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베팅을 금융 시장처럼 바꾼다, 노빅(Novig) 7,500만 달러 투자유치


카지노가 아닌 주식 거래소처럼 스포츠 베팅을 운영하겠다는 스타트업 노빅(Novig)이 7,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노빅은 이용자끼리 직접 맞거래하는 P2P 방식의 스포츠 예측 시장 플랫폼으로, 하우스가 베팅 상대방이 되는 전통 스포츠북과 달리 수요와 공급이 오더북에서 만나는 구조다. 

Novig logo - 와우테일

블록체인 전문 벤처캐피털 판테라 캐피털(Pantera Capital)이 이번 라운드를 이끌었고, 멀티코인 캐피털(Multicoin Capital), 메이커스 펀드(Makers Fund), 엣지 에쿼티(Edge Equity)와 기존 투자사인 포러너(Forerunner), NFX, 퍼셉티브 벤처스(Perceptive Ventures)가 참여했다. 기업가치는 5억 달러로 평가됐으며, 2024년 말 출시 이후 누적 투자액은 1억 5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노빅은 하버드대 졸업을 앞둔 2021년, 제이콥 포르틴스키(Jacob Fortinsky) CEO와 켈레치 우카(Kelechi Ukah) CTO가 함께 세웠다. 포르틴스키는 재학 중 브렉시트 예측 시장에 처음 뛰어들면서 “시장이 제대로 설계되면 정보를 가장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모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런데 막상 스포츠 베팅 시장을 들여다보니 현실은 전혀 달랐다. 글로벌 베팅 규모가 연간 2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지만, 구조는 시대에 뒤떨어졌고 하우스에 유리하게 설계된 수수료가 이용자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는 샤프 베터(sharp bettor·승률 높은 베팅 전문가)로 직접 활동하다 여러 스포츠북에서 “너무 잘 딴다”는 이유로 계정을 차단당하는 경험도 겪었다. “이건 시장이 아니라 조작된 게임”이라는 결론을 내린 그는 직접 대안을 만들기로 했다.

노빅이 내세운 해법은 스포츠 베팅에 금융 거래소 모델을 이식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팬듀얼(FanDuel)이나 드래프트킹스(DraftKings) 같은 전통 스포츠북은 2018년 연방대법원의 스포츠 베팅 합법화 판결 이후 각 주(州) 도박 규제 기관에서 개별 라이선스를 취득해 운영하고 있다. 세금을 내고 이용자 보호 규정을 따르는 대신, 하우스가 모든 베팅의 상대방이 돼 ‘vig(비그)’라 불리는 수수료를 5~15% 챙겨가는 구조다. 노빅은 이 수수료를 없앤다. 사명 ‘Novig’도 ‘No vig’에서 따왔다. 이용자끼리 P2P로 직접 맞거래하고, 리테일 이용자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으며 기관 참여자에게만 비용을 부과한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한 해 거래량이 10배 이상 불어나 연간 환산 기준 40억 달러를 돌파했고, 가입 트레이더 수도 10만 명을 넘었다. 수익률 격차는 더 인상적이다. 전통 스포츠북에서 장기적으로 돈을 버는 이용자는 약 2%에 불과한 반면, 노빅에서는 약 23%가 수익을 낸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판테라 캐피털의 폴 베라딧타킷(Paul Veradittakit) 매니징 파트너는 “플랫폼의 성공이 이용자의 수익과 일치하는 구조, 이것이 업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변화”라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노빅은 이번 자금을 바탕으로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지정계약시장(DCM)’ 라이선스를 정식 신청한 상태다. 전통 스포츠북이 진출하려는 주마다 개별 라이선스를 따로 받아야 하는 것과 달리, DCM 인가를 받으면 연방법 테두리 안에서 미국 전역에 단일 라이선스로 서비스할 수 있다. 경쟁사 칼시(Kalshi)가 이미 이 경로를 통해 전국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마이크 셀리그(Mike Selig) 신임 의장 체제 아래 CFTC가 예측 시장에 대한 연방 감독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점도 노빅에게는 우호적인 신호다.

다만 현실적인 걸림돌이 적지 않다. 노빅은 팬듀얼·드래프트킹스처럼 주 정부에서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허가 사업자가 아니다. 그 대신 ‘스윕스테이크스(sweepstakes)’ 모델이라는 법적 회색지대를 활용해왔다. 현금 가치가 없는 가상 토큰 ‘노빅 코인’을 사면 실제 베팅에 쓸 수 있는 ‘노빅 캐시’를 증정하는 이중 화폐 구조로, 직접적인 금전 도박이 아닌 경품 행사처럼 보이게 해 주별 도박 규제법 적용을 피하는 방식이다. 규제 당국은 실질적으로 현금이 오가는 이상 불법 도박의 변형에 불과하다며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한 해에만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 미국 6개 주가 이 이중 화폐 모델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노빅은 뉴저지에서 규제 압박을 받아 2025년 8월 서비스를 접었고, 애리조나에서도 당국의 집행 조치 이후 철수했다. 뉴욕은 법안 서명 직후 이용자 접속이 막혔다. 미국에서 가장 큰 스포츠 베팅 시장 중 일부를 이미 잃은 셈이다.

대응 방식에서도 경쟁사와 차이가 난다. 같은 예측 시장 플랫폼인 칼시는 주 당국의 영업 금지 명령에 맞서 뉴저지·메릴랜드·네바다를 직접 제소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반면 노빅은 규제 요구가 들어오면 조용히 시장을 떠나는 방식을 택해왔다. 칼시 역시 여러 주 정부와의 법적 분쟁이 현재 진행형이고, 2025년 12월 패러다임(Paradigm)·세콰이어(Sequoia)·a16z 등이 참여한 시리즈E에서 10억 달러를 조달해 기업가치 110억 달러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리스크는 여전하다. 폴리마켓(Polymarket) 기업가치 120억~150억 달러 수준의 추가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측 시장 전체가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노빅이 두 거인에 맞서 내세우는 차별점은 ‘처음부터 스포츠 팬을 위해 만든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칼시 거래량의 90% 이상이 스포츠 계약에서 나올 만큼 스포츠 베팅이 예측 시장의 핵심 동력이 됐지만, 칼시와 폴리마켓은 원래 선거·경제 지표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다루는 범용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수수료 구조도 다르다. 칼시는 연방 규제 아래 운영되지만 수수료 부담이 높아 일반 이용자에게 불리하다는 게 노빅의 주장이다. 포르틴스키 CEO는 “다른 플랫폼들이 수요가 검증되지 않은 새 시장을 예측 기술로 금융화하려 한다면, 우리는 이미 수요가 있는 망가진 시장을 고치는 데 이 기술을 쓴다”고 강조했다.

결국 노빅의 미래는 CFTC 승인 여부에 크게 달려 있다. DCM 라이선스를 손에 넣으면 스윕스테이크스 모델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털어내고 연방법 아래 전국 서비스를 정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반대로 승인이 늦어지거나 거부된다면 규제 압박을 피할 방법은 점점 좁아진다. 스포츠 베팅이 카지노에서 금융 거래소로 변모하는 변곡점에서, 노빅이 ‘스포츠 베팅판 주식 거래소’라는 비전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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