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환구의 특허 이야기] 물품과 디자인권


한국 민족문화 대 백과 사전에서는 디자인을 “형태 · 색채 · 재질 · 차원 · 비례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조형요소(또는 시각요소) 가운데에서 의도적으로 몇 가지를 선택하여 어떤 주어진 목적에 맞게 구성하는 창조활동”이라고 정의한다. 구체적으로는 디자인을 ‘설계하거나 밑그림을 그리는 행위’이거나, ‘시안 또는 모형 등 그 과정의 결과 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모양이나 형태’로 본다.

위키백과에서는 디자인이 동사와 명사로 쓰일 수 있고, 명사로 쓰일 때 디자인은 ‘다양한 사물 혹은 시스템의 계획 혹은 제안의 형식 또는 물건을 만들어내기 위한 제안이나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결과’를 의미하며, 동사로 쓰일 때 디자인은 이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즉, 일반적으로 디자인을 말할 때는 무언가 창조적인 것을 만드는 설계, 이를 실행하는 행위 또는 그 결과물을 지시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그러므로, 설계이든 행위이든 그 결과물이든 그 모두에 공통되는 추상화된 무언가를 추출할 수 있고, 그 추출된 것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디자인으로 어떤 독특한 형태의 무지개무늬를 생각한다면, 옷이나 인형 그리고 장난감 등에 다 적용가능한 추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나 산업재산권 중 하나인 디자인보호법에서 정의하는 디자인은 다르다. 여기서는 “디자인”을 “물품의 형상ㆍ모양ㆍ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美感)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선 물품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러 물품에 적용가능한 추상화된 어떤 것은 디자인보호법의 디자인이 아니다. 이는 특허에서 발명이 ‘기술적 사상’이라고 표현되는 추상화된 기술적 특징과 구별되는 점이다. 내가 최초로 문의 손잡이를 발명하고 특허를 획득했다면, 그 손잡이가 막대형이든 공 형태이든 혹은 ㄱ자 형이든 문에 사용되었다면 원칙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디자인보호법이 보호하는 디자인은 구체적인 물품을 대상으로 해서 그 형상, 모양, 색체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결과물이 시각을 통한 미감을 일으켜야 한다. 문 손잡이의 형상ㆍ모양ㆍ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하여 미감을 일으키는 새로운 손잡이를 창작해서 등록 받았다면 등록디자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외관의 손잡이에만 디자인권의 효력이 미친다. 특허법이 보호하는 발명의 대상이 물건은 물론이고 형태와 무관한 물질과 방법까지 가능한데 반해, 디자인보호법이 보호하는 디자인은 물품만을 대상으로 한다. 

물품의 외관이 동일 또는 유사여부 판단의 핵심이므로 재질의 차이만으로 비유사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종이로 된 물품을 플라스틱으로 제조한다고 해도 유사한 디자인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물품이란 ‘독립성이 있는 구체적인 유체 동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화상디자인 등을 포함하기 위해 ‘용도나 기능을 갖춘 제조물로서 거래에 제공되는 물’ 등으로 확장해서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물품의 종류는 디자인의 창작자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고 각 국가별로 목록을 정해 분류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하기 위해 국제표준분류(로카르노 분류)가 있다. 

한국분류는 2014년까지 특허청에서 사용하던 분류체계로 13개 군으로 소비물품분야부터 생산재 물품분야로 순서가 매겨져 있으며, 국제표준분류인 로카르노 분류는 한국 특허청에서도 2014년 이후 사용하고 있고 32개류 5,332개 목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특한 무지개무늬 자체는 디자인 등록할 수 없지만, 이를 신발에 적용해서 미감이 있는 샌들을 창작했다면 디자인 물품류 구분 제2류인 ‘의류 및 패션잡화용품’ 중 제04군 ‘신발류, 양말 및 스타킹’에서 물품의 명칭으로 ‘샌들’을 지정해서 디자인을 출원해야 한다. 만약 독특한 무지개 무늬를 적용한 여행가방에도 디자인 등록을 원한다면 제3류 ‘다른 류에 명기되지 않는 여행용품, 케이스, 파라솔, 및 신변용품’ 중 제1군 ‘트렁크, 여행가방, 서류가방, 핸드백, 키홀더, 제품 전용 케이스, 지갑 및 유사한 물품’에서 ‘여행가방’을 지정해서 별도 디자인을 함께 출원하면 된다.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물품에 구현된 디자인의 창작내용은 도면을 통해 구체화된다. 디자인 도면으로는 전후좌우상하 방향에서 동일한 비율로 그린 그림이나 촬영한 사진 또는 CAD 기반 설계도면이 사용된다. 

문환구변리사: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물리학과에서 석사, 고등기술연구원(IAE)과 아주대학교 협동과정에서 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고등기술연구원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했으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지냈다. 《세상의 모든 X》(2020),《발명, 노벨상으로 빛나다》(2021)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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