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핵융합’ 상용화 나선 이너시아, 4억5000만 달러 시리즈A 마감


클라우드 통신 플랫폼 트윌리오(Twilio)를 창업해 나스닥에 상장시킨 제프 로슨(Jeff Lawson)이 이번엔 핵융합 에너지에 도전장을 냈다. 그가 설립한 이너시아 엔터프라이즈(Inertia Enterprises)가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베서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가 주도했고, 구글 벤처스(GV), 모던 캐피털(Modern Capital), 쓰레숄드 벤처스(Threshold Ventures) 등이 함께했다.

inertiafounders 1 - 와우테일

2024년 설립된 이너시아의 창업팀은 검증된 인물들로 채워졌다. CEO 로슨은 트윌리오를 창업해 2016년 상장을 주도했고 2024년 1월까지 경영 일선에 있었다. 이제 그의 새 도전은 핵융합이다.

최고과학책임자(Chief Scientist) 애니 크리처(Annie Kritcher) 박사는 이 분야의 전설이다. 2017년부터 NIF에서 핵융합 실험 설계를 이끌어왔고, 2022년 역사적인 점화 실험의 설계자였다. 그가 개발한 ‘하이브리드-E(Hybrid-E)’ 설계가 인류 최초로 순 에너지 생성에 성공했다. 크리처 박사는 로렌스 리버모어와 특별한 협약을 맺었다. 이너시아 공동창업자로 일하면서도 연구소 직책을 유지한다. 20년 넘게 쌓은 전문성을 상용화에 쏟겠다는 의도다.

최고기술책임자(CTO) 마이크 던(Mike Dunne) 교수는 스탠퍼드대학교와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왔다. 그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LCLS(Linac Coherent Light Source) 연구시설을 이끌었다. 로렌스 리버모어에서는 NIF의 점화 기술을 발전소로 만드는 5년 프로그램을 총괄했다. 영국 중앙레이저시설(Central Laser Facility) 책임자로 세계 최강력 레이저 개발을 감독한 경험도 있다.

이너시아의 핵심은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의 국립점화시설(NIF)에서 검증된 기술을 상업적 규모로 확장하는 것이다. NIF는 2022년 12월 5일 역사를 썼다. 레이저 에너지 2.05메가줄을 쏘아 3.15메가줄의 핵융합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투입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나온 것이다. 실험실에서 핵융합 ‘점화’에 성공한 건 인류 역사상 처음이었다.

이너시아는 이 성과를 발전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금은 세계 최강력 레이저 시스템 ‘썬더월(Thunderwall)’ 개발과 핵융합 연료 타겟 대량생산 라인 구축에 쓰인다. 각 발전소에는 약 1000개의 레이저가 들어간다. 직경 4.5mm 크기의 연료 타겟을 초당 수십 개씩 쏘아 연속으로 핵융합을 일으키는 구조다. 타겟 하나당 생산 단가는 대량생산 시 1달러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NIF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NIF는 192개의 레이저로 정교하게 제작된 타겟 하나를 쏜다. 타겟 하나 만드는 데 수십 시간이 걸린다. 실험실 수준이다. 이너시아는 레이저 개수를 늘리고 타겟 생산을 자동화해 상업적 효율을 높인다. 썬더월은 초당 10회, 빔당 10킬로줄을 전달하며 10%의 벽면 플러그 효율(wallplug efficiency)을 갖춘 반도체 다이오드 기술을 쓴다. 평균 전력으로 따지면 기존 레이저보다 50배 강력하다.

베서머 벤처 파트너스의 바이런 디터(Byron Deeter) 파트너는 “이너시아는 상업적 에너지로 가는 명확한 로드맵을 가진 최초의 회사”라며 “입증된 물리학 전문성과 회사 구축 경험의 조합이 독특하다”고 평가했다.

핵융합 스타트업 투자 경쟁은 뜨겁다.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ommonwealth Fusion Systems)는 지난해 8월 8억6300만 달러를 조달했다. 누적 투자금이 약 30억 달러에 달한다. 구글, 엔비디아,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같은 굵직한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매사추세츠주 데번스에서 SPARC 토카막 실증기를 건설 중이다.

타입 원 에너지(Type One Energy)는 최근 8700만 달러를 끌어모았다. 누적 투자금 1억6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를 준비 중이다.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가 투자했다. 테네시주에서 스텔러레이터 방식의 350메가와트 발전소를 개발한다.

핵융합은 기존 원자력 발전과 근본적으로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 현재 상용화된 원자력 발전소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무거운 원자핵을 쪼개는 ‘핵분열’ 방식이다. 반면 핵융합은 수소처럼 가벼운 원자핵을 융합시켜 에너지를 얻는다. 태양과 별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바로 그 원리다.

두 방식의 차이는 명확하다. 핵분열은 연쇄반응이 통제를 벗어나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수천 년 동안 방사능을 유지하는 폐기물이 발생한다. 핵융합은 다르다. 연료 공급이 끊기면 반응이 즉시 멈추고,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도 수십 년 내에 사라진다. 연료도 바닷물에서 추출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해 사실상 무한하다.

문제는 핵융합을 일으키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다. 수소 원자핵들이 서로 밀어내는 힘을 이겨내려면 태양 중심부와 같은 극한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이너시아가 선택한 ‘관성 가두기 방식’은 초강력 레이저로 연료 펠릿을 순식간에 압축해 핵융합을 일으킨다. NIF에서 이미 순 에너지 생성이 입증됐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반면 커먼웰스 퓨전 같은 경쟁사들이 추구하는 ‘자기 가두기 방식’은 강력한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가둬 핵융합 조건을 만든다. 토카막이나 스텔러레이터가 대표적인데, 아직 상업적 규모의 순 에너지 생성을 달성하지 못했다.

핵융합 에너지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투자 규모로 확인된다. 지난 1년간 26억4000만 달러의 투자가 몰렸는데,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퓨전 인더스트리 어소시에이션(Fusion Industry Association)에 따르면 현재 50개 이상의 기업이 핵융합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고, 전체 산업 누적 투자금은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상용화’라는 최종 관문은 여전히 높다. NIF의 역사적인 성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계가 보인다. 타겟에 전달된 레이저 에너지 2.05메가줄에서 3.15메가줄의 핵융합 에너지가 나왔지만, 레이저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데만 약 300메가줄이 소모됐다. 실제 투입 대비로는 1% 남짓한 효율이다. 이너시아를 비롯한 스타트업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바로 이 전체 시스템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전력망에 공급 가능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너시아는 2030년 상업용 발전소 건설에 착수해 향후 10년 내 기가와트급 핵융합 발전소를 전력망에 연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크리처 박사는 “3년 만에 타겟에 전달된 것보다 더 많은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한 최초의 실험에서, 그 결과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타겟 이득을 더욱 높이는 단계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리학을 상업적 규모의 핵융합 에너지로 가는 경로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던 교수는 “핵융합 산업은 처음으로 상용화에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정렬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입증된 물리학, 공공 부문 파트너십, 그리고 실현에 필요한 규모의 민간 투자”를 꼽았다. “이러한 요소들을 활용해 전력망 규모에서 작동하는 핵융합 에너지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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