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사 메이어가 창업한 AI 비서 ‘대즐’, 800만 달러 시드 투자 유치


야후 CEO를 지낸 마리사 메이어가 생성형 AI 시장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냈다. 지난 6년간 운영하던 사진 공유·연락처 관리 스타트업 선샤인(Sunshine)의 문을 닫고, 차세대 AI 개인 비서를 만드는 대즐 AI(Dazzle AI)를 새로 세웠다.

dazzle ai logo - 와우테일

대즐은 포러너 벤처스(Forerunner Ventures)의 커스틴 그린(Kirsten Green)이 주도한 8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3500만 달러다.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 그레이크로프트(Greycroft), 오프라인 벤처스(Offline Ventures), 슬로우 벤처스(Slow Ventures), 블링 캐피털(Bling Capital) 등이 함께 투자했다.

메이어는 구글의 20번째 직원이다. 구글 검색의 디자인을 만들고 구글 맵스와 애드워즈 개발을 이끌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야후 CEO로 일하며 회사 핵심 자산을 버라이즌에 매각하는 과정을 지휘했다. 복잡한 기술을 쉽게 만드는 데 탁월했던 그는 이번에도 “AI를 일상에서 더 쉽고 유용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메이어도 자금을 투자했지만, 이번 라운드는 그린이 주도했다. 그린은 워비 파커(Warby Parker), 차임(Chime), 달러 셰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 같은 유명 소비자 브랜드에 일찍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의 합류는 대즐이 AI 기반 소비자 서비스 시장에서 승부를 걸 준비가 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린은 앞서 “기업용 AI가 먼저 앞서 나갔지만, 소비자용 AI는 이제 막 꽃필 준비가 된 ‘늦은 개화자’”라고 말한 바 있다.

대즐은 아직 구체적인 기능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가 내세운 미션은 분명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AI로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운다”는 것이다. 메이어는 “평생 복잡한 기술을 쉽게 만드는 일을 해왔다”며 “대즐은 AI를 단순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돕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모델들이 이제 일관되게 좋은 성능을 내면서 믿을 수 있는 인프라가 됐다”며 “이제 중요한 건 애플리케이션, 즉 그 힘을 활용해 실제 가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투자 유치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메이어의 이전 스타트업 선샤인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2018년 루미 랩스(Lumi Labs)로 시작한 선샤인은 2000만 달러를 투자받았지만 결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20년 내놓은 구독형 연락처 관리 앱 ‘선샤인 콘택츠(Sunshine Contacts)’는 공개 데이터베이스에서 집 주소를 자동으로 가져오는 기능 때문에 프라이버시 논란에 휘말렸다. 2024년엔 이벤트 관리와 AI 기반 사진 공유 도구 ‘샤인(Shine)’을 더했지만, 디자인이 낡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용자를 모으지 못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고작 1000번 정도 다운로드됐을 뿐이다.

메이어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선샤인 팀이 지난 여름부터 대즐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훨씬 더 흥분되는 걸 발견했다”며 대즐이 선샤인보다 “훨씬 더 큰 임팩트”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선샤인을 정리하면서 투자자들은 대즐 지분의 10%를 받았다. 선샤인 직원 15명 정도는 대즐로 옮길 예정이다.

선샤인의 실패를 돌아보며 메이어는 솔직했다. 회사가 다루던 문제가 너무 “평범했고” 규모도 충분히 크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내가 정말 바랐던 수준의 완성도와 접근성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샤인에서 배운 것들이 대즐을 훨씬 더 탄탄하고 영향력 있는 사업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대즐은 이제 AI 개인 비서라는 격전지로 뛰어든다. 오픈AI(OpenAI), 구글(Google), 앤스로픽(Anthropic) 같은 거대 기술기업들이 이미 자리를 잡은 시장이다. 챗GPT는 월간 활성 사용자가 9억 명에 달하고, 구글 제미니(Gemini)는 안드로이드 생태계 곳곳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은 윈도우의 핵심이 됐고, 애플도 iOS와 맥OS에 애플 인텔리전스를 심으려 애쓰고 있다.

그래도 소비자 AI 시장의 가능성은 크다. 마켓리서치퓨처(MarketResearchFuture)에 따르면 가상 비서 시장은 2024년 64억 달러에서 2025년 82억 달러로 커져서 연 28.2%씩 성장한다. 맥킨지는 생성형 AI가 여러 분야에서 연간 2조 6000억~4조 400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소비자용 AI 비서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성공하려면 이메일, 캘린더, 연락처, 문서와의 깊은 연동, 오래 기억하는 능력, 확실한 프라이버시 보장, 플랫폼 자체 도구들과 겨룰 만한 세련된 경험이 필요하다. 게다가 소비자용 AI 앱은 치열한 경쟁과 비싼 고객 확보 비용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메이어에게 유리한 점은 그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정말로 바꾼 두 회사에 있었던 드문 특권”을 가졌다는 것이다. 구글에서의 디자인 감각과 실리콘밸리 인맥은 분명한 무기다. 포러너 파트너 그린은 “내일의 승자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들은 점진적 개선이나 예전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패러다임을 상상할 용기를 갖고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로 생각한다”며 “리더로서 마리사는 이런 큰 도전에 필요한 야망과 용기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대즐은 몇 달 안에 첫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회사는 팀을 늘리고 있고, 웹사이트 채용공고를 보면 iOS 개발자와 AI 모델을 “설계하고 개발하고 평가”할 AI 연구원을 찾고 있다. 800만 달러의 초기 자금을 보면, 대즐은 처음부터 대규모 언어 모델을 훈련하기보다는 기존 오픈소스 LLM을 입맛에 맞게 고쳐 쓸 가능성이 크다. LoRA 같은 모델 맞춤 기법을 쓰면 인프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800만 달러의 새 자금, 베테랑 창업자, 소비자를 잘 아는 리드 투자자를 갖춘 대즐은 붐비는 시장에 흥미로운 신규 진입자로 떠올랐다. 선샤인의 실수에서 배운 것과 AI 시대에 대한 새로운 비전으로 무장한 메이어가 이번엔 진짜로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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