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쓰로픽, AI 컴퓨터 사용 스타트업 버셉트 인수… 클로드 에이전트 능력 강화


‘AI가 직접 컴퓨터를 조작한다’는 개념이 현실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인간 대신 앱을 열고, 서류를 작성하고, 복잡한 워크플로를 처리하는 시대에서 핵심 경쟁력은 AI가 화면을 얼마나 정밀하게 ‘보고’ 판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Vercept Anthropic - 와우테일

앤쓰로픽(Anthropic)이 그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시애틀 기반의 AI 스타트업 버셉트(Vercept)를 인수한다고 25일 공식 발표한 것이다. 버셉트는 AI가 인간처럼 컴퓨터 화면을 인식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조작하는 ‘컴퓨터 사용(computer use)’ 기술을 전문으로 개발해온 회사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버셉트 CEO 키아나 에사니(Kiana Ehsani)는 링크드인을 통해 회사가 창업 이래 총 5,000만 달러를 유치했으며, 이번 인수를 통해 투자자들이 수익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버셉트가 처음부터 붙잡은 문제는 명확했다. AI가 진짜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려면 화면 인식과 상호작용 문제를 근본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존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솔루션은 특정 소프트웨어에 맞게 미리 짜놓은 스크립트에 의존했지만, 버셉트는 API가 없는 레거시 시스템이든 최신 웹 플랫폼이든 화면 그 자체를 이해하고 조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자체 모델 ‘VyUI’를 개발하고, AI 에이전트 플랫폼 ‘Vy’를 출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앨런 AI 연구소 출신 드림팀

버셉트의 창업진은 시애틀 AI 생태계에서 손꼽히는 연구자들이다. CEO 키아나 에사니는 앨런 AI 연구소(AI2)에서 로보틱스 및 구현 AI 팀을 이끈 시니어 리서처 출신이다. 공동창업자 루카 바이스(Luca Weihs)는 AI2 리서치 매니저로 AI 에이전트와 강화학습 연구를 주도했고, 로스 거쉬크(Ross Girshick)는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의 결합 분야에서 선구적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실시간 객체 인식 알고리즘 YOLO(You Only Look Once)의 공동 개발자로 유명하며, 메타 AI와 AI2를 거쳐 버셉트를 공동 창업했다.

앤쓰로픽은 이 세 명의 공동창업자와 핵심 기술팀을 흡수해 클로드의 컴퓨터 사용 기능 개발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AI2의 초대 CEO를 역임한 오렌 에치오니(Oren Etzioni)와 최근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랩에 합류한 맷 다이트키(Matt Deitke)는 앤쓰로픽으로 이직하지 않는다.

버셉트는 2025년 1월 피프티이어스(Fifty Years)의 세스 배넌(Seth Bannon) 주도로 1,6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라운드를 유치했다.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구글 딥마인드 수석 과학자 제프 딘(Jeff Dean), 크루즈 창업자 카일 보그트(Kyle Vogt), 드롭박스 공동창업자 아라시 페르도시(Arash Ferdowsi) 등 굵직한 엔젤 투자자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후 추가 투자를 더해 총 조달액은 5,000만 달러에 달했다.

클로드의 컴퓨터 사용 능력, 반년 만에 인간 수준으로

이번 인수는 앤쓰로픽이 최근 집중 강화하고 있는 컴퓨터 사용 기능의 연장선에 있다. 앤쓰로픽이 함께 발표한 클로드 소넷(Claude Sonnet) 4.6은 AI 컴퓨터 사용 벤치마크인 OSWorld에서 72.5%를 기록했다. 2024년 말 처음 컴퓨터 사용 기능을 공개했을 당시 15%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수개월 만에 놀라운 도약이다. 복잡한 스프레드시트 탐색이나 여러 브라우저 탭에 걸친 웹 양식 작성 같은 작업에서는 이미 인간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사니 CEO는 링크드인을 통해 “독립적으로 같은 비전을 향해 달려갈 수도 있었지만, 훌륭한 팀과 힘을 합쳐 그 비전을 더 빠르게 현실로 만드는 쪽을 선택했다”며 합류 배경을 밝혔다.

잇따른 인수로 속도 높이는 앤쓰로픽

버셉트 인수는 앤쓰로픽이 지난해 12월 자바스크립트 런타임 스타트업 Bun을 인수한 데 이은 두 번째 주요 인수다. 당시 앤쓰로픽은 클로드 코드(Claude Code)가 출시 6개월 만에 연간 반복 매출(ARR) 10억 달러를 돌파한 시점에 맞춰 Bun 팀을 흡수, 개발 인프라를 강화한 바 있다. 앤쓰로픽은 기술적 방향성이 맞고 AI 안전성 원칙을 공유하는 팀을 선별해 흡수하는 방식으로 역량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컴퓨터 사용 에이전트 분야의 경쟁은 뜨겁다. 오픈AI(OpenAI)는 ‘오퍼레이터(Operator)’를, 구글(Google)은 ‘프로젝트 마리너(Project Mariner)’를, 아마존(Amazon)은 ‘노바 액트(Nova Act)’를 각각 출시하며 자리를 굳히려 하고 있다. 앤쓰로픽이 이번에 버셉트의 핵심 연구진을 확보한 것은 기술 보강을 넘어, AI 에이전트 시대의 인재 전쟁에서 선제적 포석을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버셉트의 외부 제품인 Vy 앱은 인수 후 수주 내로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앤쓰로픽은 이번 인수 팀 외에도 개별 엔지니어 채용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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