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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의 특허 이야기] 실용신안과 물품의 형상-구조-조합

2024-06-13 3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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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의 특허 이야기] 실용신안과 물품의 형상-구조-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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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와우테일은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의 문환구 변리사와 함께 스타트업 알아야 할 특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콘텐츠 제휴 신청

2018년에 공전의 히트를 친 캐릭터 제품으로 ‘움직이는 토끼모자’가 있었다. 초등학생 두 명 중 한 명은 쓰고 다녔다는 이 제품은 토끼의 양 손에 각각 내장된 펌프를 누르면, 누른 쪽 손과 같은 위치의 귀가 접힌 상태에서 펴지면서 귀 끝이 올라간다.

이 제품은 평택에서 월리샵이라는 캐릭터 소품샵을 운영하는 권용태 대표가 설계하고 중국에서 생산해 판매했지만, 모방제품의 범람으로 정작 월리샵의 오리지널 제품 판매량은 많지 않았다. 적절한 산업재산권을 취득하지 않아서, 이른바 짝퉁제품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토끼모자’와 같이 유행성이 강하고 제품 수명 주기(라이프 사이클)가 짧은 물품은 실용신안권을 획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용신안등록의 대상은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물품의 형상ㆍ구조 또는 조합에 관한 고안’으로, 고안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을 말한다. 특허의 대상인 발명이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라고 정의되므로, 고안은 발명만큼 고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발명만큼 고도하지 않은 기술적 창작도 고안으로 인정되어 등록될 수 있고, 이는 구체적으로 종래 기술로부터 ‘극히 쉽게’ 고안할 수 없어야 한다는 수준의 진보성으로 설명된다. 특허가 등록되기 위해서는 종래 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없어야 한다는 진보성 기준과 비교해 볼 때 ‘극히’라는 차이가 있다. 기술의 개선이나 발전 정도가 발명보다 조금 부족해도 고안은 등록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는 근거이다. 고안을 다른 말로 ‘소발명’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허와 비교하여 또 다른 차이점은 그 대상이다. 특허는 물건뿐만 아니라 방법이나 물질에 대한 발명도 인정하지만, 실용신안의 고안은 물품에 구현된 형상, 구조 또는 이들의 조합에 관한 고안으로 제한된다. 그러므로 컴퓨터 발명과 연관되는 비즈니스 모델(BM) 특허 또는 최근에 부쩍 늘어난 AI 기술 응용 발명에 대한 특허에 대응되는 분야에서는 실용신안등록이 불가능하다.

특허 발명에 비해 창작 수준이 고도한지 여부의 차이가 있고, 창작 대상도 물품으로 제한되는 실용신안 고안은 권리의 보호기간도 10년으로 특허의 20년보다 짧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실용신안은 특허보다 출원 및 등록비용도 저렴하다. 그래서 실용신안으로 출원한 뒤에 시장성이 크고 제품 수명 주기도 당초 예상보다 길다고 판단된다면, 실용신안을 특허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특허로 출원한 발명도 물품에 관한 것이라면 실용신안으로 변경할 수 있다.

실용신안은 특허법이 정착되던 시기에 영국에 비해 기술발전이 늦었던 독일에서 소발명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 도입했고, 독일법을 계수한데다 서구에 비해 산업화도 늦었던 일본과 한국에 발전한 제도이다. 한국, 독일, 일본과 함께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에서도 실용신안제도가 정착되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기술적 창작을 발명과 고안으로 구분하지 않고 특허제도만 운영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실용신안으로 출원한 뒤에 국제특허협력조약(PCT) 절차 또는 파리조약을 통해 외국으로 진입할 때는 실용신안제도가 없는 국가라면 특허로 출원해야 한다.

중국은 실용신안 출원에 대해 형식적인 심사를 마친 뒤에 실질적인 기술심사를 하지 않고 등록해 주는 무심사제도로 실용신안을 운영한다. 실용신안의 대상이 제품 수명 주기가 짧은 고안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선택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한때 실용신안 무심사제도를 채택했다가 심사제도로 전환했으며, 무심사제도라고 해도 침해 등이 문제되어 실용신안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는 심사에 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움직이는 토끼모자’가 실용신안으로 출원되었다면 등록 가능성이 컸다고 본다. 이 제품보다 먼저 공개된 미국의 flipeez라는 유사기술 제품이 있어서 특허 취득은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flipeez는 접힌 귀를 가진 다양한 동물인형의 몸체를 누르면 두 귀가 동시에 펴지면서 움직이는 기술이어서, 양쪽 발에 각각 달린 펌프로 두 귀를 서로 다르게 펼치는 ‘움직이는 토끼모자’가 가지는 기술적 차이는 존재한다. 이러한 정도의 차이라면 실용신안 등록이 가능하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더구나 대부분의 모방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되었으므로, 중국에 실용신안을 출원했다면, 기술심사 없이 등록되기 때문에 권리행사에 필요한 절차의 진행과 무관하게 범람하는 모방제품 업체에 경고장을 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조치만으로도 짝퉁제품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문환구변리사 :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물리학과에서 석사, 고등기술연구원(IAE)과 아주대학교 협동과정에서 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고등기술연구원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했으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지냈다. 《세상의 모든 X》(2020) 《발명, 노벨상으로 빛나다》(2021)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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