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AI 레고라, 엔비디아 투자 유치…시리즈D 총 6억 달러로 확대


엔비디아(NVIDIA)가 법률 AI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legora logo - 와우테일

법률 AI 플랫폼 레고라(Legora)가 30일(현지 시각) 시리즈D 라운드에 5000만 달러를 추가로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발표한 5억 5000만 달러 시리즈D를 포함해 라운드 총액은 6억 달러로 늘어났고, 기업가치는 56억 달러로 책정됐다. 창업 3년 만에 누적 조달액은 8억 66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번 익스텐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투자자 구성이다. 엔비디아의 벤처캐피털 부문 엔베처스(NVentures)가 합류했는데, 딜룸(Dealroom) 데이터 기준으로 엔비디아가 리걸테크 분야에 투자하는 첫 사례다. 협업 소프트웨어 기업 아틀라시안(Atlassian)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아틀라시안 기업개발·제품 파트너십 담당 사라 휴스(Sarah Hughes)는 “레고라가 복잡한 업무 흐름을 AI로 혁신하는 방식이 아틀라시안의 AI 협업 비전과 강하게 맞닿아 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재무적 투자사로는 에어트리(Airtree), 바클레이스(Barclays), 지오데식 캐피털(Geodesic Capital), 인사이트 파트너스(Insight Partners), 리버티 글로벌(Liberty Global), 아담스 스트리트 파트너스(Adams Street Partners), 그리고 팔로알토 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 창업자 니케시 아로라(Nikesh Arora)가 새롭게 참여했다.

변호사는 레고라로 무엇을 하나

레고라가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로펌과 기업 법무팀에서 실제로 어떤 업무에 쓰이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변호사의 하루는 크게 세 가지로 채워진다. 방대한 문서를 읽고 핵심을 추려내는 일, 관련 판례와 법령을 뒤지는 일, 그리고 계약서나 의견서를 직접 쓰는 일이다. 이 세 가지 모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실수가 나면 큰 문제로 이어지는 고위험 작업이다. 레고라는 바로 이 흐름 전체에 AI를 끼워넣는다.

기업 인수합병(M&A) 딜을 예로 들어보자. 대형 딜에는 수천 페이지짜리 계약서 묶음인 ‘데이터룸’이 따라붙는다. 변호사들은 이 문서들을 샅샅이 검토해 위험 조항을 찾아내야 한다. 레고라는 이 문서 더미를 한꺼번에 처리해 핵심 조항을 표로 정리하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을 먼저 짚어준다. 경쟁법 이슈나 지식재산권 조항처럼 특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러 계약서를 동시에 비교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레고라 도입 로펌 조사에서 변호사 1인당 주당 4.3시간의 비청구 업무가 줄었다는 수치는 이런 반복 작업의 감소를 반영한다.

판례·법령 조사도 달라진다. 전통적인 법률 데이터베이스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문서 목록을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변호사는 그 목록을 직접 열어 읽으며 관련성을 판단해야 했다. 레고라는 자연어로 질문을 던지면 플랫폼이 수백만 건의 판결문·법령을 훑고 논점에 직접 관련된 근거를 추려 보여준다. 이번에 인수한 쿠라(Qura)의 기술이 여기에 더해진다. 쿠라는 전통적 검색 방식을 넘어 법적 논리 구조 자체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법률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27개 관할권에서 경쟁법 분야를 중심으로 실제 운영 중이다.

계약서 초안 작성과 검토에서도 활용된다. 레고라는 자체 에디터와 워드(Word) 애드인을 통해 초안 작성, 조항 수정, 클라이언트용 요약본 생성까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로펌이 자주 쓰는 계약 템플릿을 학습시켜두면 스타일 일관성도 유지된다. 도입 로펌의 42%가 레고라 덕분에 신규 수임을 따냈다고 답한 것도 이런 효율 향상 덕분으로 풀이된다.

레고라는 이런 개별 기능을 넘어 ‘에이전트형 워크플로’를 지향한다. 문서 검토→판례 조사→초안 작성으로 이어지는 멀티스텝 업무를 AI 에이전트가 연결해 처리하는 구조다. 맥스 유네스트란드(Max Junestrand) CEO는 “AI가 단순 보조에서 벗어나 적절한 인간 감독 하에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법률 업무 전반을 아우르는 에이전틱 운영체계 구축을 선언했다. 소프트웨어 구독(SaaS)에서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서비스(AaaS·Agent as a Service)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쿠라 인수, 법률 리서치를 수직 통합

레고라는 이번 투자 소식과 함께 스톡홀름 기반 AI 법률 리서치 스타트업 쿠라(Qura)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 설립된 쿠라는 월 매출이 40%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으며, 경쟁법 분야 중심으로 27개 관할권에서 이미 운영 중이었다. 레고라 제품 담당 부사장 에이드리언 팔로(Adrian Parlow)는 “AI가 자동차라면 쿠라의 데이터 인프라는 도로망이다. 추측이 아닌 안전하고 정확한 탐색을 가능하게 한다”고 인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인수는 레고라가 두 달 사이에 완료한 두 번째 인수다. 앞서 3월에는 캐나다 법률 AI 스타트업 월터(Walter)를 먼저 사들였다.

ARR 1억 달러, 출시 18개월 만에

레고라는 4월 초 연간 반복매출(ARR) 1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플랫폼 정식 출시(2024년 10월)부터 이 이정표까지 18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커서(Cursor), 위즈(Wiz) 같은 AI 시대 성장 기업들도 따라잡지 못한 속도다. 현재 50개국 이상에서 고객사 1000곳 이상, 수만 명의 변호사가 플랫폼을 매일 사용하고 있으며, 바클레이스, 화이트앤케이스(White & Case), 링클레이터스(Linklaters) 등이 주요 고객이다.

하비와의 경쟁 구도

리걸테크 시장에서 레고라의 최대 경쟁자는 미국의 하비(Harvey)다. 하비는 지난 3월 기업가치 110억 달러에 2억 달러 투자유치를 공식 발표했다. 하비가 미국을 거점으로 유럽을 공략한다면, 레고라는 반대 방향으로 스웨덴에서 출발해 뉴욕으로 거점을 옮기며 미국 시장을 정면 돌파하는 전략이다. 경쟁사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리걸테크·레그테크 지형도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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