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쓰로픽, 4억 달러에 바이오테크 AI 스타트업 인수… 클로드 신약개발 역량 내재화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 그 중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단계가 초기 타깃 탐색과 후보물질 설계다. AI가 이 병목을 돌파할 수 있다는 가설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실제로 검증된 사례는 여전히 드물다.

anthropic coefficient bio - 와우테일

앤쓰로픽(Anthropic)이 이 영역에 직접 뛰어들었다.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코에피션트 바이오(Coefficient Bio)를 약 4억 달러 규모의 주식 거래로 인수한 것이다. 더 인포메이션과 에릭 뉴커머가 처음 보도했고, 앤쓰로픽 측 관계자도 거래가 완료됐음을 확인했다.

코에피션트 바이오는 불과 8개월 전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이다. 공개된 제품도, 공시된 매출도 없었다. 대신 팀이 있었다. 공동창업자 새뮤얼 스탠턴(Samuel Stanton)과 네이선 프레이(Nathan C. Frey)는 모두 로슈(Roche) 산하 제넨테크(Genentech)의 계산 신약개발 전문 조직 프레센트 디자인(Prescient Design) 출신이다.

CTO 프레이는 프레센트 디자인에서 머신러닝·분자생물학·계산생물학을 아우르는 다학제 팀을 이끌며 생물학적 파운데이션 모델과 신약 설계를 위한 새로운 AI 방법론을 연구했다. 로슈와 제넨테크의 파운데이션 모델 및 대형 분자 신약개발 리더십팀에서 연구 방향과 AI 장기 전략을 수립했으며, 엔비디아와의 협업도 직접 주도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 등에 2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고, 2024년 ICLR 우수논문상에 이어 2026년 테르미어 펠로우(Termeer Fellow)에도 선정됐다. CEO 스탠턴은 NYU에서 데이터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프레센트 디자인에서 과학적 발견을 위한 실험 설계와 딥러닝 신약개발 아키텍처 개발에 참여했다.

10명 남짓한 팀 대부분이 제넨테크 계산생물학 출신이다. 이들은 앤트로픽의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 팀에 합류한다.

제넨테크 인재 대이동, 스타트업 생태계가 거둔다

코에피션트 바이오의 탄생에는 업계 구조 변화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로슈는 2025년 AI와 자동화 역량 내재화를 이유로 프레센트 디자인 등에서 489명 이상을 감원했다. 이 과정에서 배출된 계산생물학 인재들이 AI 네이티브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으로 대거 이동했다. 

같은 흐름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회사가 자이라 테라퓨틱스(Xaira Therapeutics)다. 전 제넨테크 최고과학책임자 마크 테시에-라빈(Marc Tessier-Lavigne)이 이끄는 자이라는 2024년 아치 벤처 파트너스(ARCH Venture Partners)와 포사이트 캐피탈(Foresite Capital) 주도로 10억 달러를 유치해 출범했다. 단일 초기 펀딩으로 아치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후 추가 투자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13억 달러를 조달했다.

앤트로픽의 기업가치 3,500억 달러 대비 4억 달러는 약 0.1%의 희석에 해당한다. 공개 제품도 매출도 없는 스텔스 스타트업에 이 금액을 투자한 것은, 팀과 기술 방향에 베팅한 결정이다.

클로드의 생명과학 전략, 이제 신약개발 핵심으로

이번 인수는 앤쓰로픽이 헬스케어·생명과학 분야에서 꾸준히 쌓아온 전략의 연장선이다. 앤쓰로픽은 지난해 10월 클로드 포 라이프 사이언시스(Claude for Life Sciences)를 출시해 문헌 검토, 프로토콜 생성,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석 등 연구자 워크플로를 클로드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에는 클로드 포 헬스케어(Claude for Healthcare)를 추가로 발표하며 의료 기관과 보험사로 대상을 확장했다. HIPAA 준수 인프라, 의료 데이터베이스 네이티브 연동, 사전 승인 처리와 케어 코디네이션 지원 등이 주요 기능이다.

지금까지 앤쓰로픽의 접근 방식은 범용 클로드 모델에 커넥터와 통합을 더해 생명과학 워크플로에 맞게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코에피션트 바이오 인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신약 발견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연구 단계에 전문화된 AI 역량을 직접 내재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앤쓰로픽은 올해 2월 30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G를 마무리하며 기업가치 3,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코에피션트 바이오 인수를 포함해 앤쓰로픽은 잇따른 M&A로 역량을 빠르게 확충하는 중이다. AI 컴퓨터 사용 스타트업 버셉트(Vercept) 인수로 클로드의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한 데 이어, 기업용 AI 워크플로 역량을 갖춘 콘보고(Convogo) 팀도 흡수했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