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로벤처스, 30억 달러 펀드 조성… 앤트로픽 베팅 업고 ‘AI 올인’


벤처캐피털 업계의 자본이 AI 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 흐름의 한복판에서, 실리콘밸리의 오래된 큰손이 회사 역사상 가장 큰 베팅을 꺼냈다.

멘로벤처스, 30억 달러 펀드 조성… 앤트로픽 베팅 업고 'AI 올인'
<이미지 출처 = 멘로벤처스 홈페이지>

멘로벤처스(Menlo Ventures)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3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본을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다. 1976년 샌드힐로드에서 출발한 이 노포(老鋪) VC는 이번 자금을 인프라와 파운데이션 모델부터 엔터프라이즈·헬스케어·소비자용 AI 애플리케이션까지, AI 생태계 전방위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회사가 내건 구호는 ‘AI 올인(ALL IN)’이다.

자금은 두 개의 펀드로 나뉜다. ‘멘로 벤처스 XVII’는 시드부터 시리즈A까지 초기 기업에, ‘멘로 인플렉션 IV’는 시리즈B 이후 성장 단계 기업에 투자한다. 한 회사의 출발부터 성장까지 전 단계를 따라가며 베팅하겠다는 구조다.

회사를 통째로 건 ‘앤트로픽 베팅’

이번 펀드의 배경에는 멘로를 단숨에 AI 시대의 승자로 만든 한 건의 베팅이 있다. 바로 앤트로픽(Anthropic)이다.

멘로가 앤트로픽에 처음 투자한 것은 2023년, 회사에 제품도 매출도 없던 시절이었다. 이미 챗GPT가 대세로 굳어졌고 ‘LLM 경쟁은 끝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던 때다. 멘로는 다르게 봤다. 독립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이 하나 더 들어설 자리가 있고, 그 주인공이 앤트로픽이라고 판단했다. 이듬해 멘로는 앤트로픽의 시리즈D를 주도하며 회사 역사상 가장 큰 수표를 썼고, 이후 모든 라운드에 참여했다.

결과는 ‘회사를 걸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극적이다. 멘로가 앤트로픽에 투자한 금액은 누적 약 10억 달러. 앤트로픽의 기업가치가 1조 달러에 육박하면서 이 지분의 가치는 약 140억 달러로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7월에는 앤트로픽과 손잡고 앤솔로지(Anthology) 펀드를 출범시켜 60곳이 넘는 초기 기업에 투자했고, 그중 3곳이 이미 엑시트했다.

인프라부터 앱까지, 촘촘한 AI 포트폴리오

앤트로픽을 닻으로 삼은 멘로는 AI 스택 전반으로 투자를 넓혔다. 인프라 계층에서는 AI 모델 통합 라우팅 기업 오픈라우터(OpenRouter)1억1,300만 달러 시리즈B를 유치했고, 로봇용 범용 AI 두뇌를 개발하는 스킬드AI(Skild AI)14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애플리케이션 계층의 면면도 화려하다. 바이브코딩 플랫폼 러버블(Lovable)연매출 5억 달러를 돌파했고, AI 음악 생성 수노(Suno)4억 달러 시리즈D를, ‘의사를 위한 챗GPT’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120억 달러 가치를, 법률 AI 레고라(Legora)엔비디아까지 끌어들인 시리즈D를 기록했다.

멘로는 이 포트폴리오 자체가 경쟁력이라고 본다. 한 명의 창업자를 잘 투자하면 네트워크 전체가 더 똑똑해지고, 그 이점이 다시 최고의 창업자를 끌어들인다는 논리다. 자본만으로는 살 수 없는 ‘카테고리를 정의하는 기업 곁의 자리’가 진짜 해자라는 것이다.

50년 전과 같은 베팅

멘로의 철학은 반세기 전과 다르지 않다. 시장이 가치를 매기는 법을 알기 전에 창업자를 먼저 알아본다는 것. 벤처투자가 산업이라기보다 ‘수공예’에 가깝던 1976년에 그렇게 시작했고, AI가 모든 것을 다시 쓰는 2026년에도 같은 베팅을 반복하고 있다. 다만 판돈의 크기가 30억 달러로 커졌을 뿐이다.

주요 AI 기업들의 투자 관계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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