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아이,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멘티로보틱스 9억 달러에 인수


자율주행 기술 기업 모빌아이(Mobileye)가 이스라엘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멘티로보틱스(Mentee Robotics)를 9억 달러에 인수한다. 자율주행차를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피지컬 AI’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mobileye mentee robotics - 와우테일

인수 대금은 현금 6억 1,200만 달러와 최대 2,620만 주의 모빌아이 클래스A 보통주로 구성됐다. 거래는 2026년 1분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모빌아이 이사회와 최대 주주 인텔(Intel)이 이번 인수를 승인했다. 멘티로보틱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모빌아이 CEO인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 교수는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멘티로보틱스는 2022년 샤슈아 교수와 페이스북 AI 리서치 출신 리오르 울프(Lior Wolf) CEO, 머신러닝 전문가 샤이 샬레브슈워츠(Shai Shalev-Shwartz) 교수가 공동 창업했다. 지난 4년간 스텔스 모드로 개발에 집중해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을 완성했다. 영국 딥테크 투자사 아렌이노베이션캐피털(Ahren Innovation Capital) 주도로 총 1,700만 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 대비 53배의 가치 평가를 받으며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게 됐다.

멘티로보틱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퓨샷 학습(few-shot learning)’ 기술이다. 사람이 몇 번만 시연해주면 로봇이 새로운 작업을 익힐 수 있다. 대규모 실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원격 조작에 의존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무제한으로 학습한 뒤 실제 세계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멘티봇(MenteeBot)은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주변 환경을 파악하며, 자율적으로 물건을 옮기고 조작할 수 있다.

하드웨어도 직접 만든다. 구동기, 모터 드라이버, 촉각 센서가 달린 로봇 손, 교체 가능한 배터리까지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했다. 이런 수직 통합 전략 덕분에 시뮬레이션과 실제 환경의 격차를 줄이고, 24시간 연속 작동이 가능하며, 대량 생산 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모빌아이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주목한 이유는 자율주행차와 근본적인 과제가 같기 때문이다. 두 기술 모두 사람을 위해 설계된 공간에서 안전하고 유용하게 작동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의도를 파악하며,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 자율주행차에서 쌓은 비전 AI, 센서 기술, 안전 검증 방법론을 휴머노이드 로봇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샤슈아 CEO는 “오늘은 로봇공학과 자동차 AI의 새로운 장이자 모빌아이 3.0의 시작”이라며 “멘티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과 모빌아이의 자율주행 전문성을 결합해 글로벌 규모로 피지컬 AI를 이끌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울프 CEO는 “4년 만에 이룬 성과가 자랑스럽다”며 “모빌아이의 AI 인프라와 상용화 전문성을 확보하게 돼 확장 가능하고 안전한 휴머노이드 솔루션을 시장에 빠르게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멘티로보틱스는 올해 고객사와 개념 증명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원격 조작 없이 완전 자율로 작동하는 로봇을 공장과 물류센터에 배치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양산과 상용화는 2028년을 목표로 한다. 인수 후에도 독립 조직으로 운영되며, 모빌아이의 AI 인프라를 활용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합 속도를 높인다.

Mentee robotics - 와우테일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4년 20억 달러에서 2029년 132억 달러로 연평균 45.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 조립 분야만 해도 2035년까지 50억 달러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도 치열하다. 테슬라(Tesla)는 옵티머스(Optimus)를 개발 중이고,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는 아틀라스(Atlas)의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피겨AI(Figure AI), 애질리티로보틱스(Agility Robotics), 유니트리(Unitree) 같은 스타트업들도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도 거세다.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에서 검증한 안전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할 계획이다. 책임감응안전성(RSS) 같은 형식적 안전 모델과 시스템 수준의 이중화 설계로 신뢰성을 확보한다. 20년 넘게 쌓아온 완성차 업체와의 관계도 활용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매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장 자동화용 로봇의 잠재 고객이 되는 셈이다.

모빌아이는 현재 향후 8년간 245억 달러의 자동차 매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2023년 1월보다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번 인수로 2026년 운영비가 소폭 증가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엔진을 확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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