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모듈형 원전 개발 ‘라스트 에너지’, 1억 달러 시리즈C 투자 유치


마이크로모듈형 원자로를 개발하는 라스트 에너지(Last Energy)가 아스테라 인스티튜트(Astera Institute) 주도로 1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았다. JAM Fund, 기가펀드(Gigafund), 해스켈 컴퍼니(The Haskell Company), AE Ventures, Ultranative, 갤럭시 인터랙티브(Galaxy Interactive), 한국 코스닥 상장사인 우리기술 등이 이번 라운드에 함께했다.

last energy - 와우테일

2019년 설립된 라스트 에너지는 이번 투자로 누적 약 1억6400만 달러를 조달했다. 회사는 2021년 기가펀드 주도로 2000만 달러 시리즈 A를, 올해 초 4000만 달러 시리즈 B를 각각 유치한 바 있다. 이번 자금으로 미 에너지부(DOE) 파일럿 프로그램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상용 생산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브렛 쿠겔마스 라스트 에너지 CEO는 “이번 투자로 DOE 파일럿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상용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 원자력 산업의 확장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라스트 에너지가 개발 중인 PWR-20은 20MW급 소형모듈원자로다. 레고처럼 조립 가능한 수십 개 모듈로 구성되며,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으로 운반한다. 기존 대형 원전은 건설에 10년 이상 걸리지만, 이 회사의 마이크로 원자로는 24개월이면 제조부터 설치까지 끝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원자로 노심 설계를 새로 하는 대신 생산 방식에 집중한 게 특징이다. 이미 검증된 가압경수로(PWR) 기술과 기성 연료를 쓰면서도, 모든 핵심 시스템을 하나의 밀폐형 강철 격납 용기에 담아 기존 제조 공급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회사는 올해 8월 미 에너지부의 원자로 파일럿 프로그램에 뽑혔다. 이 프로그램은 2026년 7월 4일까지 최소 3개 원자로의 임계점 도달을 목표로 한다. 라스트 에너지는 텍사스 A&M-RELLIS 캠퍼스 부지를 확보했고, DOE와 원자로 개발사 간 최초로 기타거래협정(OTA)을 맺었다. 전체 노심에 들어갈 연료도 이미 확보해 2026년 시연을 준비 중이다.

영국에서도 발이 빠르다. 규제 당국의 예비 설계 검토를 마쳤고, 2027년 부지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명확한 경로를 확보한 유일한 기업이다. 웨일스 브리젠드의 폐쇄된 석탄 화력발전소 자리에 80MW 규모 마이크로 원자로 4기를 세울 계획인데, 여기에만 3억 파운드가 투입될 전망이다.

투자를 이끈 제드 맥칼렙(Jed McCaleb)은 블록체인 업계 유명인사다. 암호화폐 플랫폼 스텔라(Stellar)와 리플(Ripple)의 공동 창업자로, 약 30억 달러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세운 아스테라 인스티튜트는 20억 달러 이상 자산을 가진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시장이나 학계에서 다루기 어려운 고위험 과학기술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맥칼렙은 “라스트 에너지는 원자력에 제품 개발 방식을 적용해 발전 산업을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로 참여한 갤럭시 인터랙티브의 샘 엥글바르트는 “안정적인 청정 전력 확보가 다음 산업 성장의 핵심”이라며 “라스트 에너지의 접근법은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자본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라스트 에너지는 현재 80개 넘는 상업 계약을 확보했다. 그중 39개는 데이터센터용이다.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면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최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탄소 감축 목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회사 창업자 쿠겔마스는 스탠퍼드대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한 뒤 드론 회사를 차려 포춘 500대 기업에 매각한 연쇄 창업가다. 2017년 에너지 임팩트 센터를 세우고 원자력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는 팟캐스트 ‘타이탄스 오브 뉴클리어’를 시작했다. 800회 넘게 인터뷰하며 원자력 산업의 문제점과 해법을 찾다가 2019년 라스트 에너지를 창업했다.

소형모듈원자로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조사 결과 글로벌 SMR 시장은 2024년 58억 달러에서 2032년 84억 달러로 연평균 5% 성장할 전망이다.

주요 경쟁사로는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 오클로(Oklo), 테라파워(TerraPower) 등이 있다. 뉴스케일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승인을 받은 첫 SMR 기업으로, 77MW 모듈을 최대 12개까지 연결해 924MW를 낼 수 있는 VOYGR를 개발 중이다. 올해 5월 77MW 설계 승인도 받았다.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회장을 맡은 오클로는 재활용 핵연료를 쓰는 오로라 마이크로 원자로를 만든다. 최근엔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맞춰 75MW 대형 모델도 공개했다. 빌 게이츠가 투자한 테라파워는 345MW급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뉴스케일과 오클로는 모두 상장사로, 올해 주가가 각각 100%, 250% 올랐다.

라스트 에너지는 이번 투자금으로 PWR-5 파일럿 원자로를 완성하고, PWR-20 상용화를 추진하며, 텍사스 제조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다. 향후 15년간 마이크로 원자로 1만 기를 짓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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