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AI 에이전트 ‘베이시스’, 1억 달러 투자유치하며 유니콘 등극 


회계 업무 자동화에 특화된 AI 에이전트 플랫폼 베이시스(Basis)가 1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11.5억 달러(약 1조 6,500억 원)를 인정받았다. 창사 이래 누적 조달액은 1억 3,800만 달러로 늘었고, 전 골드만삭스 CEO 로이드 블랭크파인(Lloyd Blankfein)이 이름을 올리며 금융계의 이목도 집중됐다.

basis logo - 와우테일

회계업계는 오래전부터 구조적 위기를 안고 있었다. 수십 년째 누적된 인력 부족, 복잡해지는 컴플라이언스 요건, 커지는 고객 기대치 사이에서 회계 법인들은 수익성 압박과 직원 번아웃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 왔다. 베이시스는 이 문제를 AI 에이전트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세금 신고서 작성부터 복잡한 계정 조정, 감사 업무에 이르기까지 회계 워크플로우 전 과정을 에이전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처리하는 플랫폼이다.

매튜 하프(Matthew Harpe) 미첼 트로야노프스키(Mitchell Troyanovsky)는 서로 다른 경로로 회계업계의 비효율을 목격하고 2023년 함께 창업에 나섰다. 하버드대 출신의 하프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헬스케어·데이터 사이언스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기업들이 보유한 회계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다. 트로야노프스키는 회계 원장 스타트업 퍼즐 파이낸셜(Puzzle Financial)의 첫 프로덕트 담당자로 일하며 워크플로우의 비효율성을 피부로 경험했다. 두 사람은 “AI가 회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커리어를 접고 창업의 길을 택했다.

이번 시리즈B는 액셀(Accel)과 GV(구글벤처스, Google Ventures)가 공동 주도했으며, 로이드 블랭크파인과 기존 투자자 코슬라벤처스(Khosla Ventures)가 재참여했다. 빈오드 코슬라(Vinod Khosla)·키스 라보이스(Keith Rabois) 외에도 NFDG(냇 프리드먼·대니얼 그로스), 베터투모로우벤처스(Better Tomorrow Ventures), 박스그룹(BoxGroup), 에이비드벤처스(Avid Ventures)가 함께했다. 개인 투자자로는 아담 단젤로(Quora CEO·오픈AI 이사회), 아미자드 마사드(Replit CEO), 클렘 들랑그(HuggingFace CEO), 제프 딘(구글 수석 과학자), 클레어 휴즈 존슨(전 스트라이프 COO), 애런 레비(Box CEO), 스콧 벨스키(전 어도비 CSO)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액셀의 마일스 클레멘츠는 이번 투자와 함께 이사회에 합류한다. 앞서 베이시스는 2024년 코슬라벤처스 주도로 3,400만 달러 시리즈A를 조달한 바 있다.

베이시스가 내세우는 핵심 기술은 회계에 특화된 ‘장기 실행(long-horizon)’ AI 에이전트다. 일반적인 AI 도구처럼 단발성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수 시간에 걸쳐 복잡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처리하고 완성된 결과물을 검토 단계에 올려놓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AI가 회계 업무를 처음부터 수행하고 사람은 최종 확인만 하는 구조다. 파트너십 세금 워크북 전체 작성, 복잡한 분개 생성, 계정 조정, 기술 회계 메모 작성 등이 모두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코딩 분야에서 깃허브 코파일럿이 개발자의 작업을 돕는 방식처럼, 베이시스는 회계사의 실제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회사 내부도 예외가 아니다. ‘아틀라스(Atlas)’라는 전담 팀이 엔지니어링, 영업, 채용 등 전사 업무에 걸쳐 내부 AI 에이전트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코슬라벤처스의 키스 라보이스는 “베이시스는 2030년의 에이전트 네이티브 기업을 지금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고, 빈오드 코슬라는 “이미 최고 수준의 법인에서 20~50%의 효율화가 확인됐다”며 “2026년에 베이시스가 회계 분야에서 이룰 변화는 2025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의 그것에 필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반응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상위 25개 회계 법인의 약 30%, 상위 150개 법인의 20%가 베이시스를 도입했다. 이번 투자금은 플랫폼 기술 고도화, 세금·감사 분야 역량 강화, 머신러닝·엔지니어링 팀 확장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베이시스가 선점하려는 시장에는 이미 강력한 경쟁자들이 포진해 있다. AI가 법률·회계·특허 등 전문직 서비스 전반을 빠르게 재편하는 가운데, 각 분야를 거점 삼아 출발한 스타트업들이 인접 시장을 노리며 영역을 넓히는 양상이다.

법률 분야에서 가장 앞선 하비(Harvey)는 2025년 한 해에만 시리즈D·E에 이어 1억 6,000만 달러 시리즈F를 잇달아 마감하며 기업가치를 80억 달러까지 끌어올렸다. 하비는 이미 PwC와 손잡고 세무 특화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는 등 회계 영역으로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어서 베이시스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법률 케이스 관리 플랫폼 파일바인(Filevine) 2억 6,000만 달러를 유치하며 법률 업무 전반의 AI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약 분석·리뷰에 특화된 법률 AI 플랫폼 루미넌스(Luminance) 7,500만 달러 시리즈C를 유치하며 글로벌 100대 로펌의 25% 이상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개인상해 전문 법률 AI 이븐업(EvenUp)은 베인캐피털벤처스 주도의 1억 3,500만 달러 시리즈D로 유니콘 반열에 오르며, 특정 법률 영역에 집중하는 수직화 전략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허 분야에서는 특허 작성부터 침해 분석까지 전 주기를 AI로 자동화하는 솔브 인텔리전스(Solve Intelligence) 4,000만 달러 시리즈B를 유치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미 6개 대륙 400여 개 특허 팀이 플랫폼을 사용 중이며, 지멘스·DLA 파이퍼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팔란티어(Palantir) 출신이 창업한 런던 기반 앙카르(Ankar)도 아토미코(Atomico) 주도로 2,000만 달러 시리즈A를 유치하며 특허 출원 자동화 시장에 가세했다. 1억 5,000만 건 이상의 특허 출원 데이터를 학습한 AI 엔진을 앞세워 고객사 평균 40%의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구글 그래디언트(Gradient)의 투자를 받은 패틀리틱스(Patlytics) 1,400만 달러 시리즈A를 유치한 뒤 6개월 만에 ARR 20배, 고객 수 18배 성장을 기록했고, 싱가포르 기반의 팻스냅(PatSnap)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3억 달러를 조달해 IP 인텔리전스 분야의 대표 주자로 자리를 굳혔다. 회계 분야 직접 경쟁자로는 개인 소득세 신고서(1040) 자동화에 집중하는 블랙오어(Black Ore)가 a16z 주도로 6,000만 달러를 확보하며 베이시스와 같은 타깃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법률에서 회계로, 특허 검색에서 분쟁 지원으로—전문직 AI 시장의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 시작했든 결국 ‘지식 노동 자동화’라는 같은 목적지를 향하는 형국이다. 베이시스 창업자들은 “2030년의 세계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며, 회계가 그 변화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회계는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전례 없는 규모와 품질로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그게 베이시스가 내건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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