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환구의 특허 이야기] 영업비밀의 보호


 2024년 10월에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 중 1위는 4,889억 달러의 애플이었고, 5위가 1,009억달러인 삼성이었다. 한때 부동의 1위였던 코카콜라도 612억달러로 7위를 기록했다. 코카콜라와 관련하여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는 콜라의 오리지널 성분(Formula)이 영업비밀(Trade Secret)로 보호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코카콜라 본사에는 콜라 제조방법 문서를 보관하는 금고가 존재하며, 극소수의 임원만 이 문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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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의 제조 과정에서는 관련 원재료를 배합하는 임직원도 자신이 담당하는 부분 이상은 알 수 없도록 정보가 분할되고 제한되어 제공된다는 설이 있다. 심지어 2011년에는 미국 라디오 프로그램 “This American Life” 측에서 옛 신문에 실린 배합표를 발견했다며 “코카콜라의 비밀 레시피를 찾았다”고 보도하고 회사 측에서 부인하는 소동도 있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코카콜라는 “비밀 레시피”라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브랜드 가치를 쌓아 왔다. 코카콜라 사례를 근거로 어떤 기술에 대해서는, 20년 독점을 조건으로 기술 내용을 공개해야 하는 특허를 취득하기보다는 영업비밀로 유지하는 것이 기업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을 통해 선폭이 나노미터(nm) 수준인 반도체의 구조까지 밝혀내는 시대이다. 정밀 화학성분 분석으로 1886년에 만들어진 코카콜라의 성분을 밝혀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제조공정 역시 반복실험을 통해서 밝히지 못할 이유는 없다. 코카콜라의 가치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마케팅과 등록상표를 통한 홍보에 기인한 바가 컸다는 것이 전문가의 판단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새로운 기술을 영업비밀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 정의한다. 즉, 비공지성과 경제적 가치 그리고 비밀관리성을 갖춰야 한다.

영업비밀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려면 영업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접근하기 위해서는 로그가 남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관련 자료나 문서에 ‘비밀’ 표시를 하여 사내외 누구라도 영업비밀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종이문서용 캐비닛과 전자문서용 암호화된 서버 등 자료보관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직원 입사 시에는 비밀유지약정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서약서를 작성하고, 퇴사 시에도 별도의 퇴사 서약서를 받아서 비밀 준수를 강조하고, 제품 공동개발이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계약에는 비밀의 범위와 책임, 위반 시 손해배상 등을 명시해야 한다. 네트워크 및 서버 보안을 위해서 방화벽, VPN, 권한 분리, 이중 인증 등 보안 솔루션을 도입하여 외부 침입이나 내부 유출을 방지한다. 

이와 같은 보호조치에도 영업비밀이 침해되었다고 판단되면, 침해 증거(사내 로그, 이메일, NDA 위반 사실 등)를 최대한 확보하여 부정경쟁방지법에 근거한 법적 구제로 민사 및 형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구성원이 자주 바뀌거나, 외부 파트너와 협업이 잦아 영업비밀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려우므로,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를 간소화하더라도 보안만은 확실하게 규정을 두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AI, SW 등 기술집약적 스타트업에서는 소스 코드, 데이터셋, 알고리즘 등이 매우 중요한 영업비밀이 될 수 있으므로, 관련자료에 대한 접근 권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모든 접근 기록을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영업비밀 뿐 아니라 등록되지 않은 상표나 디자인이라도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려져 있으면,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도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상표는 높은 인식도를 디자인은 모방을 증명해야 하므로, 언론보도나 광고 또는 SNS 활동 등의 자료를 평소에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특허나 디자인·상표 등록을 할 수 있다면 “공식적인 권리”를 확보하여 보호받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 

문환구변리사(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물리학과에서 석사, 고등기술연구원(IAE)과 아주대학교 협동과정에서 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고등기술연구원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했으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지냈다. 《세상의 모든 X》(2020) 《발명, 노벨상으로 빛나다》(2021)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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