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개원의 전용 플랫폼 ‘테브라’, AI 강화 위해 2.5억 달러 투자 유치


중소 개원의 전용 전자의무기록(EHR) 플랫폼 테브라(Tebra)가 힐드레드(Hildred) 주도로 2.5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EHR은 환자의 진료 기록, 처방전, 검사 결과 등을 디지털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병원과 개원의 운영의 핵심이다. 지분 투자와 JP모건의 부채 융자로 구성된 이번 라운드는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다. 토바 캐피털(Toba Capital), 트랜스포메이션 캐피털(Transformation Capital), HLM 벤처 파트너스(HLM Venture Partners) 등 기존 투자자들도 참여했다.

tebra logo - 와우테일

테브라는 현재 14만 명 이상의 개원의를 지원하며 1억 2,500만 건의 환자 기록을 관리하고 있다. 이미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를 갖춘 상태에서, 이번 투자금으로 임상 기록, 청구, 마케팅 전반에 AI를 더 깊숙이 통합할 계획이다.

2004년 카레오(Kareo)를 창업한 댄 로드리게스(Dan Rodrigues) CEO는 “이번 투자는 독립 개원의가 겪는 압박을 풀라는 명령”이라며 “AI가 업계의 균형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드레드의 공동 창립자 앤드류 골드만(Andrew Goldman)은 “독립 개원의는 미국 의료의 중추지만, 오히려 행정 업무를 늘리는 낡은 기술에 시달려왔다”며 “테브라는 단순히 기록만 디지털화하는 게 아니라 의료진을 대신해 실제 일을 처리하는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나블라·에이브리지와 다른 길, 통합 플랫폼 전략

테브라는 나블라(Nabla), 에이브리지(Abridge), 앰비언스헬스케어(Ambience Healthcare) 같은 AI 음성 기록 스타트업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나블라는 7,000만 달러, 에이브리지는 3억 달러를 각각 투자받으며 진료실 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SOAP 노트를 자동 생성하는 데 집중한다. 이들은 에픽(Epic), 애시나헬스(athenahealth) 같은 기존 EHR에 API로 연결되는 ‘추가 도구’다.

반면 테브라는 EHR 자체가 핵심 제품이다. 여기에 청구, 예약, 환자 소통, 마케팅까지 하나로 묶은 ‘올인원’ 전략을 쓴다. 단순히 진료 기록만 자동화하는 게 아니라, 청구 코딩, 보험 청구 거부 예방, 환자 리뷰 자동 답변까지 AI로 처리한다. 중소 개원의 입장에서는 여러 업체를 따로 계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올해 하반기만 봐도 AI 노트 어시스트로 50만 건 이상의 진료 기록을 만들었고, 의사들은 노트 작성 시간을 평균 60% 줄였다. 환자 리뷰에 AI가 자동으로 답변해주는 기능을 쓴 개원의는 웹사이트 방문이 45% 늘었다.

개원의 번아웃 해결, 200억 달러 시장의 경쟁

독립 개원의는 미국 의료의 근간이지만 최근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다. 의사들은 환자를 5시간 보면 1시간을 서류 작업에 쓴다. 저녁에 집에 가서도 차트를 정리하는 ‘잠옷 시간(pajama time)’까지 더하면 번아웃은 당연한 수순이다.

AI 기반 EHR 시장은 2023년 53억 달러에서 2031년 375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28.8% 성장이다. 작년에만 미국 의료 기관들이 행정·임상 AI에 66억 달러 넘게 쓴 이유다.

테브라는 에픽, 오라클 헬스(Oracle Health), 애시나헬스, eClinicalWorks 같은 기존 EHR 업체와 겨룬다. 에픽은 미국 EHR 시장 점유율 28%로 1위지만 대형 병원용이다. 구현에 몇 달씩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테브라는 그 반대편, 중소 개원의를 노린다.

애시나헬스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중소 개원의 시장에서 테브라와 정면 경쟁한다. AI 음성 기록 시장에서는 스키(Suki), 에이블릿지, 나블라, 엠비언스 헬스 등이 성장 중이다. 테브라는 이들과 정면으로 부딪히기보다는 EHR 통합 플랫폼이라는 포지션을 유지한다.

창업자 로드리게스, 20년 헬스테크 경력

댄 로드리게스는 헬스테크가 아직 낯선 2004년에 카레오를 세웠다. UCLA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그는 사실 의료 청구 소프트웨어로 시작했다. 복잡한 의료 청구를 웹으로 간단하게 만들자는 게 초기 비전이었다.

그 전에는 음악·영상 파일 검색 엔진 스카우어(Scour)를 1990년대 후반에 창업해 1,000만 명 넘게 모았다. 2001년부터는 소프트웨어 컨설팅 회사 스케매틱스(Skematix)를 운영하며 헬스케어 IT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

카레오는 2021년 11월 환자 경험 플랫폼 페이션트팝(PatientPop)과 합병해 테브라가 됐다. 테브라는 ‘척추(vertebrae)’에서 따왔다. 개원의 성공의 중심축이 되겠다는 의미다. 합병 당시 직원 약 1,000명에 10만 명 넘는 의료진을 지원했다.

그해 11월 골럽 캐피털(Golub Capital) 주도로 6,500만 달러 시리즈 A를, 2022년 7월 7,200만 달러 시리즈 B를 받으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힐드레드, 올해만 8억 달러 펀드 결성

이번 투자를 이끈 힐드레드는 중소형 헬스케어 기업 전문 사모펀드다. 뉴욕 기반으로 의약품, 진료 서비스, 의료기기, 헬스케어 IT 전반에 투자한다. 올해 1월 3호 펀드 8억 달러 결성을 마쳤다. 목표 6억 달러를 웃돈 규모로, 2021년 2호 펀드(3억 6,300만 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힐드레드는 단순 재무 투자자가 아니라 운영 개선에 직접 관여하는 걸 선호한다. 통제 지분을 확보해 경영진과 밀착해서 성장 전략을 짠다. 테브라 입장에선 자금뿐 아니라 헬스케어 산업 네트워크와 운영 노하우를 함께 얻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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