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AI ‘하비’, 110억 달러 가치에 2억 달러 투자유치 추진


샌프란시스코 기반 법률 AI 스타트업 하비(Harvey)가 불과 수개월 만에 기업가치를 30억 달러 끌어올린 110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2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가 이번 라운드를 주도할 것으로 전해진다.

Harvey logo - 와우테일

하비는 지난해 12월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주도로 80억 달러 밸류에이션에서 1억 6000만 달러를 조달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투자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회사 측은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이는 하비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회사는 지난해 2월 30억 달러 밸류로 시리즈D 3억 달러를 조달했고, 그로부터 4개월 뒤인 6월에는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와 코투(Coatue) 주도로 50억 달러 밸류의 시리즈E 3억 달러를 유치했다. 이는 불과 1년 사이 밸류에이션이 10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하비의 공동창업자 겸 CEO 윈스턴 와인버그(Winston Weinberg)는 링크드인을 통해 회사가 지난해 말 기준 연간 반복 매출(ARR) 1억 9000만 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1억 달러를 돌파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거의 두 배로 성장한 수치다.

하비는 오메베니 앤 마이어스(O’Melveny & Myers) 출신 변호사 와인버그와 메타·구글에서 AI 연구를 담당했던 가브리엘 페레이라(Gabriel Pereyra)가 2022년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에서 룸메이트로 지내며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GPT-3를 활용해 캘리포니아 주택임대법 관련 질의응답 실험을 진행했고, 변호사 100명에게 테스트한 결과 86건에서 수정 없이 답변을 보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업 가능성을 확인했다.

회사의 전환점은 2022년 11월 글로벌 로펌 앨런 앤 오버리(Allen & Overy, 현 A&O 셔먼)가 첫 대형 고객으로 합류하면서 찾아왔다. 앨런 앤 오버리는 2023년 2월 하비를 전사적으로 도입한 첫 번째 로펌이 되었으며,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3500명의 변호사가 4만 건의 질의를 수행했다. 현재 하비는 43개 관할권에 걸쳐 4000명의 직원이 활용하고 있다.

하비는 법률 문서 분석, 계약서 검토, 법률 리서치 등을 자동화하는 맞춤형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로펌과 기업 법무팀에 제공한다. 회사는 현재 63개국 700여 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상위 10대 로펌 중 과반수가 고객이다. 월 1인당 1200달러의 구독료를 기본으로 하며, 최소 20석 이상 1년 약정이 필요하다.

회사는 오픈AI 스타트업 펀드(OpenAI Startup Fund)를 첫 기관투자자로 시작해 세쿼이아 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구글 벤처스(Google Ventures), 사라 구(Sarah Guo)의 컨빅션(Conviction), 엘라드 길(Elad Gil) 등 실리콘밸리 정상급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아왔다. 올해 1월에는 AI 데모 제작 도구 헥서스(Hexus)를 인수하며 인도 방갈로르에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글로벌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률 AI 시장은 하비 외에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스웨덴 기반 레고라(Legora)는 지난해 5월 6억 7500만 달러 밸류로 8000만 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10월 17억 달러 밸류로 1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인신상해 전문 이븐업(EvenUp)은 20억 달러 이상의 밸류를 기록했고, 원고 로펌 대상 AI 솔루션 이브(Eve)는 10억 달러 밸류에이션을 달성했다.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는 법률 AI 스타트업 케이스텍스트(Casetext)를 6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해 웨스트로(Westlaw) 플랫폼에 통합했으며, 렉시스넥시스(LexisNexis)도 자체 AI 리서치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중소형 로펌 대상의 클리오(Clio)는 30억 달러 밸류로 ARR 2억 달러를 달성하며 지난해 법률 리서치 회사 vLex를 1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하비의 급격한 밸류에이션 상승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SaaS 기업은 ARR 대비 10배의 밸류에이션을 받는 반면, 하비는 지난해 8월 기준 ARR 대비 50배 수준이었다. 가트너(Gartner)의 분석가는 “가격 인상 여지가 제한적일 수 있다. 대형 플랫폼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여러 AI 특화 솔루션을 조합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AI가 법률 산업에 가져올 구조적 변화에 주목한다. 소프트웨어 기업 여러 곳을 창업한 트래비스 스테펜(Travis Steffen)은 “현재 기술 분야 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AI의 영향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비는 단순 법률 리서치를 넘어 복잡한 다단계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로 진화하고 있다. A&O 셔먼과 공동으로 독점금지법 신고 분석, 사이버보안, 펀드 결성, 대출 검토 등 고부가가치 영역의 에이전트형 AI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다른 로펌과 기업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회사는 최근 ‘하비 아카데미(Harvey Academy)’를 출시해 법률팀의 AI 활용도를 높이는 온디맨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더블린과 파리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유럽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비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웨스트로, 프랙티컬 로(Practical Law) 등 기존 법률 플랫폼과 통합되며, 아이매니지(iManage)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법률 지식 관리 시스템과도 연계하고 있다.

와인버그는 “수십 년간 법률 산업은 동일한 구조와 접근 방식으로 고객에게 결과물을 제공해왔다. A&O 셔먼과 함께 하비는 정확성과 신뢰를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시간을 절약하는 에이전트형 워크플로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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