 기업 루브릭(Rubrik), 넷스코프(Netskope), 나반(Navan)이 잇따라 상장에 성공했다. 라이트스피드는 세 기업 모두에서 상장 당시 가장 큰 기관투자자였다. 루브릭은 2024년 4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7억 5,200만 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62억 달러를 인정받았고, 넷스코프는 같은 해 9월 나스닥에 상장하며 9억 달러 이상을 조달해 86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이번 펀드에는 뉴멕시코주 투자위원회, 텍사스 카운티·지구 퇴직시스템, 일리노이 시 퇴직기금, 테네시 통합 퇴직시스템 등 미국 주요 연기금이 참여했다. 2000년 설립된 라이트스피드는 현재 4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톱티어 VC들의 대규모 펀드 경쟁

라이트스피드의 이번 펀드 결성은 미국 톱티어 벤처캐피털들의 대규모 펀드 레이스 속에서 나왔다. 2024년 이후 주요 VC들은 AI 붐을 타고 역대급 규모의 펀드를 잇따라 결성했다.

가장 큰 규모는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다. 2024년 4월 72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으며, 성장 단계 펀드에 37억 5,000만 달러, AI 인프라 펀드에 12억 5,000만 달러, AI 애플리케이션 펀드에 10억 달러, ‘아메리칸 다이나미즘’ 펀드(방산·제조·우주)에 6억 달러, 게임 펀드에 6억 달러를 배정했다.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2024년 미국 VC 업계 전체 펀드레이징의 11% 이상을 혼자 차지했다. 현재는 200억 달러 규모의 AI 전용 메가펀드 결성을 추진 중이다.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는 2024년 10월 80억 달러를 조달했다. 코어 VC 펀드에 45억 달러, 창업자 지원 전략에 15억 달러, 별도 관리 계정(SMA)에 20억 달러를 배정했다. 제너럴 카탈리스트는 에어비앤비(Airbnb), 인스타카트(Instacart), 스트라이프(Stripe), 미스트랄(Mistral) 등에 투자했다.

피터 틸(Peter Thiel)이 설립한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는 2025년 4월 46억 달러 규모의 세 번째 성장 펀드를 결성했다. 목표액 30억 달러를 크게 초과 달성했으며, 270개 LP가 참여했다. 파운더스펀드는 페이팔, 팰런티어를 공동 창업한 틸의 회사로 스페이스X(SpaceX), 팰런티어(Palantir), 에어비앤비(Airbnb), 스트라이프(Stripe), 안두릴(Anduril) 등에 투자했다.

드래고니어(Dragoneer)는 12월 15일 43억 달러 규모의 7번째 펀드를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으며, 총 운용 자산은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여러 펀드 동시 결성이 일반적

미국 주요 VC들이 여러 펀드를 한꺼번에 결성해 발표하는 건 일반적인 관행이다. 라이트스피드가 이번에 6개 펀드를 동시에 발표한 것처럼, 대형 VC들은 보통 투자 단계별로 여러 펀드를 운영한다.

전형적인 구조는 이렇다. 먼저 ‘코어 펀드’ 또는 ‘플래그십 펀드’가 있다. 시드부터 시리즈 A, B까지 초기 단계 투자에 집중하는 펀드다. 다음으로 ‘성장 펀드(Growth Fund)’ 또는 ‘익스팬션 펀드(Expansion Fund)’가 있다. 이미 제품-시장 적합성을 입증한 기업의 시리즈 C 이후 단계에 투자한다. 라이트스피드의 펀드 XV-A와 XV-B가 코어 펀드, 셀렉트 VI가 성장 펀드에 해당한다.

‘오퍼튜니티 펀드(Opportunity Fund)’는 포트폴리오 기업 중 가장 잘 나가는 회사에 추가 투자하는 펀드다. 초기 투자 지분율을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한 후속 투자에 쓰인다. 라이트스피드의 오퍼튜니티 펀드 III가 33억 달러로 가장 큰 이유다. 앤쓰로픽, 데이터브릭스 같은 포트폴리오 기업이 대규모 후속 투자를 받을 때 지분 희석을 막고 추가 투자하려면 큰 자금이 필요하다.

‘공동투자 펀드(Co-Investment Fund)’는 다른 라이트스피드 펀드들과 함께 투자하기 위한 비클이다. LP들에게 특정 딜에 추가로 투자할 기회를 제공한다. ‘단일 투자자 비클(Single Investor Vehicle, SIV)’은 대형 LP 한 곳만을 위한 맞춤형 펀드다. 주로 소버린 웰스 펀드나 대형 연기금이 원하는 투자 전략에 맞춰 운영된다.

이렇게 펀드를 나누는 이유는 명확하다. 투자 단계마다 요구되는 자본 규모, 리스크,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는 위험이 크지만 체크 사이즈가 작고, 성장 단계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수억 달러씩 투자해야 한다. LP들도 선호하는 투자 단계가 다르다. 어떤 LP는 초기 단계 고위험 고수익을 원하고, 다른 LP는 성장 단계의 안정적인 수익을 선호한다. 여러 펀드를 운영하면 이런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VC 시장도 양극화

2024년은 VC 업계에 양극화가 심화된 해였다. 피치북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미국 VC 펀드 전체 조달액은 768억 달러로 201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위 30개 펀드가 전체의 75%(570억 달러)를 가져갔고, 상위 9개 펀드만 350억 달러(46%)를 차지했다. 신규 매니저들은 LP 미팅조차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이런 흐름은 AI 투자 경쟁이 격화되면서 더욱 강화됐다. 2024년 AI 스타트업들은 1,0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고, 이는 2023년 대비 80% 증가한 수치다. 데이터브릭스의 100억 달러, 오픈AI의 66억 달러, xAI의 60억 달러 투자 라운드가 대표적이다. 대형 언어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보니, VC들도 더 큰 펀드를 결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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