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보트, 암 진단 선두주자 이그잭트 사이언시스 210억 달러에 인수


글로벌 바이오기업 애보트(Abbott)가 암 진단 분야 기업 이그잭트 사이언시스(Exact Science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애보트는 주당 105달러의 금액으로 이그잭트 사이언시스의 모든 주식을 인수하며, 주식 가치는 약 210억 달러(약 29조 5천억원)다. 거래는 2026년 2분기 완료될 예정이다.

exact sciences - 와우테일

애보트의 로버트 포드(Robert B. Ford) 회장 겸 CEO는 “이그잭트 사이언시스의 혁신과 강력한 브랜드, 고객 중심 실행력은 암 진단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애보트는 당뇨병, 심혈관질환, 감염병 등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건강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이제 이그잭트 사이언시스의 인력과 노하우를 애보트에 통합해 암이라는 글로벌 과제에 도전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그잭트 사이언시스는 2024년 연간 매출 27억 6천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1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3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회사 매출의 약 76%는 콜로가드를 중심으로 한 검진(Screening) 부문에서 발생하며, 나머지 24%는 온코타입 DX 등 정밀 종양학(Precision Oncology) 부문이 담당한다.

회사는 대장암 조기 검진 시장을 혁신한 콜로가드(Cologuard) 검사와 유방암 치료 결정을 돕는 온코타입 DX(Oncotype DX) 검사로 잘 알려져 있다. 콜로가드는 2014년 FDA 승인 이후 1,800만 명이 검사를 받았으며, 온코타입 DX는 100만 명 이상의 유방암 환자가 불필요한 화학요법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거래가 완료되면 이그잭트 사이언시스는 애보트의 자회사가 되며, 애보트의 전체 진단 매출은 연간 120억 달러를 초과하게 된다. 애보트는 현재 진단 부문에서 약 9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번 인수로 애보트는 급성장하는 미국 암 검진 및 정밀 종양 진단 시장에서 선두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이그잭트 사이언시스의 케빈 콘로이(Kevin Conroy) 회장 겸 CEO는 “애보트와 함께라면 더 많은 환자에게 다가가고 조기 발견을 앞당기며 삶을 바꾸는 답을 제공할 수 있다”며 “애보트의 혁신 문화와 글로벌 상업적 영향력은 암을 근절하고 전 세계적으로 우리 검사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려는 사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콘로이는 2009년 CEO로 취임해 회사를 암 진단 분야 선도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거래 완료 후에도 자문 역할로 회사에 남아 애보트로의 전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그잭트 사이언시스는 대장암 검진부터 다중암 조기 발견, 미세잔존암 검사까지 암 진단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의 주력 제품인 콜로가드는 집에서 대변 샘플을 채취해 우편으로 보내면 DNA 분석을 통해 대장암과 전암 병변을 발견하는 비침습적 검사다. 기존의 대장 내시경처럼 힘들고 불편한 절차가 필요 없어 검진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차세대 버전인 콜로가드 플러스는 FDA 승인을 받았으며 2025년 초부터 메디케어 보험 적용과 함께 출시됐다. 이 검사는 암과 전암 병변을 더 높은 민감도로 발견하면서도 위양성률을 40% 가까이 줄여 불필요한 후속 대장 내시경 검사를 최소화한다.

온코타입 DX는 수술이나 생검으로 떼어낸 유방암 종양 조직에서 21개 유전자의 활성도를 측정해 0~100점 사이의 재발 점수를 제공한다. 낮은 점수를 받은 환자는 화학요법 없이 호르몬 치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약 70%의 초기 유방암 환자가 불필요한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 검사는 유방암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표준 검사로 자리잡았다.

이그잭트 사이언시스가 최근 개발하고 있는 제품들은 차세대 암 진단 시장을 겨냥한다. 캔서가드(Cancerguard)는 혈액 샘플 하나로 50가지 종류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다중암 조기 발견(Multi-Cancer Early Detection, MCED) 검사다. 췌장암, 난소암, 간암, 식도암, 폐암, 위암 등 기존에 효과적인 검진 방법이 없던 치명적인 암들을 혈액검사만으로 조기에 잡아낼 수 있다. 회사는 2025년 하반기 이 검사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온코디텍트(Oncodetect)는 암 치료나 수술 후 혈액 속에 남아있는 극미량의 암세포 DNA를 감지하는 미세잔존암(Minimal Residual Disease, MRD) 검사다. 일반적인 영상 검사나 혈액 검사로는 발견할 수 없는 수준의 잔존 암세포를 분자 수준에서 찾아내 재발 위험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의사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추가 치료가 필요한지, 아니면 치료를 줄여도 되는지 결정할 수 있다. 온코엑스트라(OncoExTra) 검사는 진행성이나 전이성 고형 종양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DNA와 RNA를 광범위하게 분석해 표적 치료제에 반응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 면역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참여 가능한 임상시험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캔서가드와 온코디텍트 같은 차세대 제품들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로 현재 매출 기여도는 미미하다. 이들 제품이 본격적인 매출을 만들어내려면 2026~2027년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중암 조기 발견 시장은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암 진단 분야 중 하나다. 글로벌 MCED 시장은 2024년 약 12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까지 2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만 매년 암으로 60만 명이 사망하는데, 이 중 약 70%는 현재 효과적인 조기 검진 방법이 없는 암 종류들이다. MCED 검사는 한 번의 혈액검사로 여러 종류의 암을 동시에 찾아낼 수 있어 조기 발견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미세잔존암 검사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MRD 검사 시장은 2024년 약 25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까지 45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암 환자의 약 30~40%가 치료 후 재발을 경험하는데, MRD 검사를 통해 재발을 조기에 포착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특히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에서 MRD 검사는 이미 표준 치료의 일부로 자리잡았으며, 최근에는 대장암, 유방암, 폐암 등 고형암으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2,000만 명이 암 진단을 받으며, 이 중 200만 명이 미국인이다. 인구 증가, 고령화 및 기타 요인으로 인해 이 수치는 2050년까지 3,5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암 진단 시장은 2024년 약 1,10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까지 1,55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수는 애보트의 매출 성장과 총 이익률에 즉각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보트는 현재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인 콜로가드를 확보하는 동시에, MCED와 MRD 같은 차세대 암 진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함께 인수하는 셈이다. 콜로가드가 만들어내는 연간 21억 달러 규모의 매출은 애보트에게 즉각적인 수익을 제공하고, 캔서가드와 온코디텍트 같은 차세대 제품들이 본격 상용화되면 2027년 이후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암 진단 시장에서는 최근 대규모 M&A가 활발하다. 일루미나(Illumina)는 2021년 다중암 조기 발견 검사를 개발하는 그레일(GRAIL)을 80억 달러에 인수했지만, FTC와 EU의 반독점 명령으로 2023년 결국 매각을 결정했다. 이번 애보트-이그잭트 사이언시스 거래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두 회사가 서로 다른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반독점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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