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도 투자한 포지트론 AI, 8.75억 달러 투자유치


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학습용 GPU’에서 ‘추론 비용·메모리 용량’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규모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돌리는 추론 단계에서는 연산 속도보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메모리에서 꺼내 쓰느냐가 성능을 좌우하는데, 엔비디아 GPU는 연산 성능(FLOPS)을 먼저 설계하고 메모리를 나중에 붙이는 방식이라 이 병목에 취약하다. 지난 2월 2억3000만 달러 투자로 유니콘에 등극했던 포지트론 AI(Positron AI)가 이번엔 훨씬 큰 규모로 돌아왔다.

네이버도 투자한 포지트론 AI, 8.75억 달러 투자유치

메모리를 먼저 설계하고 연산을 맞춘다

포지트론은 네바다주 리노에 본사를 둔 AI 추론 반도체·서버 기업으로, 연산 성능보다 메모리 대역폭·용량을 먼저 설계하는 ‘메모리 우선(memory-first)’ 구조를 앞세운다. 대규모 모델 전체를 칩 주변 메모리에 그대로 유지해, GPU가 통상 10~30%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메모리 대역폭을 90% 이상 끌어쓴다. 값비싸고 공급이 불안정한 HBM 대신 범용 LPDDR5X 메모리를 쓰면서도 비슷한 실효 성능을 낸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공동창업자 겸 CTO 토마스 솜머스(Thomas Sohmers, 전 그록 기술전략 디렉터)와 CEO 미테시 아그라왈(Mitesh Agrawal, 전 람다 COO) 등 팀 배경은 지난 시리즈B 보도에서 다룬 바 있다.

시리즈C+C-1, 7개월 만에 밸류 4.7배

포지트론은 8억7500만 달러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50억 달러로, 지난 2월 10억6000만 달러였던 밸류가 7개월 만에 약 4.7배로 뛰었다. 라운드는 두 트랜치로 구성됐다 — 3억7500만 달러 규모 시리즈C(투자 전 밸류 35억 달러)는 NEA·안드라캐피탈(Andra Capital)·아트레이데스매니지먼트(Atreides Management)·발러이퀴티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딜런 파텔의 세미애널리시스캐피탈(SemiAnalysis Capital)이 공동 주도했고, 최대 5억 달러 규모 시리즈C-1은 NEA와 짐 클라크(Jim Clark, 실리콘그래픽스·넷스케이프 창업자)가 주도했다.

이 밖에 DFJ그로스(DFJ Growth)·카타르투자청(Qatar Investment Authority)·레질리언스리저브(Resilience Reserve)·아레나프라이빗웰스(Arena Private Wealth)·내추럴캐피탈(Natural Capital)·헬레나(Helena)·1517펀드(1517 Fund)·플룸벤처스(Flume Ventures)·언레스(Unless)·보드먼베이캐피탈매니지먼트(Boardman Bay Capital Management)·핀카디아어드바이저스(Fincadia Advisors)·배니안벤처스(Banyan Ventures)·U퍼스트캐피탈(U First Capital)이 참여했고, 전략적 투자자로 벤처테크얼라이언스(VentureTech Alliance)·허드슨리버트레이딩(Hudson River Trading)·시스코인베스트먼트(Cisco Investments)·네이버벤처스(Naver Ventures)가 이름을 올렸다. 투자에 맞춰 포레스트 배스킷(NEA)·개빈 베이커(아트레이데스매니지먼트)·토머스 저몰럭(짐 클라크 오피스)·딜런 파텔이 이사회에 합류한다.

포지트론은 현재 오라클클라우드인프라스트럭처(Oracle Cloud Infrastructure)에 1세대 추론 시스템 아틀라스(Atlas) 랙을 50개 이상 배치했다. 파트너사 파라세일(Parasail)이 이 인프라로 자체 추론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점프 트레이딩(Jump Trading)·i3d.net도 아틀라스 고객사로 이름을 올렸다.

CEO 아그라왈은 “이 시장에서는 속도가 중요하다 — 새 세대 실리콘을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 그리고 고객에게 얼마나 빨리 전달하느냐 모두”라며 “아틀라스를 대규모로 배치하며 추론 고객이 실제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많이 배웠고, 그 교훈을 아시모프와 타이탄에 그대로 반영했다. 이번 투자로 아시모프 테이프아웃, 타이탄 양산 전환, 수요에 맞춘 제조 확대를 추진할 자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사회에 합류하는 짐 클라크는 “포지트론의 추론 아키텍처는 연산·메모리 대역폭·초대형 컨텍스트 및 가중치 저장 요구를 균형 있게 설계했다”며 “전력 소비·비용·밀도 면에서 수조 개 파라미터를 가진 차세대 프런티어 LLM의 추론 요구에 거의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차세대 칩 아시모프와 시스템 타이탄

이번 자금은 차세대 커스텀 실리콘 아시모프(Asimov)의 테이프아웃, 2메가와트급 엔지니어링 데이터센터·에뮬레이션 플랫폼 구축, 차세대 추론 시스템 타이탄(Titan)의 양산 전환(LPDDR5X 공급 계약·생산능력·시스템 통합·시장 확대 포함)에 쓰인다. 아시모프는 TSMC의 N3P 공정으로 올해 말 테이프아웃해 2027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가며, 칩당 최대 2.3테라바이트 메모리를 지원할 계획이다(지난 2월 목표치였던 칩당 2테라바이트에서 상향). 타이탄은 아시모프 칩 4~8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노드 하나에서 16조 개 이상 파라미터를 가진 모델과 1000만 토큰 이상 컨텍스트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수천 개 노드로 확장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메모리 병목을 푸는 서로 다른 해법들

추론 전용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메모리 병목’을 풀고 있다. 지난 5월 나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108% 폭등한 세레브라스(Cerebras)는 웨이퍼 하나 전체를 칩 하나로 쓰는 ‘웨이퍼 스케일’ 방식이다. 90만 개 코어와 44GB에 이르는 온칩 SRAM을 나란히 배치해 외부 메모리 없이도 21PB/s에 달하는 초고속 대역폭을 낸다 — 포지트론이 저렴한 범용 LPDDR5X로 대용량을 확보하는 것과 달리, 세레브라스는 비싼 온칩 메모리로 압도적 속도를 노리는 정반대 해법이다. 넉 달 만에 기업가치가 210억 달러까지 뛴 에치드(Etched)는 아예 트랜스포머 연산 구조 자체를 실리콘에 하드웨어로 새겨넣은 전용 칩 ‘소후(Sohu)’를 만든다. 범용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대신 FLOPS 활용률을 90% 이상까지 끌어올렸지만, 트랜스포머가 아닌 다른 구조의 모델은 아예 돌릴 수 없다는 게 약점이다. 디메트릭스(d-Matrix)는 한발 더 나아가 메모리 셀 내부에서 직접 행렬 연산을 수행하는 ‘디지털 인메모리 컴퓨팅’을 채택해, 데이터를 아예 옮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계산해버린다.

한편 그록(Groq)의 행보는 이 경쟁의 또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엔비디아가 그록의 LPU 아키텍처를 약 200억 달러에 비독점 라이선스하면서 창업자 조너선 로스와 사장 서니 마드라가 엔비디아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엔비디아가 직접 그록 3 LPU 칩을 제조·판매하게 됐다. 그록 자체는 독립 법인으로 남아 자체 칩 설계 대신 그록클라우드(GroqCloud) 추론 서비스 운영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체 실리콘 로드맵을 계속 밀어붙이는 포지트론과는 정반대 선택을 한 셈이다.

왜 네이버가 투자했나

이번 라운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이름은 네이버벤처스(Naver Ventures)다. 네이버는 검색·커머스·클라우드·콘텐츠 전반에 걸쳐 자체 AI 모델(하이퍼클로바X)을 서비스하는 만큼, 추론 비용·전력 효율을 낮추는 인프라 기술은 네이버클라우드의 실제 이해관계와도 맞닿아 있다. 네이버벤처스는 스타트업 투자를 상업적 수익뿐 아니라 기술 플랫폼이 어디로 향하는지 미리 들여다보는 ‘전략적 정보 수집’ 관점에서도 접근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려는 포지트론에 베팅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이 기사는 영문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Naver-Backed Positron AI Raises $875M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