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환구의 특허 이야기] 부정경쟁방지법상 경고를 받았을 때


사업을 하면서 타인의 산업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등록된 특허, 디자인, 및 상표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이를 피했다고 해도 그 경계에 속하는 비등록권리가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이들 산업재산권의 경계에 속하는 비등록권리가 영업비밀(Know-how), 제품형태,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로 보호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등록권리까지 문제된다면 이를 어떻게 다 파악하고 대비할 것인가? 너무 광범위한 것은 아닌가? 이와 같이 비등록권리를 보호하되 그 인정범위와 요건을 규정한 법률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부정경쟁방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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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에는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등에 이 법과 다른 규정이 있으면 그 법에 따른다는 조항이 있지만, 판례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일지라도 그 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달리 말해 등록특허나 등록상표를 침해하는 경우라도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침해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등록권리와 함께 부정경쟁행위 또는 영업비밀 침해를 함께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무형재산인 산업재산권의 경계를 명확히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산업재산권을 포함하는 지식재산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기도 해서, 산업재산권법과 동시에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한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산업재산권의 권리범위와 부정경쟁행위에 동시에 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되기도 한다. 산업재산권의 침해가 확실하다면 굳이 부정경쟁방지법을 함께 거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산업재산권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으려면 산업재산권 자체가 무효로 되거나, 침해라고 주장되는 행위나 물건이 침해주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에 있어야 하는데, 산업재산권의 권리범위에서 벗어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행위나 영업비밀침해에서 제외되기도 하는 것이다. 

특허발명을 침해한다고 경고받은 어느 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를 판단할 때, 이 발명이 공지의 기술만으로 이루어지거나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다면 특허발명과 대비할 필요도 없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게 된다. 이런 발명을 실시하고 있다면 특허침해가 아니게 된다. 그런데 특허침해와 함께 또는 독립적으로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침해 경고를 받거나 관련 소제기를 당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른바 Know-how와 관련된 내용이다.

영업비밀 또는 Know-how는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 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이다. 판례는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음에 대해,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보유자가 비밀로서 관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해 정보의 내용이 이미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을 때에는 영업비밀이 아니다. 따라서 영업비밀침해경고를 받았다면 그 내용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상표를 살펴보자. 상표법은 특정 표지가 널리 알려진 것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등록이라는 절차만 밟으면 독점권을 부여한다. 즉, 상표법에서는 식별력이라는 보호요건을 갖추면 널리 알려졌는지 여부 등 보호가치에 대한 실질적 심사는 하지 않고 등록이라는 절차만으로 독점적 보호를 인정한다. 이에 비해 부정경쟁방지법은 널리 알려진 표지라는 보호가치를 요구하고, 이와 혼동이 생길 염려가 있는 행위를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제한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이러한 보호대상을 타인의 상품표지 또는 타인의 영업표지라고 하며, 이에 대한 등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상표침해와 유사한 타인의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 혼동행위라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침해경고에서 벗어나려면, 타인의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기 전부터 그 타인의 상품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지를 부정한 목적 없이 계속 사용했음을 증명하면 된다. 또는 그 사용을 승계했고 부정한 목적 없이 계속 사용했음을 증명해도 된다.

디자인과 관련해서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ㆍ대여 등 실시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한다. 다만, 상품의 시제품 제작 등 상품의 형태가 갖추어진 날부터 3년이 지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실시하는 행위는 예외로 보며, 판단 시점이 사실심 변론종결시 이므로 공지된 시점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타인이 제작한 상품과 동종의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실시했다면 이 역시 부정경쟁행위가 아니게 된다. 물품에 꼭 필요한 형태를 부당하게 독점하려는 행위는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재산권과 달리 등록되지 않은 권리를 광범위하게 보호하는 부정경쟁방지법은, 비록 등록하지 않았지만 보호할 가치가 있는 권리를 부정경쟁행위로부터 보호한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침해가 인정되려면 등록권리인 산업재산권보다 엄격한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문환구변리사(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물리학과에서 석사, 고등기술연구원(IAE)과 아주대학교 협동과정에서 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고등기술연구원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했으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지냈다. 《세상의 모든 X》(2020) 《발명, 노벨상으로 빛나다》(2021)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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