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환구의 특허 이야기] 해외 디자인권 획득과 헤이그 협정


네덜란드의 정부청사는 수도인 암스테르담이 아닌 헤이그(The Hague)에 위치한다. 네덜란드어로는 덴 하흐(Den Haag)인 이 도시는 한국인에게 친숙한데, 1907년 이곳에서 만국평화회의가 열렸고 당시 회의에 참석하려다 실패한 뒤 병사한 이준열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현재 헤이그에는 이준 평화 기념관(Yi Jun Peace Museum)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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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에서는 1925년에 산업디자인의 국제등록 협정이 최초로 체결되기도 했다. 그 뒤 1938년에 런던에서, 1960년에 다시 헤이그에서 그리고 1999년 제네바에서 개정협정이 추가되었으며, 이 모두를 통틀어 헤이그 협정이라고 부른다.

헤이그 협정 이전에 외국에서 디자인권을 획득하려면 디자인권을 보호받기 원하는 국가마다 각각 별개의 출원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물품의 디자인권을 획득한 기업이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 그 물품을 수출한다면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서 따로따로 절차를 진행해야 각 국가별 디자인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언어와 절차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번역 및 행정 비용이 많이 소요되었다.

헤이그 협정으로 인해 협정 체약 당사자인 한국의 자연인이나 법인 또는 거주자는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한번의 국제출원을 하면서, 디자인권을 취득하고자 하는 국가를 지정하면 된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는 디자인의 도면과 출원인의 정보 등 서류의 형식적인 요건만 심사하고, 이를 통과하면 지정된 국가에서 개별심사를 받는다.

각 지정국은 해당 국가의 법률에 맞추어 디자인 등록요건을 심사한 뒤 등록여부를 결정하므로 지정국별로 등록 여부가 서로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에서는 등록되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거절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지식재산권기구에서 관리하는 국제 디자인등록공보와 연계하여 한국과 미국, 유럽의 특허청에서 등록디자인을 관리한다.

헤이그 시스템 출원을 위해서는 특허의 PCT출원과 같이 선행 국내출원이나 등록이 필요하지 않다. 마드리드 의정서 절차를 통한 상표의 국제출원에서 상표의 선행 국내출원 또는 등록을 요구하는 것과는 다르다. 헤이그 시스템의 출원 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이지만 한국을 통해서 WIPO로 출원할 때는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

헤이그 시스템으로 디자인이 등록되어 국제 디자인등록공보에 개재되면 5년 동안 유효하며, 5년 단위로 2회 연장이 가능해서 총 15년의 보호기간을 가진다. 체약 당사국의 보호기간이 15년보다 길 때는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15년간 보호받을 수 있고, 디자인권 보호기간이 20년인 한국이나 25년인 일본에서는 각각 3회 또는 4회의 연장으로 20년과 25년 보호받는 것이 가능하다.

헤이그 시스템을 통하면 한 번의 출원으로 여러 국가에서 디자인을 등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별 국가별로 출원하는 것보다 절차가 간소화되고 비용이 절감되어 효과적으로 여러 국가에 디자인권을 등록할 수 있다. 또한 일괄적인 관리가 가능하므로 디자인권 유지도 개별국 등록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편하다. 

문환구변리사(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물리학과에서 석사, 고등기술연구원(IAE)과 아주대학교 협동과정에서 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고등기술연구원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했으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지냈다. 《세상의 모든 X》(2020) 《발명, 노벨상으로 빛나다》(2021)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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