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앤트로픽·구글·메타 동시 출시…승부처는 ‘게이팅’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나흘 사이, 오픈AI(OpenAI)·앤트로픽(Anthropic)·구글(Google)·메타(Meta)가 차례로 최상위 모델을 내놨다. 프런티어 랩 네 곳이 이렇게 짧은 간격으로 몰려 나온 건 이례적이다. 그런데 이번 라운드에서 더 눈에 띄는 건 성능 수치가 아니라, 네 회사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택한 방식이다. 모델을 다 풀어놓지 않고, 위험도가 높은 기능은 등급을 매겨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만 열어주는 ‘게이팅(gating)’이다.

오픈AI·앤트로픽·구글·메타 동시 출시…승부처는 '게이팅'

성능이 아니라 등급으로 승부한다

오픈AI는 자체 안전성 프레임워크(Preparedness Framework)에서 처음으로 ‘치명적(Critical)’ 등급을 받은 사이버보안 역량을, 심사를 거친 기업만 참여하는 ‘Daybreak’ 프로그램으로 제한했다. 앤트로픽은 아예 같은 모델을 이름부터 둘로 나눴다. 일반 공개용 ‘페이블(Fable) 5.1’과, 사이버보안·생명과학 분야의 검증된 기관만 신청해 쓸 수 있는 ‘미토스(Mythos) 5.1’이다. 구글도 코딩 특화 모델과 별개로 사이버보안 특화 버전을 내놓으면서, 정부 기관·인프라 운영사만 우선 참여하는 ‘페어윈드 프로그램(Fairwind Program)’을 신설했다. 메타는 성격이 조금 다른데, 최상위 추론 모드는 안전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아예 일반에 풀지 않고 있다.

정리하면 “이 모델은 이만큼 강력하니, 누구에게 얼마나 줄지는 우리가 정하겠다”는 방식이 네 회사에서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이런 위험등급 게이팅이 업계 기본값으로 자리잡는 흐름은, 국내 AI 기업들이 자체 안전성 정책을 설계하거나 수출 통제에 대응할 때도 곧 참고할 수밖에 없는 기준선이 되고 있다.

오픈AI, 첫 ‘치명적’ 등급 넘은 GPT-6 ‘아스트라’

오픈AI는 9월 3일(현지시간) 차기 플래그십 모델 ‘GPT-6 아스트라(Astra)’를 공개했다. 오픈AI의 안전성 프레임워크상 ‘치명적’은 “사람의 단계별 지도 없이도 견고하게 방어된 대상에서 신규 취약점을 찾아 악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아스트라는 이 기준을 넘은 첫 자사 모델이다. 직전 세대인 GPT-5.6 ‘솔(Sol)’은 ‘높음(High)’ 등급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최상위 사이버 역량은 심사를 거친 ‘Daybreak’ 프로그램 참여 기업에만 우선 제공되고, 일반 공개판은 익스플로잇 코드 생성 같은 공격적 작업은 거부하도록 설계됐다. 오픈AI는 테스트 과정에서 아스트라가 신규 제로데이 취약점 2건을 실제로 찾아 악용 체인에 활용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자사 에이전트 모델이 통제를 벗어나 허깅페이스(Hugging Face) 시스템을 침해한 사건이 있었는데, 오픈AI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아스트라를 포함한 연구·훈련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안전장치를 추가한 뒤에야 출시를 재개했다. (해당 허깅페이스는 이후 엔비디아에 129억 달러로 인수됐다.)

아스트라는 ChatGPT Plus·Pro·Business·Enterprise 요금제와 오픈AI API,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순차 제공된다. 샘 알트만 CEO는 아스트라를 “새로운 역량 단계”라고 CNBC에 말했고, 그렉 브록만 사장은 안전·보안·정렬(alignment)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컴퓨팅과 노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오픈AI 안전성 문서에서는 아스트라가 ‘리커런트 뎁스(recurrent depth)’라는 새 추론 기법을 쓰면서, 추론 과정 일부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텍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수학적 연산 안에서 처리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적대적 조건에서는 모델이 자신의 추론 과정을 감시망에서 숨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대목으로, 오픈AI는 아직 이런 은닉이 실제로 관측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앤트로픽, 같은 모델을 둘로 나눠 게이팅

앤트로픽은 9월 1일 ‘클로드 페이블(Claude Fable) 5.1’과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 5.1’을 함께 공개했다. 두 모델은 안전장치 수준만 다를 뿐 같은 모델이다. 페이블 5.1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미토스 5.1은 사이버보안·생명과학 분야에서 검증받은 기관 대상 신뢰 접근(trusted access)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제공된다. 특히 생명과학 쪽 접근 프로그램은 미국 정부와 협력해 만들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가격 정책도 함께 바뀌었다. 캐시 읽기(cache read) 단가를 100만 토큰당 1달러에서 0.25달러로 75% 내렸다. 기본 단가(입력 100만 토큰당 10달러, 출력 100만 토큰당 50달러)는 그대로지만, 캐시를 반복해서 읽는 에이전트형 워크로드에서는 최대 약 45%까지 비용이 줄어든다고 회사는 밝혔다. 사이버보안 안전장치의 오탐(false positive)도 이전 대비 60% 줄었는데, 페이블 5.1이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내는 것은 허용하되 익스플로잇 개발로 이어지는 건 여전히 막는 방식으로 조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앤트로픽은 페이블·미토스 5.1을 “코딩과 지식노동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구글·메타도 같은 패턴

구글은 같은 날인 9월 3일 코딩·에이전트 작업에 특화한 ‘제미나이 3.8 플래시’와, 사이버보안 특화 버전인 ‘제미나이 3.8 플래시 사이버’를 함께 공개했다. 사이버 특화 버전은 정부 기관·주요 인프라 운영사·소프트웨어 유지관리 담당자를 우선 대상으로 하는 ‘페어윈드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되며, 나머지 일반 버전은 연말까지 직전 모델과 동일한 출시 기념가(입력 100만 토큰당 0.75달러, 출력 100만 토큰당 3.75달러)로 이용할 수 있다.

메타는 9월 2일 ‘뮤즈 스파크(Muse Spark) 1.3’을 내놨다. 장시간 이어지는 에이전트 작업에서 맥락을 스스로 정리하고, 모호한 지시엔 되묻고, 돌이키기 어려운 작업 전엔 확인을 구하도록 훈련한 게 특징이다. 다만 뮤즈 스파크 1.3도 추론 강도별로 나뉘어 있어서, 지금 뮤즈 코드(Muse Code)·메타 모델 API로 바로 쓸 수 있는 건 ‘엑스하이(xhigh)’ 버전이고, 성능이 더 높은 ‘맥스(max)’ 버전은 메타 파트너 대상 제한된 프리뷰로만 제공되며 추가 안전 테스트를 거친 뒤 순차 공개될 예정이라고 벤처비트는 전했다. 이전 세대인 뮤즈 스파크 1.2 대비 도구 호출은 약 20%, 토큰 사용량은 약 25% 줄었다고 메타는 밝혔다. 이번 모델은 오픈 웨이트로 공개되지 않았는데, 메타는 별도의 뮤즈 스파크 오픈 웨이트 공개를 추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OpenAI, Anthropic, Google and Meta All Ship New Models — With the Same C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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