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환구의 특허 이야기] PCT 국제출원과 외국 특허 취득


한국에 거주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한국 특허청에 특허등록을 하게 되면 한국 내에서만 특허권에 대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은 2023년 기준 GDP 대비 수출액 비중 35.7%나 되므로, 한국 기업은 해외 시장의 특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수출 대상국에서도 특허를 취득해야 경쟁사로부터 모방을 방지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기술 수준이 높다고 생각되는 국가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면 국내외 투자자와 협력사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다 국가별로 특허를 확보해두면 해당 국가의 기업들에게 실시권을 부여하는 기술 라이선스 또는 특허권 자체의 이전을 통한 수익 확보도 가능하다. 

moonhwangoo - 와우테일

외국에서 특허를 취득하려면 미국이나 유럽, 중국 등 각 국가마다 직접 출원하는 방법과 특허협력조약(PCT: Patent Cooperation Treaty)을 통해 출원하는 방법이 있다. 외국에 직접 출원하게 되면 필요한 국가만 선별해 빠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나, 각 국가별 특허 절차와 언어 및 요구 서류가 달라서 관리가 복잡할 수 있다. 이런 절차의 복잡함에다 번역 시간 등을 고려하여 파리조약에 근거한 우선권 기간 1년을 인정하므로, 국내 출원 후 1년 안에 외국에 출원하면 그 사이에 제3자의 동일한 기술에 대한 출원이 있어도 우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래서 외국에 직접 출원하는 것을 흔히 파리조약 출원이라고도 하는데, 대만처럼 파리조약 미 가입국은 별도로 1:1 우선권 승인을 하기도 한다.

 외국 출원은 국내출원에 비해 4~5배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므로 외국 출원을 하려면 그 국가에서 특허등록 가능성과 해당 제품의 시장성을 조사할 필요도 있고, 더구나 여러 국가에 동시에 출원해야 한다면 1년의 기간은 부족하다. 국내 출원일로부터 2년 6개월 이내에 가입국가에 진입(해당국가 출원)할 수 있는 PCT 출원 또는 국제 출원제도가 생긴 이유이다. 다만 국제출원이라고 해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특허를 취득하는 제도는 아니고, PCT에 가입한 여러 나라에서 특허를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국내 출원일로부터 외국 출원(진입)까지 주어지는 2년 6개월의 기간 중 국제출원은 국제조사와 국제예비심사 등을 통해 특허등록 가능성을 조사할 수 있고, 국제공개를 통해 PCT 가입국 모두에게 해당 특허가 공개된다.

정리하면, 외국으로 직접 출원하든 PCT 국제출원 절차를 거쳐서 출원하든 외국 특허청에서 등록을 위한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같다. 다만, 직접 출원은 외국 특허청으로 출원해야 하는 기간이 국내 출원 후 1년으로 짧고 PCT 국제출원은 2년 6개월로 조금 더 여유가 있는 것이다. PCT 국제출원이 외국 특허청으로 출원(진입)하기 위한 기간인 2년 6개월 동안 특허가 국제 공개되고 대략적이지만 등록가능성이 조사되므로 출원인은 실제 특정국가로 진입하는 절차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제공개는 그 특허내용이 공개된 것이라는 의미만 가지게 되어, 타인의 동일한 후출원을 거절할 수는 있지만 진입(출원)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국제공개가 되고 난 뒤에 국제심사를 하지는 않고, 어느 나라라도 진입해야 그 나라에서 심사를 받게 된다. 따라서 국제 공개후에 예컨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를 통한 심사를 통해 국제 특허권을 부여하는 일은 없다. (유럽특허청이 특허심사를 해서 등록결정을 하면 역내 모든 국가에서 기본적인 절차를 통해서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과 다르다.)

 국제출원을 거쳐 각국으로 진입한 뒤 각국별 심사를 거쳐 특허권 취득 여부를 결정하는 특허협력조약(PCT) 출원은 외국으로 직접 출원하는 것에 비해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출원에 대한 초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한 번의 국제 출원으로 일정 비용(국제 출원 수수료, 국제조사 비용 등)만 지불하면 되고, 본격적으로 각국 단계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국가별로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출원 발명의 신규성, 진보성 등을 평가한 자료인 국제조사보고서와 국제예비심사의견서를 받을 수 있으므로, 미흡한 부분을 보강하여 각국에 진입했을 때 거절 가능성을 줄이거나 아예 진입을 포기해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문환구변리사(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물리학과에서 석사, 고등기술연구원(IAE)과 아주대학교 협동과정에서 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고등기술연구원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했으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지냈다. 《세상의 모든 X》(2020) 《발명, 노벨상으로 빛나다》(2021)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