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 스타트업 ‘컨버지바이오’, 2,500만 달러 투자 유치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컨버지바이오(Converge Bio)가 베세머벤처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 주도로 2,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메타, 오픈AI, 위즈의 임원들도 투자자로 참여했고, TLV파트너스(TLV Partners)와 빈티지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Vintage Investment Partners)도 라운드에 합류했다.

Converge Bio Team - 와우테일
Converge Bio Team

보스턴과 텔아비브를 오가며 활동하는 이 스타트업은 DNA, RNA, 단백질 같은 생물학적 언어를 학습한 생성형 AI로 신약 개발을 가속화한다. 2024년 550만 달러 시드 투자를 받은 지 1년 반 만에 이뤄진 이번 투자는 빠른 상업화 성공을 보여준다. 창업 2년 만에 40개 제약·바이오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40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도브 거츠(Dov Gertz) CEO는 “고객사들이 여러 AI 모델을 찾아 조합할 필요 없이 즉시 사용 가능한 완결된 시스템을 제공한다”며 차별점을 강조했다. 컨버지바이오는 신약 개발의 각 단계를 겨냥한 세 가지 핵심 시스템을 제공한다.

첫 번째는 항체 설계 시스템이다. 항체는 특정 단백질에 달라붙어 병을 치료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AI는 세 단계로 작동한다. 생성형 AI가 수많은 항체 후보를 만들고, 예측 AI가 약효·부작용·제조 용이성을 평가해 유망한 후보만 골라내며,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이 항체와 표적 단백질의 결합을 3차원으로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수천 개를 만들어 일일이 실험해야 하는 과정을 대폭 줄인다.

두 번째는 단백질 제조 최적화 시스템이다. 바이오의약품 대량 생산 시 단백질 수율이 낮은 게 문제다. AI는 유전자 서열과 배양 조건을 최적화해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단백질을 얻는 방법을 제안한다. 한 파트너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한 번으로 생산량을 4배 이상 끌어올렸다.

세 번째는 바이오마커 및 표적 발견 시스템이다. 신약을 만들려면 먼저 공격할 표적을 찾아야 한다. 암세포에만 있는 특정 단백질이 표적이 될 수 있다. 또한 어떤 환자에게 약이 잘 듣는지 예측하려면 바이오마커가 필요하다. AI는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표적과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신약 개발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 방향을 제시한다.

실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생산량 4배 증가 외에도 표적과 극도로 강하게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어냈다. 결합력이 단일 나노몰 수준으로 매우 적은 양으로도 효과를 낸다. 직원은 지난해 11월 9명에서 34명으로 늘었고, 미국·캐나다·유럽·이스라엘에 고객을 확보했으며 아시아 진출도 준비 중이다.

컨버지바이오가 진출한 AI 신약 개발 시장은 2025년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벤처캐피털은 2025년 1~3분기에만 27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섹터 전체 자금 조달액은 4,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대형 투자가 줄을 이었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이 세운 아이소모픽랩스(Isomorphic Labs)는 3월 6억 달러 시리즈 A를 유치했다. 오픈AI가 투자한 차이디스커버리(Chai Discovery)는 12월 1억3,000만 달러 시리즈 B로 기업가치 13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아이앰빅(Iambic)도 11월 1억 달러를 투자받으며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기존 강자들도 체제를 정비했다. 리커전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는 2024년 11월 엑시엔티아(Exscientia)와 합병을 완료하며 종합 플랫폼을 구축했다. 인실리코메디신(Insilico Medicine)은 2025년 6월 총 1억2,300만 달러 시리즈 E를 마무리했고, AI로 설계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가 2상 임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어 향후 18개월 내 3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는 AI 설계 신약이 최종 승인 직전까지 온 첫 사례다.

알파폴드(AlphaFold) 개발자들이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으면서 AI 신약 개발은 실험 단계를 넘어 산업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거츠는 “1년 반 전만 해도 업계에 회의론이 많았지만 성공 사례가 쌓이면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만든 분자가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검증하는 게 큰 과제다. 거츠는 “챗GPT가 잘못된 답을 내놓으면 금방 알아챌 수 있지만, AI가 제안한 신약 후보물질은 실험실에서 검증하는 데 몇 주가 걸린다”며 “비용도 훨씬 높다”고 말했다. 컨버지바이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자 생성 AI와 효과 예측 AI를 함께 사용해 실패 가능성을 줄인다.

AI 신약 개발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메타의 AI 수석과학자 얀 르쿤(Yann LeCun)은 LLM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거츠는 “르쿤의 지적이 맞다”며 “생물학을 이해하려면 DNA, RNA, 단백질 같은 생물학적 데이터로 직접 학습한 AI가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컨버지바이오는 텍스트 기반 LLM을 보조 도구로만 쓴다. 예를 들어 AI가 새로운 분자를 만들었을 때 관련 논문을 찾아주는 용도다. 핵심 기술은 생물학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AI이며, 상황에 따라 LLM, 확산 모델, 전통적 머신러닝, 통계 분석 등을 조합해 활용한다.

컨버지바이오의 창업팀은 탄탄한 배경을 갖췄다. 거츠 CEO는 노벨상 수상자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교수와 함께 새로운 CRISPR 시스템을 발견하는 머신러닝 연구를 했고, 이는 미국 특허로 이어졌다. 최고과학책임자(CSO) 이도 와이너(Iddo Weiner)는 두 개 신약 프로그램을 2상 임상까지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오데드 칼레브(Oded Kalev)는 사이버보안 AI 전문가로 미국 정부에 대규모 AI 시스템을 자문했다.

거츠는 “모든 생명과학 기업이 컨버지바이오를 AI 연구소로 쓰게 만드는 게 목표”라며 “실험실은 사라지지 않지만 AI가 가설과 분자를 먼저 만들어주고 실험실은 이를 검증하는 역할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세머벤처파트너스의 앤드류 헤딘(Andrew Hedin) 파트너는 “컨버지바이오는 이 분야에서 드문 조합을 갖췄다”며 “실제 상업 성과와 강력한 과학적 결과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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