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한 명도 없는 AI 기업 CEO의 자신감… 신발회사 올버즈의 기상천외한 변신


한때 실리콘밸리의 상징적인 신발 브랜드였던 올버즈(Allbirds)가 AI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회사의 AI 사업을 이끄는 직원이 사실상 CEO 한 명뿐이라는 사실이다.

직원 한 명도 없는 AI 기업 CEO의 자신감… 신발회사 올버즈의 기상천외한 변신

올버즈는 최근 신발 사업 매각을 마무리하고 사명을 스마트버드(Smartbird)로 바꿨다. 동시에 AI 인프라 전문가 나디아 칼스텐(Nadia Carlsten)을 새 CEO로 선임했다. 회사는 더 이상 운동화를 팔지 않는다. 목표는 GPU 기반 AI 인프라 사업자다.

신발을 버리고 GPU를 택했다

올버즈는 2021년 상장 당시 기업가치가 40억 달러를 넘었던 대표적인 소비재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로 기업가치가 곤두박질쳤다.

결국 올해 초 신발 브랜드와 관련 자산을 미국 브랜드 관리기업 아메리칸 익스체인지 그룹(American Exchange Group)에 3,900만 달러에 매각했고, 남은 상장사 껍데기를 발판 삼아 주식시장에서 1억 달러를 추가로 끌어모은 뒤 AI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전환은 게임스톱(GameStop)이 보여준 ‘밈스톡(meme stock)’ 각본을 떠올리게 한다. 부진한 상장사가 가장 뜨거운 유행에 올라타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주가를 띄우는 전형적 수법이다. 그리고 실제로 통했다.

“직원도 사무실도 없다”

칼스텐 CEO는 지금 가장 먼저 할 일이 경영진 채용이라고 밝혔다. 인프라 운영 책임자 같은 핵심 리더부터 영입하며 AI 사업 조직 전체를 새로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사무실조차 아직 없다. 전날 신발 사업이 공식 종료됐다는 그는 사실상 상장사라는 껍데기 위에 새 스타트업을 처음부터 짓고 있다. 창업자 한 명에 두둑한 시드 자금만 갖춘 출발인 셈이다.

칼스텐 CEO는 공학 박사 출신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 임원을 지냈고, 가장 최근에는 유럽의 컴퓨팅 기업 DCAI를 이끌며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슈퍼컴퓨터 구축을 추진했다.

노리는 시장은 ‘중간 규모 기업’

스마트버드의 표적은 오픈AI나 메타 같은 초대형 AI 기업이 아니다. 제약·금융·공공처럼 자체 AI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직접 구축하기엔 규모가 애매한 중견 기업들이다. 칼스텐 CEO는 DCAI 시절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등 데이터 주권이나 맞춤형 모델을 중시하는 유럽 기업들과 협력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회사는 GPU 확보부터 서버 구축, 운영까지 책임지는 GPU-as-a-Service(GPUaaS) 모델을 추진한다. 다만 그가 강조하는 차별점은 ‘규모’가 아니라 ‘통제권’이다. 수백~수천 개 수준의 GPU면 충분한, 인프라 스택을 직접 손에 쥐고 싶어 하는 고객을 겨냥한다.

경쟁사는 누구인가

스마트버드가 발을 들인 AI 인프라 시장은 이미 막강한 선수들로 빼곡하다.

대표 주자는 코어위브(CoreWeave)다.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20억 달러를 투자받아 2030년까지 5GW 규모 AI 팩토리를 짓겠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네비우스(Nebius)가 대규모 GPU 클라우드를 키우고 있고, 람다(Lambda)는 15억 달러를 조달하며 ‘초지능 인프라’를 표방한다. 영국의 플루이드스택(Fluidstack)엔스케일(Nscale)도 각각 100억~200억 달러대 몸값으로 거론되는 신흥 강자다. 스마트버드와 같은 GPUaaS 모델로는 최근 1억 달러 시리즈C를 유치한 하이드라호스트(Hydra Host)가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수요자를 잇는 ‘운영체제’를 내세우며 앞서가고 있다.

다만 칼스텐 CEO 본인은 스마트버드가 하이퍼스케일러(AWS·마이크로소프트 애저·구글 클라우드)나 네오클라우드와 정면으로 붙는 게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칩 가격과 GPU 사용 시간을 쥐어짜 최저가를 다투는 네오클라우드와 달리, 스마트버드는 데이터 주권과 인프라 통제권을 중시하는 ‘관리형 단일 테넌트’ 수요를 노린다는 것이다. 그가 꼽는 진짜 경쟁 상대는 따로 있다. 단일 테넌트 관리형 AI 컴퓨트를 제공하는 HPE와 데이터센터 공룡 에퀴닉스(Equinix),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이 직접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부 프로젝트’ 자체다.

야심의 크기는 제각각이다. 추론 특화 클라우드를 표방하는 제너럴 컴퓨트(General Compute)는 스텔스를 벗으며 3,000억 달러어치 칩 주문을 공언했지만, 칼스텐 CEO는 대규모 칩 확약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고객 수요가 수백~수천 칩 규모에 그치기 때문이다. AI 추론 인프라 강자 베이스텐(Baseten)130억 달러 가치에 15억 달러 조달을 추진하며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경쟁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AI 열풍이 만든 가장 극단적인 피벗

시장은 일단 환호했다. 올버즈가 AI 전환 계획을 처음 내놓았을 때 주가는 급등했고, 신발 사업 매각 완료와 스마트버드 출범 소식에도 다시 큰 폭으로 뛰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지금 스마트버드에는 AI 고객도, 데이터센터도, 운영 인력도 변변히 없다. 시장이 ‘AI’라는 단어에 반응한 것인지, 실제 사업 가능성에 베팅한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분명한 건 하나다. AI 시대가 무르익으면서 상장 소비재 기업마저 완전히 다른 산업으로 갈아탈 만큼 AI 인프라 시장의 자력(磁力)이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스마트버드의 실험은 그 열풍이 빚어낸 가장 극단적인 변신 사례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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