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궤도에 AI 데이터센터를 짓는다…소피아 스페이스, 시드 투자 1,000만 달러 확보


AI 수요가 폭발하면서 지구의 데이터센터는 한계에 몰리고 있다. 전력도, 냉각수도, 부지도 모자라다. 이 문제를 우주에서 풀겠다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도 궤도 컴퓨팅(Orbital Computing)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궤도 데이터센터 시장이 2029년 17억 달러에서 2035년 39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sophia space image - 와우테일

소피아 스페이스(Sophia Space)가 이 흐름 위에서 첫 번째 큰 걸음을 뗐다.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지난 2월 24일 1,0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알파 펀즈(Alpha Funds), KDDI 그린 파트너스 펀드(KDDI Green Partners Fund), 언락 벤처 파트너스(Unlock Venture Partners)가 공동으로 라운드를 이끌었다. 앞서 확보한 350만 달러 프리시드까지 합치면 누적 투자금은 1,350만 달러에 달한다.

위성이 쏟아내는 데이터, 정작 처리할 곳이 없다

지구 관측 위성, 국방 미사일 추적 시스템, 통신 위성 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그걸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위성 자체의 컴퓨팅 능력은 제한적이고, 지구로 데이터를 내려 보내기엔 통신 대역폭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 결과, 수집한 데이터의 대부분이 그냥 버려진다.

롭 드밀로(Rob DeMillo) 소피아 스페이스 CEO는 이를 두고 “위성 산업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표현했다. 테크크런치 인터뷰에서 그는 “몇 분마다 테라바이트, 심지어 페타바이트 단위의 데이터가 생성되지만 온보드 컴퓨팅 자원도, 지구와의 통신 속도도 따라가지 못해 대부분을 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피아 스페이스의 해법은 단순하다. 데이터를 지구로 내리지 말고, 우주에서 바로 처리하자는 것이다.

NASA 박사와 연쇄 창업가의 조합

소피아 스페이스는 2023년,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테크 펠로우 출신인 레온 알칼라이(Leon Alkalai) 박사가 만달라 스페이스 벤처스(Mandala Space Ventures) 인큐베이터를 통해 설립한 회사다. UCLA에서 컴퓨터과학 박사를 마친 알칼라이 박사는 JPL에서 32년을 보내며 달 탐사 GRAIL 임무(2007)와 화성 착륙선 InSight 임무(2012)를 각각 이끌었고, 두 임무 모두에서 NASA 최우수 개인 업적 메달을 받았다. 소피아의 핵심 기술은 그가 JPL과 캘텍(Caltech)에서 쌓아온 연구에서 직접 나왔다.

CEO를 맡은 롭 드밀로는 1990년대부터 활동해온 연쇄 창업가로, 9개 회사를 창업해 7건의 M&A·IPO를 성사시켰다. 설계 명가 스키드모어 오웡스 앤드 메릴(Skidmore, Owings & Merrill) 80년 역사 최초의 CTO를 지냈고, 그 전에는 자신의 회사 님블 컬렉티브(Nimble Collective)를 아마존 웹 서비스(AWS)에 매각했다. 디스커버리 디지털 네트웍스(Discovery Digital Networks) CTO를 역임하기도 했다. 커리어 초반에는 JPL에서 연구 과학자로 일했다.

얇고 납작한 모듈 하나로 우주 데이터센터를

소피아 스페이스의 핵심 제품은 TILE(Thermal-Integrated LEO Edge) 플랫폼이다. 가로·세로 1미터, 두께는 몇 센티미터에 불과한 납작한 모듈로, 각 TILE에는 자체 태양광 패널이 달려 있다. 이 얇은 형태가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우주 공간은 영하 270도에 달하는 환경이라 별도 냉각 장비 없이도 열을 자연스럽게 우주로 방출할 수 있다. 소피아 스페이스가 특허를 보유한 이 수동 냉각 방식 덕분에, 생산된 전력의 92%를 고스란히 데이터 처리에 쓸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이 기술의 뿌리는 캘텍이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우주 태양광 발전 프로그램에 닿아 있다. 우주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 지구에 전송하려던 이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돛 형태의 구조물이 소피아의 TILE 설계에 영감을 줬다.

소프트웨어도 독자 개발했다. SOOS(Sophia Orbital Operating System)라는 자율 운영 체제가 TILE 모듈 전체를 관리한다. 열 부하 분산, 고장 모듈 우회, 보안 패치, OS 업그레이드까지 사람의 개입 없이 알아서 처리하는 구조다. 드밀로 CEO는 “SOOS는 IT 담당자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설명했다.

TILE 모듈 랙은 기존 위성에 붙이거나 독립 위성으로 운용할 수 있다. 발사 비용은 고객이 부담하는 방식이어서, 소피아 스페이스 입장에서는 초기 자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회사는 2028년 첫 TILE 모듈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대에는 수천 개의 TILE을 연결한 50×50미터 규모 구조물로 1메가와트급 궤도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슬라이드에서 하드웨어로” 넘어가는 증거

이번 투자를 주도한 알파 펀즈는 전직 우주비행사인 J.D. 러셀이 창업한 펀드다. 그는 “소피아 스페이스는 우리가 찾던 딥테크 기회”라며 “열 제어, 전력 효율, 신뢰성이라는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우주 환경 고유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밀로 CEO도 이번 투자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 스페이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1,000만 달러 라운드는 우리가 슬라이드에서 실제 하드웨어로 넘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자금은 엔지니어링 인력 확충, TILE 플랫폼 개발 가속화, 그리고 위성 운영사·우주 정거장·상업 궤도 데이터센터 분야의 파트너십 확대에 쓸 계획이다.

우주 컴퓨팅 경쟁, 이미 시작됐다

소피아 스페이스가 뛰어든 궤도 컴퓨팅 시장에는 이미 여러 플레이어가 자리를 잡고 있다.

스타클라우드(Starcloud)가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루멘 오빗(Lumen Orbit)이라는 이름으로 Y콤비네이터(Y Combinator)를 졸업한 이 워싱턴주 레드먼드 소재 회사는 2025년 리브랜딩 후 엔비디아(NVIDIA) 인셉션 프로그램의 지원과 함께 총 2,10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지난 2025년 12월에는 자사 위성에서 구글 Gemma AI 모델 훈련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키며 궤도 AI 컴퓨팅이 현실임을 증명했다. 기가와트급 초대형 궤도 데이터센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소피아 스페이스와는 스케일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는 상업용 우주 정거장 액시엄 스테이션에 데이터센터 노드를 얹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케플러 커뮤니케이션즈(Kepler Communications), 스카이룸(Skyloom)과 손잡고 초당 10Gbps의 광학 위성 간 링크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2026년 론칭할 계획이다. 소피아 스페이스는 액시엄, 그리고 엣지 컴퓨팅 플랫폼 업체 아르마다(Armada)와도 이미 협력하고 있어, 이쪽과는 경쟁보다 협력 관계에 가깝다.

플로리다의 론스타 데이터 홀딩스(Lonestar Data Holdings)는 달 궤도 데이터 저장을 겨냥한 독특한 포지션을 잡고 있다. 저마다 궤도 컴퓨팅이라는 큰 방향은 같지만, 타깃 시장과 기술 전략은 제각각이다.

소피아 스페이스의 가장 큰 차별점은 ‘모듈 방식’에 있다. 자체 위성을 새로 쏘아 올리는 대신, 기존 위성이나 우주 정거장에 TILE을 붙이는 방식으로 고객의 발사 비용을 최대한 활용한다. 덜 쓰고 더 빨리 시장에 들어가는 전략이다.

AI가 지구를 넘어 우주 궤도로 확장되는 흐름은 이제 가시화되고 있다. 소피아 스페이스가 2028년 첫 상업 납품에 성공한다면, 궤도 엣지 컴퓨팅 시장에서 초기 기준점을 만드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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